A씨와 B씨(P씨 생모)는 사촌자매간이었는데 수십 년 전 호적 공무원의 실수로 P씨가 사촌이모인 A씨의 아들로 잘못 등재되었다. 그런데 A씨가 잘못된 호적을 정리하지 않고 사망하자 수십억 원대의 상속재산이 호적상 친자 관계인 P씨에게 물려졌다. P씨는 상속받은 재산 중 상당 부분을 사용하였고 이를 알게 된 A씨의 의붓아들 C씨는 P씨를 횡령죄로 고소하였다. P씨는 횡령죄로 처벌받게 되는가? 

재산죄에 있어서 친족 간의 범죄의 경우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특례가 인정되고 있는데 이를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라고 한다. 형법이 이러한 특례를 인정한 취지는 가족적 정의를 고려하여 가정 내에 발생한 일은 되도록 법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위 사례는 필자가 직접 피고인 P씨를 변호한 실제 사건이었는데, P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상의 횡령죄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친족상도례’를 통한 공소기각판결(2013노137)을 선고받았다(검찰이 이에 대해 상고를 포기하여 항소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됨). 

P씨의 항소심 변호를 맡은 필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상의 횡령죄도 일반 횡령죄와 마찬가지로 ‘친족상도례’에 해당되어 피해자와 범인 사이에 친족관계가 있을 경우 고소가 있어야 검찰에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하였다. 이 사안에서 P씨와 A씨와 친자관계가 아니므로 상속권이 없게 될 경우, 차순위 상속인인 A씨의 형제자매들이 피해자로서 고소권자이다. 그런데 그 형제자매들이 직접 고소하지 않고 A씨의 의붓아들 C씨가 고소한 것은 문제였다. 

A씨와 C씨의 친아버지는 오래전 혼인하여 어린 시절부터 C씨를 실제로 키워 왔지만 C씨를 입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친자관계가 성립되지 않아 C씨가 A씨에 대한 상속권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실제 사례에서 망인 A씨의 의붓아들 C씨는 A씨의 형제자매들(상속인)로부터 무상으로 상속재산을 양도받는 계약서를 작성하였기 때문에 C씨가 이 사건의 피해자라고 생각하여 P씨를 고소한 것이고, 검찰과 1심 법원 역시 같은 취지로 생각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횡령죄의 피해자는 상속인인 A씨의 형제자매이며, 그들로부터 상속재산을 양수받은 사람인 C씨와 피고인 P씨 사이에는 아무런 위탁관계가 성립되지 아니하므로 C씨를 횡령죄의 피해자라고 볼 수 없어 위와 같이 항소심에서 P씨에 대해 공소기각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따라서 C씨의 고소는 친족상도례의 고소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항소심 법원은 필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검사의 공소제기가 친고죄에 있어 고소요건이 미비하여 부적법하다고 판단, 원심을 파기하고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의해 피고인들 전원에 대해 공소기각을 선고하였다. 

※친족상도례의 친족 범위와 적용 범위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에 범한 재산죄의 경우는 형을 면제하고 그 외의 친족의 경우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제기를 할 수 있다(형법 제328조).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재산죄라 함은 절도, 횡령, 배임, 사기, 공갈, 장물, 권리행사방해 등을 의미하고 반면 강도, 손괴, 강제집행면탈죄 등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그 적용에 있어서 친족관계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면 이에 대한 인식을 요하지 않고 친족관계에 대한 착오는 고의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범죄성립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아울러 행위 시에 친족관계에 있는 이상 그 후에 그 친족관계가 없어지더라도 친족상도례는 적용된다. 

여기서 친족의 범위는 민법의 규정에 따라 정해지는데, 사돈지간은 친족으로 볼 수 없다. 이는 민법상 친족의 범위는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만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또 수인의 공범(共犯)이 재산범죄를 범한 경우 친족상도례는 친족관계가 있는 자에게만 적용된다. 친족상도례에 관한 규정은 범인과 피해물건의 소유자 및 점유자 사이에 친족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적용되고, 절도 범인이 피해물건의 소유자나 점유자의 어느 일방과 사이에서만 친족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적용이 없다. 이처럼 친족 간에 재산범죄의 경우에는 친족상도례 규정을 사전에 잘 검토해야 한다.  특히 친족상도례와 같은 친고죄에 해당하는 범죄를 고소하는 입장에서는 고소기간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데, 고소기간은 범인을 안 날로부터 6개월 내에 고소를 해야만 한다(형사소송법 230조).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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