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은 2006년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기획특집으로 16개 광역단체장 예비 후보자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시리즈로 게재한다. 그 첫 번째로 “국가경영의 꿈이 있다”고 밝힌 홍준표 의원을 지난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한나라당 후보중 차기 서울시장감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는 홍 의원. 일반인들에게는 YS정부 초기 검사시절 슬롯머신 사건으로 ‘모래시계 검사’, ‘스타 검사’로 유명하다. 홍 의원은 지난 11월27일 출판기념회를 통해 ‘한반도 개조론’에 이어 ‘서울 혁신’, ‘서울 개조’를 주창하며 당 서울시장 경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홍 의원과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의 꿈은 서울시장직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그 너머 더 높은 꿈을 가진 듯했다.

장인, ‘구름 잡는 놈’ 타박

최근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가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벌인 한나라당 차기 서울시장감을 묻는 조사에서 홍 의원은 20.9% 지지율로 맹형규 의원(17.1%)을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홍 의원은 1974년도 당시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울산에서 단칸방에 살았다. 배우자인 이순삼씨와 연애시절에 프로포즈를 “돈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집안도 미미하지만 내가 좋거들랑 같이 살자”고 말할 정도였다. 장인에게 ‘구름 잡는 놈’이라고 타박을 받으면서도 이씨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솔직함 때문이다. 홍 의원도 “사실 검사시절이나 정치판에서 구름을 잡는 짓을 많이 했고 때로는 구름을 잡기도 했다”고 밝혔다.

82년도 사시에 합격한 홍 의원은 이씨와 결혼해 봉천동 지하 단칸방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홍 의원은 “당시 집사람 이불하고 제가 쓰던 이불하고 가져와서 살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연수원 시절 월급 20만원중 책값을 떼면 5만원 정도 남아 변호사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고 회고했다.그런 그이기에 85년도 청주검사 재직시절 21평 연립주택을 얻은 게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뻤다고 회고했다.김영삼 정부 초기 ‘슬롯머신 사건’으로 일약 스타검사로 떠오른 홍 의원은 조폭들의 협박 때문에 정계에 입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검찰 샐러리맨화 경계

홍 의원은 조폭의 자금줄인 슬롯머신 업계와 정권과의 유착관계를 파헤치며 당시 ‘6공화국의 2인자’인 박철언 국민당 의원을 비롯해 이건개 고검장을 구속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이로 인해 ‘스타 검사’, ‘모래시계 검사’라는 꼬리표를 얻기도 했다.검사출신으로 동료 검사들에 대한 애증도 남달랐다. 홍 의원은 “요즘 검사들은 팀 수사체제로 운영되면서 책임이 분산되고 지사정신도 없다”며 “검사에게 막강한 권력도 주고 신분도 보장하고 월급도 많이 주는데 점차로 샐러리맨화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다시 검사로 돌아가면 맡고 싶은 사건이 있느냐고 물었다. 홍 의원은 기다렸다는 듯 최근 구속된 법조 브로커인 윤상림씨 사건을 맡고 싶다고 답했다.

지난 11월에 검찰에 구속된 윤씨는 정치인, 군, 검찰, 경찰 고위간부 등 정관계 인사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각종 대형 형사사건 ‘해결사’ 노릇을 통해 금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압수한 그의 수첩속에는 7~8백여명 고위인사들의 명단이 적혀 있어 검찰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홍 의원은 “법조 브로커는 지금의 문제가 아니라 옛날에도 있었다”며 “더 큰 문제는 브로커가 변호사 할 일을 대신하는 것인데 이는 법조계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이어 그는 검찰수사가 지지부진한 것과 관련 “검사들이 윤씨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면 대한민국 사회의 모든 치부가 다 나온다”며 “수사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 의지가 없다”고 쓴소리를 보냈다.

탄핵 역풍에도 건재

3선으로 12년간 정치생활을 하면서 부끄러웠던 일과 가슴 뿌듯한 점도 진솔하게 밝혔다.홍 의원은 “지난 96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날 새벽에 노동법 날치기 한 게 가장 부끄럽고 창피했다”고 토로했다. 당시 홍 의원을 비롯한 강남 지역 의원들은 당의 지침에 따라 새벽 4시30분에 서초동 팔레스 호텔에 집결해 버스타고 국회 뒷문으로 들어가 노동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한편 그는 소위 ‘병역3법’으로 일컫는 재외동포법, 국적법, 고등교육법 등을 발의한 것에 대해 국회의원으로서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홍 의원은 “제가 17대 총선에서 서울동북부 17개 지역구중에서 유일하게 탄핵의 역풍에도 불구하고 당선된 후 재외동포법, 국적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고등교육법도 여야가 합의를 본 상황”이라며 “정치권에 들어와서 가장 가슴이 뿌듯했다”고 말했다.한나라당 3선 의원으로서 서울시장에 출마를 하게 된 계기도 이런 경험이 밑바탕이 되고 있었다.홍 의원은 “정치를 시작하면 누구나 다 국가경영의 꿈이 있다”며 “정치인이 국가경영의 꿈을 숨기는 것은 위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며 “국민들이 서울시를 맡겨도 될는지 판단이 중요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대한민국의 꿈과 희망을 되찾겠다고 다짐하는 홍 의원은 “착한 사람이 복받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피력했다.최근 사립학교법 통과로 여야가 극한 대립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감을 표시했다. 정치권이 정치 투쟁을 벌이니 국민들에게 외면당하고 민생은 어렵고 사회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2006년 새해를 맞이해 가족들에 대한 애정도 표시했다. 아들만 둘인 홍 의원은 ‘맑고 바르게 살아달라’고 주문했다. 현재 큰 아들인 정석군은 군 전역후 복학, 아버지의 길을 따라 고시공부를 하고 있다. 둘째인 정현군은 해병대에 복역중인데 올 6월 제대를 앞두고 있다. 부인인 이순삼씨에게도 “건강할 때 은퇴를 해서 오붓하게 노후생활을 즐겨보자”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 홍준표 의원 서울시장 선거 공약 “이명박 서울 시장 업적 이어받을 것”

홍 의원은 2006년 자치경찰제가 도입돼 서울시 산하로 들어오면 ▲ 범죄로부터 안전 ▲ 식품으로부터 안전 ▲ 긴급재난 구조 등의 안전을 강조하며 타 후보와 차별성을 꾀하고 있다.특히 그는 서울의 치안과 질서는 확실히 잡아 여성·노약자들이 한밤중에도 시내 곳곳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동대문을이 지역구인 그는 강북에 대한 애정도 숨김없이 나타냈다. 그는 “이명박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환경인프라, 주거인프라 구축 업적을 이어받아 계승, 발전시키겠다”며 “여기에 교육, 문화, 교통인프라를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나아가 청계천을 벤치마킹해 중량천이나 홍제천, 불광천을 전부 수상공원화시키겠다고 덧붙였다.또 그는 대중교통인프라관련 버스중앙차로제 없는 곳에 소음과 공해가 없는 자기부상열차를 위한 모노레일을 설치해 대중교통수단에 일대 혁신을 가져오겠다고 공언도 하고 있다.무엇보다도 강북지역 교육인프라 구축을 위해 강남에 집중된 일류고등학교를 강북에도 설립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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