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엉이 캐릭터 지역 상징물로 부각, 진해중앙시장 맛깔난 인심
- 도시재생, 동 통합으로 제2의 부흥 노려

[일요서울ㅣ창원 이형균 기자] 부엉이는 재물과 부를 상징한다. 새끼를 위해 먹이를 물어다 둥지에 쌓아두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신화에서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가 부엉이를 데리고 다녀 지혜의 상징으로도 통한다. 진해구 충무동에 가면 언제 봐도 반가운 이 부엉이를 실컷 만날 수 있다.

충무동 전경 @ 창원시 제공
충무동 전경 @ 창원시 제공

충무동은 일제강점기 계획도시로 조성된 진해의 원도심에 자리 잡고 있다. 중원‧북원로터리를 끼고 방사형 도로가 뻗어 있고, 제황산의 일부가 충무동에 포함되는데 지역 주민들은 예부터 제황산을 ‘부엉산’으로 불렀다.

마치 부엉이가 앉은 모습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충무동은 이에 착안해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홍보하기 위해 부엉이 캐릭터를 만들었다.

중원로터리와 중앙시장을 끼고 부엉이길이 조성돼있고, 제황산을 오르는 길에도 부엉이계단, 부엉이 공원이 있다. 알을 품은 부엉이, 벚나무에 앉은 부엉이, 해군 부엉이 등등 모두가 제각기 개성을 뽐내고 있어 걷는 길이 지루하지 않다.

제황산 부엉이공원 @ 창원시 제공
제황산 부엉이공원 @ 창원시 제공

진해중앙시장 주차장과 연결된 부엉이계단을 오르면 37‧38계단이 또 나온다. 이는 러일전쟁을 치른 메이지 37년과 38년을 상징하는 계단으로, 1926년 일본 해전 기념탑과 함께 건설됐다.

아픈 역사의 흔적이지만, 이를 한 계단씩 딛고 올라가면 아름다운 진해, 유구한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진해탑에 닿는다. 진해탑 2층 시립박물관에서는 원도심을 중심으로 펼쳐진 일제강점기, 근대 역사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충무동에는 진해를 대표하는 전통시장, 진해중앙시장이 있다. 광복 후 귀향 동포와 6.25 피난민들이 나무판자로 주택 겸 점포를 만들어 살던 것이 시초가 됐다.

진해탑 @ 창원시 제공
진해탑 @ 창원시 제공

그 영향인지 지금도 아파트 사이사이에 시장 골목이 형성돼있는 독특한 모습이다. 지난 2013년 중소기업청이 시행하는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돼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이 생겼고, 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아케이드도 설치돼있다. 언론에 소개된 맛집도 여러 곳이라 젊은 관광객들이 꽤 많이 찾는다.

그러나 중앙시장 상인들은 하나같이 경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말한다. 옛 진해시청이 풍호동으로 옮겨가고, 다른 관공서들도 줄줄이 자리를 옮겨가면서 손님이 줄었기 때문이다. 창원시 통합 당시 5000명에 육박하던 충무동 인구는 현재 3700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진해중앙시장 @ 창원시 제공
진해중앙시장 @ 창원시 제공

하지만 깜깜한 밤에도 앞을 훤히 내다보는 부엉이처럼, 충무동은 비상을 꿈꾸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으로 4년간 250억 원의 사업비가 충무지구에 투입될 예정이다. 중앙시장 일대는 청년 창업 플랫폼으로, 부엉이 마을은 빈집을 활용한 숙박시설, 마을기업 카페 등으로 조성될 것이다.

또 충무동은 2020년 1월 1일 중앙동, 태평동과 통합을 앞두고 있다. 더 큰 규모, 더 많은 인구로 진해 원도심의 옛 영광을 되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상징하는 듯 중앙동, 충무동 일대에 빛의 거리가 조성돼 밤마다 진해 원도심을 수놓고 있다. 어둠을 꿰뚫는 부엉이의 혜안으로 힘차게 비상할 충무동의 내일을 기대해본다.

진해 원도심 빛의 거리 @ 창원시 제공
진해 원도심 빛의 거리 @ 창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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