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러시아 핵무기 감축 위한 대화 즉시 재개해야”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 [뉴시스]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 [뉴시스]

-모든 핵보유국,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단호한 조치 취해야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은 “오직 미치광이만이 핵전쟁을 시작할 것”이라며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감축을 위한 대화를 즉각 재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공개된 일본 아사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핵전쟁은 용납할 수 없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러시아가 대화를 즉각 재개해야 한다. 중거리핵전력조약(INF) 문제와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지속에 관해서뿐만 아니라 평화와 안보에 대한 원칙적 질문을 놓고도 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움직임을 복원해야 한다. 모든 핵보유국이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핵억지력은 세계를 핵사고나 핵테러리즘으로부터 보호해 주지 않는다. 오히려 지속적인 위협 아래 있게 할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이 자신들이 가장 부유한 나라이며 누구보다도 돈이 많다고 얘기하는 걸 들었다. 새로운 군비 경쟁이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 누구와 싸우려 하겠는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러시아”라고 했다.

고르바초프는 “우리는 절대로 또다시 핵무기 개발이나 새로운 군비 경쟁에 착수해선 안 된다”며 “몽상을 그만 두고 현실 정치에 관여해야 한다. 우리에겐 대재앙이 필요하지 않다. 평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미국은 무기와 관련한 의무들로부터 그들을 자유롭게 하고 절대적인 군사 패권을 획득하기 위해 INF 탈퇴를 결정했다”며 “이는 허황된 목표이자 성취할 수 없는 희망이다. 오늘날 세계에서는 한 국가의 패권은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고르바초프는 “(미국의 군사 패권 추구의) 결과로 세계의 전략적 환경이 불안해지고 새로운 군비 경쟁과 무작위성, 예측 불가능성이 국제 정치에서 촉발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의 안보가 어려워 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미국과 소련이 1987년 체결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은 올해 초 파기됐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가 새로운 크루즈 미사일을 개발해 조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INF를 탈퇴했다. 러시아는 미국 측 주장을 부인했지만 미국의 탈퇴에 따라 INF 효력이 사라졌다고 언명했다.

뉴스타트는 2021년 2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 협정은 2010년 4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이 체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양국은 핵탄두를 최대 1550개까지, 미사일과 폭격기 등은 700대까지만 실전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동의하면 2026년까지 5년 더 연장할 수 있다. 현재 양국 사이 남아 있는 핵무기 감축 협정은 뉴스타트가 유일하다. 러시아 정부는 조건 없이 협정을 연장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지만 미국 측이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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