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아베 총리, 개인적 사이 나빠”

신각수 전 주일대사. [뉴시스]
신각수 전 주일대사.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갈아치웠다. 아베 총리의 외교 정책을 보면 미국에는 저자세로 보일 정도로 밀착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 강국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 했다. 심지어 북한에까지 관계개선을 시도했으나 정작 한국과의 외교에서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구실로 수출규제를 가하면서 한일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양국은 대화로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중이지만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연말을 맞아 신각수 전 주일대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일 관계의 현주소를 짚어 봤다.

“‘회복의 실마리잡았지만 강제징용 문제 진전 없이는 완전한 회복없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대일관계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외교부 12차관을 모두 지내고, 지난 20115월 주일대사로 임명됐다. 그는 현재 한일 관계에 대해 “(2012년 이래) 가장 나쁘다고 말했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한일 양국 관계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까. 다음은 신 전 주일대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한일 외교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원인은 무엇인가.

하루 이틀 문제는 아니고 굉장히 오래됐다. 지난 2012년 이후부터 나빠진 한일 관계에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구조적인 요인도 겹쳤다. 아베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 즉 지도자 간의 개인적인 관계도 원만하지 않다. 이런 것들이 총체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뭘 하나 꼬집어서 아베 총리가 (일방적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빌미로 수출규제를 가하면서 양국 관계가 더욱 최악으로 치달았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지금의 한일 관계가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강제징용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지난해 10월 말에 판결이 나오고 이제 1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미결인 상태고, 이것과 관련해서 일본의 통상 규제 조치, 한국의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이 이어진 것이다.) (지소미아는) 나중에 되돌렸지만. 그 뒤에 나온 한일 간의 악재들도 전부 결국은 강제징용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 문재인 정부 들어 일본의 태도가 돌변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한일 외교를 평가한다면.

과거사와 양국 관계를 분리한다고 했으나, 현실적으로 화해치유재단해산을 통해서 지난 2015년에 한일 군대위안부 합의를 무력화했다. 또 지난해 말 광개토대왕함 일본 초계기 저공비행 (사건)’ 등이 겹쳐서 안보 차원에서도 한일관계가 상당히 안 좋아졌다. 거기에 앞서 언급했던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로 인해, 한국 정부가 내세웠던 것이 현실화될 수 없었다. 올해 들어서는 일본의 통상 규제, 지소미아로 연결됐다.

-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위안부 합의는 정부 간의 합의다. 물론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 보면 부족하고 불만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합의 자체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이행하는 것이 나은 방향이지,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위안부 문제는 아무런 진전이 없고 방치된 상태다.

- 수출규제 조치 향방을 가늠하고, 여러 문제 대화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7차 한일 수출관리정책대화(지난 16일 진행)’가 관건이었다고 본다. 지난 20166월 이후 3년 반 만에 이뤄졌고, ‘대화 재개성격이었기 때문이다. 또 지소미아 종료의 조건부 연기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격으로 열리는 대화였는데 이번 대화 어떻게 보셨는가.

일단 지소미아가 연장됐다. 원래 일본 정부가 통상 규제, 전략물자 수출 절차를 강화한 원인 가운데 중요한 것이 3년 반 동안 대화가 없었다는 점이다. 한국이 수출 절차와 관련해서 전략물자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일본 정부의 표면상 이유다. 실제로는 내가 보기에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불만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어쨌든 표면적인 이유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의 장이 국장급 레벨 (대화였던 것이다.) 처음에는 과장급을 하려다가 별 의미가 없었다. 또 일본이 거부하다가 국장급 대화가 시작됐으니까 그런 면에서 좀 진전이 있었다고 본다.

또 오는 24일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느냐. 그때 한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아베 총리가 확인을 했으니까. 이제 조금 회복의 실마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핵심이슈인 강제징용 문제의 진전이 없으면 완전한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 물론 회복의 발걸음을 내딛긴 했지만 아직 완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모양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가.

통상 규제 조치 자체가 일본에게는 약점도 된다. 그런 면에서 정상으로 되돌아오긴 할텐 데, 되돌아오는 속도 등은 강제징용 문제와 연계돼 있다고 봐야겠다. 그걸 하나씩 풀 것인지, 전체를 풀 것인지, 언제 어떤 속도로 풀 것인지는 앞으로 2차 회의, 3차 회의를 하면서 (해봐야 알 것이다.) 또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국내 문희상안(문희상 국회의장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으로 제시한 법안)’도 있고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실질적으로 진전이 있을 경우에 아마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해법을 내서, 그 해법으로 한일 간의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문희상 의장 안에 따라서 한다고 하면 못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일본 정부가 아무런 부담이 없는 안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알아서 한다는 것이다 보니 그 안에서 무엇을 하든 자기들은(일본)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문희상 의장안에 대해 국내에서 피해자, 피해자 지원 단체를 중심으로 상당한 반발이 있는 것 같다. 이게 대상자가 특정이 안 돼 있기 때문에 지금은 15003000억 원을 한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과거 7만 여명에 대해 지난 2007년에 보상해 준 전례가 있어, 1500명 가지고는 될지 안 될지 잘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과연 입법이 가능할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대해 총평을 한다면.

지금 현재 북한 핵문제도 많이 꼬이고 있어 한미 관계도 그렇고, 한일 관계도 최악이다. 한중 관계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다녀갔지만 별로 우리한테 득 되는 게 없었다. 전반적으로 우리 외교 안보 환경이 어렵다. 2020년에는 한미 동맹을 확실히 하고,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 디딤돌이 되는 게 한일 관계 정상화다.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능동적으로 강제징용 해법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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