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 [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 [뉴시스]

[일요서울] "성장과 포용이 동시에 중요하다. 성장이 멈춰서면 내부에 잠재된 문제들이 한 번에 표출되고, 포용 없이는 공동체가 지속되기 어렵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9일 총리실 출입기자단 만찬간담회에서 앞으로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시대정신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총리는 기자단과 사전 협의 없이 즉석에서 던져진 질문에 오래 전부터 고민해 왔던 문제라는듯 막힘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을 계속 하기는 어렵겠지만 성장이 멈춰서면 내부에 잠재된 문제들이 한 번에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자본주의란 자전거와 같아서 페달을 밟는걸 멈추면 쓰러진다. 페달을 계속 밟아야 한다. 속도가 더뎌도 페달은 계속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성장은 격차를 키우고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경제체제가 될 거라 전망한다""그 때 승자 편에 서지 못하는 분들, 일시적으로 경쟁에서 밀린 분들, 그런 분들이 견디기 어려울 만큼 고통에 빠지지 않도록 바탕을 지탱해주는 역할, 그것이 포용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성장과 포용'의 해답을 "실용적 진보주의 관점에서 찾을 것"이라며 자신의 정치적 포부를 밝히는 데도 주저함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진보라는 건 앞으로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고, 늘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를 내야 하는 것이 실용이라 (수식어로) 붙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구하는 가치가 중요한 만큼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실용은 포기해서는 안 된다""실용적 관점에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을 위해서 노력하는 게 제가 하고 싶은 일이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거듭 밝혔다.

이 총리는 곧 총리직에서 물러나 차기 총선거에서 정치 1번가 서울 종로구에 출마하거나 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이끄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세간의 관심이 '자리'에만 맞춰진 것이 부담스러운듯 향후 행보에 대한 질문에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는 다만 "앞으로 제가 무엇을 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도, 논의되지도 않았다""그것을 제가 요청하거나 제안하기보다는 소속 정당의 뜻에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선을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인 내년 116일 전에는 물러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정세균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야당의 선거법 투쟁 국면으로 그 전에 끝나지 않을 경우, 총리직을 당분간 직무대행 체제로 남겨둬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이 총리는 "그런 비슷한 걱정이 없던 건 아니다"면서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30일에 잡혔다는 뉴스를 보고 저의 걱정이 기우였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치인 이낙연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지적에는 "정치인에게는 조직 내 기반도 필요하지만, 국민의 대한 호소력이 못지않게 중요하고 후자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라며 돌파 의지를 밝혔다.

그는 또 "시대를, 어려운 시대를 건너가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면 그것을 작은 조직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과연 정치의 임무에 부합할까라는 의문을 갖는다"며 반문했다. 그러면서 "역시 국민이 갈증을 느끼는 건 정치에서의 품격, 신뢰감이 아닐까 생각한다""제가 돌아가는 곳이 정글 같은 곳이지만 국민이 저에게 신망을 보여줬고 그런 정치를 하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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