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흥훈 여명학교 교장

이흥훈 여명학교 교장 [사진=황기현 기자]
이흥훈 여명학교 교장 [사진=황기현 기자]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본지는 지난 주 ‘지역 주민 반대로 보류된 여명학교의 은평구 이전’ 제하의 기사에서 은평구 이전을 준비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명학교의 상황을 보도했다. 여명학교는 이전 부지를 물색한 끝에 얼마 전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 일대의 땅으로 옮겨가기로 했다. 하지만 여명학교의 이전은 난관에 부딪혔다. 은평구 지역 주민들이 이전을 결사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주민들은 해당 부지가 원래 주민을 위한 편익 부지라며 동의 없는 이전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여명학교의 조명숙 교감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무릎 꿇어 줄 어머니마저 없는 우리 탈북청소년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라는 글을 올려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조금 더 자세한 상황을 듣기 위해 일요서울은 여명학교의 이흥훈 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이 교장과의 일문일답.

“꼭 은평구 진관동 아니어도 되지만, 서울이면 좋겠어”
“집값 이야기 꺼낸 적도 없고 꺼낼 처지도 아냐”

- 여명학교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고, 지금은 어떻게 운영되나?

▲ 2000년대 초반 탈북민들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탈북 청소년들을 교육해 통일을 준비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2006년 23개 교회가 협력해 봉천동 낙성대 부근에 건물을 빌려 학교를 시작했다. 2008년에 현재의 건물로 이사했다. 2010년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대안학교로 인가를 받았다. 그전에는 미인가 상태여서 학생들이 검정고시를 따로 봐야했다. 여유 있게 공부를 시키거나 한국 생활 적응을 위한 교육은 따로 하기 어려웠다. 시험에 합격하는 게 1차 목표였으니까. 지금은 학력을 인정받는다. 또 북한 이탈 청소년들에게는 학비나 기숙사비 등을 모두 면제하도록 돼 있다. 그래서 통일부에 지원을 요청했고, 2015년부터 학교 예산의 50%를 통일부가 부담해준다. 그 밖의 예산은 모금이나 후원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지내거나, 집에서 다니고 있다. 좋은 분들이 있어서 장학금을 기탁하니까 학생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 북한 가족에 송금하는 아이들도 있고.

- 학교 이전이 결국 보류됐다.

▲ 아쉬움이 크다. 학교 이전을 준비한 것은 4~5년 정도 됐다. 지난해부터는 여러 땅도 알아보고 애를 쓰고 그랬다. 광장동에도 한참 공을 들였는데 안 되고, 내곡동도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무산됐다. 오금동도 시도하다가 또 안 됐다. 땅이 있다는 곳은 다양하게 알아봤는데, 서울시에서 소개를 해주셨다. 우리가 (은평구를) 찍은 것은 아니다. 은평구 진관동에 땅이 있다고 해서 어디든지 있기만 하면 감지덕지다. 우리는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하기 때문에 어느 한 지역의 연고라는 건 없다. 거기가 원래 SH땅인데, 오랫동안 안 팔리고 했던 땅을 학교용지로 바꿔서 매매를 하려고 했다. 저희는 그런 절차를 사실 잘 몰랐다. 과정 중에 주민 공람이 있고, 구의회 의견 청취가 있고 공청회가 있다. 공람 기간에는 문제가 없었다. 구의회에서부터 부정적인 의견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어 구청과 공청회에서도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우리 문제보다 더 큰 게 거기(진관동) 광역자원순환센터가 들어간다고 한다. 그거 때문에 반발이 심한데 우리 이전 (문제가) 같이 껴서 ‘왜 주민하고 관계도 없는 시설을 자꾸 집어넣느냐’고 하신다. 저희로서는 이렇게 반대가 심할지 몰랐고, 절차상 문제가 없으면 들어갈 수 있는 건가 했는데 아주 당황스러운 상태다.

- 주민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지?

▲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있다. 부정적인 의견이 강하다고 한다. 주민 분들은 왜 자기들과 소통을 안 하고 일을 진행 했냐고 하는데 누구와 소통해야 할지 몰랐다. 주민 분들 중 누가 대표성이 완전히 있는 것도 아니고…그래도 소통을 해보려고 공청회 때 이야기를 나눴던 두 분을 만났는데 어느 정도는 이해해주시더라. 또 가장 주도적으로 반대하신 분도 기억나는데 현재로서는 그분을 만날 방법이 없다. 관리사무소 가서 주민 분들 좀 만나게 해달라고 하고, 애는 쓰고 있다. 누구든지 만날 수만 있으면 만나서 이야기도 듣고 우리 설명도 하고, 조금 시간을 가지고 최선을 다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쉽지만 상당 기간은 보류가 될 거 같다.

- ‘집값 때문에’ 라는 이야기가 많다. 어떻게 생각하시나?

▲ 그곳이 편의시설이 참 없다. 편의시설을 즐기려면 차타고 나와야 한다. 학교 과밀화 문제도 많다. 그분들 입장을 이해한다. 다만 우리가 들어가려고 하는 땅은 10년 동안 방치된, 투자 가치가 없는 곳이라 좀 양해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싶다. 집값이라는 문제는 제가 거론할 문제도 아니고, 꺼낸 적도 없다. 우리 학교가 집값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누군가 탈북 청소년들을 품어주기를 바라는 건데, ‘우리 말고 다른데서 품어 달라 그래’라고 하면 아이들이 참 서글픈 거다.

- 학교 건물을 이전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 2021년 2월이면 계약이 만료된다. 그런데 사실 그전부터 건물주께서 연세도 있고 건강도 고려하셔서 현금화를 하고 싶어 하신다. 사실 사려고 하는 사람이 굉장히 좋은 가격을 불렀다. 그런데 학교가 있어서 임대료도 적고, 다른 용도로 바꾸기도 어렵고. 건물주가 굉장히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우리 때문에 건물도 못 팔고 계속 딜레이 되니 죄송했다. 임대료가 비싼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꼭 은평구 진관동으로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더러 지방으로 내려가라고도 한다. 문제가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학교를 지방으로 옮기면 인가가 말소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입장이 되는 것이다. 또 서울에 인가된 학교가 우리학교가 최초이자 유일하다. 길을 뚫었는데 서울에 이런 학교가 하나는 있어야하지 않겠나. 은평구 진관동이 아니더라도 서울시에 여유 있는 곳이 있다면 정부 차원에서 좀 신경써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거주 지역과 좀 떨어져서 주민과 마찰이 없는 곳이어도 좋다. 다만 현재도 학생들이 1시간에서 1시간 30분가량 통학하고 있다 보니까 교통은 좀 좋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가진 게 없다.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통로가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국민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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