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불명예의 전당’에 일조한 정치인 누구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2019년 국회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패스트트랙(안건 신속처리제도)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두고 여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잇따른 파행에 국회는 헛바퀴 돌았다. 막말과 고성은 기본이었다. 삭발과 단식도 일삼았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눈살은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 가운데서도 발군의 실력(!)으로 국민의 눈총을 받은 의원들이 있다. 일요서울은 2019년 한 해 국회 핫 피플을 추렸다. 막말, 사건·사고, 뷰티 단식·삭발 분야다. 번외로 ‘도구 사용’으로 주목받은 의원도 선정했다. 

-‘국민은 몰라도 되는’ 선거법-삭발·단식·빠루 총출동-‘가짜 공익 제보자’ 보호

한 해가 저물면서 20대 국회도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익히 알려진 대로 올해 국회는 여야 간 분쟁으로 얼룩져 법안 통과율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19대 국회는 40%대의 통과율을 보였다. 이마저도 저조하다 비판받았다. 이번에는 이보다 10%가량 낮은 30%대다. 

국회의원들은 올 한 해를 어떻게 보냈나. 정쟁만이 가득했다. 여의도에서는 큰소리가 떠날 날이 없었고 서로를 향해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패스트트랙(안건 신속처리제도) 갈등이 첨예하던 지난 4월경에는 자리에 드러눕거나 ‘도구’도 등장했다. 액션 영화를 방불케 했다. 갈등이 심화될수록 대응은 거세졌다. 원외 투쟁은 예사였다. 삭발과 단식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이 가운데서도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 정치인을 꼽았다. ‘불명예의 전당’에 일조한 이들은 누굴까.

선거법 개정안 관련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 [뉴시스]
선거법 개정안 관련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 [뉴시스]

심상정 “국민들은 알 필요 없다”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는 선거법 개정안이다. 국회의원에게는 ‘게임의 룰’을 정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선거법 개정안 통과 여부를 두고 의원들이 강조하는 내용은 한결같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선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선거법 개정안에 포함된 연동형 비례대표제 통과를 강조하는 건 군소 야당이다. 패스트트랙에도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대표발의한 ‘심상정안(案)’이 올라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입으로는 민심을 외치지만 머릿속으로는 의석수를 계산하는 모양새다. 심 대표는 연동형 비레대표제 관련 논의가 한창 진행될 무렵인 지난 3월17일 기자들과 만나 “산식(계산법)은 여러분이 이해 못 한다”며 “산식은 수학자가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기자들이 반발하자 심 대표는 “국민은 산식이 필요 없다”며 “컴퓨터를 칠 때 컴퓨터 치는 방법만 알면 되지, 그 안에 부품이 어떻게 되고 이런 것은 알 필요가 없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심상정안에 따른 연동형 비례대표제 산식은 ‘{(국회의원 총 정수(300명)×정당득표율)-지역구 의석}÷2’이다. 소수점 이하 값은 반올림한다. 산식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절차라면, 민의의 주체인 국민이 마땅히 알아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에게 이를 설명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발언이 논란이 되자 심 대표는 이후 같은 달 19일 “국민들은 선거제도 개혁 내용을 속속들이 다 아셔야 한다”고 진화했다.

안민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안민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안민석, 자칭 ‘공익 제보자’ 돕다 뭇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익 제보자’ 보호를 자처했다가 도마에 올랐다. 안 의원은 당시 고(故) 장자연 사건의 증언자라고 주장한 윤지오 씨와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실천하고자 지난 4월9일 안 의원을 주축으로 ‘윤지오와 함께하는 의원모임’이 결성됐다. 신변보호 문제를 비롯, 윤 씨가 증인으로서 겪었던 고충을 듣고 이를 개선하겠단 취지였다. 윤 씨의 방패막이가 되겠다고 표명했다. 안 의원은 윤 씨가 발행한 책 ‘13번째 증언’의 북콘서트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 수 있도록 협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윤 씨가 거짓 증언 의혹에 연루됐다. 이에 윤 씨와 적극적으로 연대한 안 의원에게도 화살이 돌아갔다. 이에 안 의원은 직접 해명에 나섰다. 안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사회의 큰 잘못이었던 장자연 사건의 진상을 밝혀 억울한 죽음을 위로하고 가해자들을 찾아내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 역시 출판기념회 이후 윤지오와 접촉하지 않았다”고 거리를 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 의원에게 당시 여론을 보고 부화뇌동해 윤 씨를 도운 것 아니냐는 질타를 쏟아냈다. 

삭발을 하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삭발을 하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황교안, 삭발로 ‘쾌남’ 됐다?

잇따른 한국당 인사들의 삭발 행렬 가운데서도 단연 주목받은 건 황교안 당대표였다. 황 대표는 지난 9월6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면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삭발을 강행했다. 황 대표의 삭발식은 그동안 관료형으로 분류돼 온 그가 ‘강성 정치인’으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황 대표의 솔선수범(?)으로 당에서는 한동안 삭발이 유행처럼 번졌다. 

황 대표는 삭발을 정중앙부터가 아닌 우측부터 머리를 밀었다. 우측 머리가 반쯤 밀리자 유행하는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처럼 보인 것이다. 황 대표의 얼굴에 수염을 합성한 사진을 인터넷에 게재하면서 ‘잘생겼다’, ‘쾌남 같다’는 조롱식 여론도 형성됐다. 이 같은 삭발 순서 역시 모두 계산에 있었다는 후문이다. 가운데서부터 밀면 자칫 우스꽝스러운 이미지가 연출될까 우려해 염두에 두고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삭발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황 대표의 삭발 기획은 성공적이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뒤를 따라 단식에 돌입했던 정미경 최고위원과 신보라 의원 [뉴시스]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뒤를 따라 단식에 돌입했던 정미경 최고위원(왼)과 신보라 의원 [뉴시스]

정미경·신보라 뷰티 단식 비판

정미경 한국당 최고위원과 신보라 한국당 의원 역시 단식에 뛰어들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앞서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황 대표가 건강상의 이유로 단식을 이어가지 못하자 바통을 두 사람이 이어받은 것이다. 이들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일까지 6일간 단식에 돌입했다. 하지만 황 대표의 단식이 받은 이목에 비하면 효과가 미미했다. 일각에서는 한국당 의원들이 삭발과 단식하는 것을 두고 공천권을 받기 위해 충성심을 증명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 2일 황 대표의 만류로 단식을 중단했다.

패스트트랙 정국이 한창이던 지난 4월 ‘빠루’를 들고 있는 나경원 한국당 의원 [뉴시스]
패스트트랙 정국이 한창이던 지난 4월 ‘빠루’를 들고 있는 나경원 한국당 의원 [뉴시스]

‘빠루’ 든 여전사, 나경원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다. 이 명제를 국회에서 증명한 사람이 있다. 나경원 한국당 의원이다. 지난 4월은 패스트트랙 정국으로 국회가 아수라장이 됐던 시기다.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를 맡은 나 의원이 ‘빠루(쇠지렛대)’를 들고 있는 모습이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세간의 화두에 올랐다. 한국당은 당시 민주당 측이 국회 문을 때려 부수려던 쇠지렛대를 입수했다며 “의회 쿠데타이자 의회 폭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상은 점거돼 있는 의안과 출입문을 열기 위해 국회 사무처 경위 직원들이 사용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쇠지렛대를 들고 당직자와 의원들을 통솔하는 나 의원의 모습은 대중의 뇌리에 강렬히 남았다. 이를 통해 ‘보수 여전사’, ‘나다르크’라는 별칭도 얻었으니 이만하면 도구 사용의 적절한 예라고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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