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억울함 풀어주세요” 현대판 신문고에 어떤 일이?
사건·사고 해결 민원부터 정책 제안·수정 등
남녀·나이 불문 국민들의 직접 참여 의지 높다

윤지오 [뉴시스]
윤지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민에게 가장 큰 인기를 얻은 것은 바로 청와대 국민 청원게시판이다. 30일 동안 20만 명의 동의를 받으면 국가에서 답변을 달아주는 현대판 신문고에는 정치, 사회, 경제 문제 등을 불문하고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일요서울신문에서는 2019년 국민청원 게시판을 달군 핫이슈를 알아봤다.

 

고 장자연 씨 사건 재수사

그리고 증언자 윤지오

 

고 장자연 씨 관련 청원은 지난 3월12일 올라왔다. ‘고 장자연 씨의 수사 기간 연장 및 재수사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청원은 30일 동안 총 738,566명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이 청원과 함께 ‘장자연 증인 윤지오 신변보호’ 청원은 총 318,057명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청와대는 지난 3월18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관련 보고 때 긴급 지시를 내린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국민청원은 최초 청원 게시 후 30일 이내에 20만 명이 동의하면 정부 부처 장·차관 혹은 가급적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답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통상 페이스북을 통해 방송되는 청와대 소셜라이브에 답변자가 직접 출연해 답변을 해 왔지만 이날은 문 대통령의 지시 모습이 담긴 영상과 함께 지시사항 전문을 게재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수사당국과 관련 부처는 성역 없이 철저한 수사와 조사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며 “이후 수사상황에 대해 청원AS 등 국민께 계속 보고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검찰과 경찰을 향해 “사건은 과거의 일이지만, 그 진실을 밝히고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고 신뢰 받는 사정기관으로 거듭나는 일은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는 점을 명심하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했다.

하지만 고 장자연 사건은 증인 윤지오 씨의 등장에도 불구, 사건의 진실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장 씨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언론인은 1심 재판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다. 재조사를 거쳐 장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지 10년 만에 기소가 이뤄졌지만, 재판부는 ‘유일한 목격자’인 윤지오 씨의 진술 번복 등을 이유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내년 4월부터 시행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주세요’라는 청원은 지난 4월5일에 올라왔다. 이후 총 380,769명의 동의를 얻어냈다. 역대 국민 청원 중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 제시된 사례로 꼽을수 있다.

해당 청원에 대한 답변은 5만 소방공무원을 대표해 정문호 소방청장과 최근 온라인에서 ‘동료를 떠나보낸 35년 차 소방관의 기도, 할 말 많은 소방관’이라는 영상으로 화제가 된 정은애 전북익산소방서 센터장이 함께했다.

지방직 소방공무원 5만1000여 명은 내년 4월부터 국가직으로 전환된다.

국가직과 지방직을 일원화해 소방관의 처우를 개선하고 소방서비스의 지역 격차를 해소하자며 만든 법안이 처음 발의된 지 8년여 만에 국회에서 통과됐다.

2011년 9월23일 유정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골자로 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지 8년여 만이다. 국가직화를 희망하는 소방관들에겐 큰 환영을 받았지만 당내에서조차 반대하는 목소리가 존재해 논의에서 배제되거나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2016년 7월 21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률 수정안을 발의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다. 시·도 재정 여건에 따라 소방관 처우와 소방서비스에 제각각이었던 탓이다.

교착 상태였던 국회의 소방직 국가직 전환을 위한 법안 처리에 탄력을 붙게 한 것은 올 4월 4일 강원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산불이었다. 제주를 제외한 전국 시·도 소방본부에서 소방관과 소방차 820대가 출동했다. 단일 화재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여기에 국민청원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이낙연 국무총리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정문호 소방청장이 잇따라 국회에 법안의 신속 처리를 호소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연합뉴스 재정보조금

폐지 요구도

 

‘연합뉴스에 국민 혈세로 지급하는 연 300억 원의 재정보조금 제도의 전면 폐지를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은 지난 4월4일 올라와 총 364,920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와대는 지난 6월3일 뉴스통신사 연합뉴스에 대한 연 300억 원 상당의 정부 지원을 중단해달라는 국민청원에 대해 “연합뉴스는 무엇보다도 공적 기능 강화를 통해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답변자로 나선 정혜승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이날 오후 소셜 라이브를 통해 이 같이 말한 뒤 “문재인 정부는 ‘언론의 독립과 공정성 회복’이라는 국민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법과 제도를 통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앞서 연합뉴스TV는 지난 4월3일 재벌3세들의 마약 사건 관련 뉴스를 전하면서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할 의도로 사용했던 노 전 대통령의 실루엣 사진을 그래픽으로 사용했다.

또 같은 달 10일 한미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방미 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 소식을 전하며 문 대통령 사진 아래 북한 인공기를 배치하기도 했다.

정 센터장은 이번 청원에 대해 “그만큼 국민들께서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열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재정보조제도 폐지는 입법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 센터장은 “연합뉴스에 대한 재정보조는 2003년 4월30일 국회가 제정한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집행되고 있다”며 “연합뉴스에 대한 재정보조제도의 폐지 문제는 국회의 논의가 필요한 입법 사항”이라고 말했다.

 

극악무도한 살인자에게

사형을 구형해 달라

 

전남 순천시의 한 아파트에서 약혼남의 회사 후배에게 성폭행당하고 숨진 40대 여성의 가족이 가해자의 사형을 요구하는 청원은 지난 6월 4일에 올라와 348,417명의 동의를 얻었다.

피해 여성 아버지는 청원 글을 통해 “지병이 많은 나이 팔십 노인으로 부인은 30년 동안 파킨슨병을 앓다가 3년 전 세상을 떠났다”며 “숨진 딸은 엄마의 병간호를 도맡았고 지병이 많은 저를 위해 단 하루도 빠짐없이 병간호와 식사를 책임져 온 착한 딸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딸은 학원 영어 강사를 10여 년째 하면서 착하고 바르게 살아왔다”면서 “이 무자비한 악마가 화단에 떨어진 딸을 끌고 올라가 몹쓸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는데 사람이라면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했을 것이고 그러면 우리 딸이 살았을 것 아니냐”고 분노했다.

아버지는 이와 함께 “살인마는 성폭력 전과 2범에 범행 당시 전자발찌까지 차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그 누구도 몰랐다. 우리나라가 정말로 원망스럽다”면서 “살인마의 관리가 이렇게 허술해서야 세상의 모든 딸들이 어떻게 마음 놓고 살 수가 있겠냐”고 하소연했다

피해자 아버지는 “극악무도한 살인마를 살려두면 언젠가는 우리 주변 예쁜 딸들이 우리 딸처럼 또 살인을 당할지도 모른다”며 반드시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순천경찰서는 5월29일 강간치사 혐의로 구속된 A(36) 씨에 대해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적용해 5일 구속 송치했다.

A 씨는 5월27일 오전 6시 15분께 술을 마시고 회사 선배 약혼녀가 살고 있는 순천시 한 아파트 6층 B(43·여) 씨의 집을 찾아가 B 씨를 성폭행하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 씨가 만취 상태에서 성폭행을 시도했으며, 성폭행을 피하던 B 씨가 베란다에서 화단으로 추락하자 1층으로 내려가 B씨를 부축해 승강기를 다시 집으로 돌아간 뒤 성폭행 및 목을 졸라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크웹 불법정보 추적시스템

만들어 범죄자 잡겠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19일 다크웹 기반의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만들어 수익을 낸 손모씨와 사이트 이용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에서 “다크웹을 이용한 범죄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반드시 검거된다”며 ‘다크웹(Dark Web)’ 추적 시스템을 연내까지 개발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다크웹은 일반 검색 사이트로 확인되지 않는 특수 프로그램으로 접속하는 웹 브라우저를 일컫는다. IP 추적과 익명성이 보장돼 마약과 불법 음란물 등이 주로 유통되고 있다.

손모씨는 세계 최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유통사이트를 다크웹을 통해 개설해 2년 8개월간 4억여 원의 범죄 수익을 남겼다. 지난해 적발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이에 한 청원인은 지난 10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포르노 사이트 운영자 손모씨와 사이트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요구하는 글을 게시했다. 청원 3일 만에 답변 기준선인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답변자로 나선 이정옥 장관은 “다크웹이 범죄 안전지대라는 인식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도록 경찰청 내에 ‘다크웹 전문 수사팀’을 운영하고 있다”며 “전 지방경찰청의 수사력을 집중해 아동 성 착취물, 마약 등을 포함한 사이버 범죄에 대해서 전국 규모의 수사를 하고 있고, 운영자와 이용자 모두 처벌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말까지 불법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단서를 분석하는 ‘다크웹 불법정보 추적시스템’을 개발하겠다”면서 “다크웹과 같은 익명 기반의 사이버 범죄 추적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해, 내년부터 향후 3년간 40억 원의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주 의원 [뉴시스]

리얼돌 수입금지

유승준 입국금지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분야와 내용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청원이 올라왔다. 앞서 언급된 청원들 외에도 리얼돌 수입 및 판매 금지를 요청하는 청원, 유승준 입국금지를 요청하는 청원, 아이돌보니 영유아 폭행 재발방지밥안 수립을 요청하는 청원 등 많은 청원이 오늘도 올라오고 있다.

이 중 유승준 관련 사건은 대법원 재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외교부는 지난 5일 병역 기피 논란을 일으켰던 가수 유승준(스티브 승준 유·43)씨에게 LA총영사관이 한국 비자를 발급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에 불복해 재상고했다.

앞서 해당 재판부는 지난달 15일 열린 유 씨의 사증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LA 총영사관의 비자 거부 조치가 위법하다고 본 대법원 판단을 유지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증발급거부처분 당시 유 씨가 입국금지 대상자에 해당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며 “법무부 장관의 입국금지 결정은 대상자에 대한 통지를 전제로 하지 않은 것으로 행정청 내부의 정보제공 활동에 불과해 이 사건 사증발급거부처분에 대한 구속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국금지 결정이 타당하다고 해도 유 씨의 입국 및 연예활동은 출입국관리법이 정한 입국금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이 같은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이 사건 처분은 비례의 원칙과 평등을 위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명백히 무효다”고 설명했다.

판결 직후 외교부는 “대법원에 재상고해 최종적인 판결을 구할 예정”이라며 “향후 재상고심 등 진행 과정에서 법무부, 병무청 등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정상급 가수였던 유 씨는 지난 2002년 1월 해외 공연 등 명목으로 출국한 뒤 미국시민권을 취득해 논란이 일었다.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당시 병무청장은 “유 씨가 공연을 위해 국외여행 허가를 받고 출국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사실상 병역의무를 면탈했다”면서 법무부 장관에게 입국 금지를 요청했고, 법무부는 입국금지 결정을 내렸다.

유씨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지난 2015년 10월이다. 유 씨의 재외동포(F-4) 비자 신청에 LA총영사관이 “입국규제대상자에 해당해 사증발급이 불허됐다”고 답하자, 유 씨는 “재외동포는 입국금지 대상자 심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입국금지 결정에 구속돼 비자 발급을 거부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증발급 거부처분은 재량행위인데, LA총영사관은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았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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