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사상 3번째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의 남자’(감독 이준익·제작 이글픽쳐스 씨네월드)가 드디어 역대 한국 영화 흥행 1위를 달성했다. 예상치 못한 대박 흥행에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그 중심에는 ‘예쁜 남자’ 이준기 신드롬이 있다. 여자보다 더 예쁜 외모와 중성적 이미지가 중첩된 광대 공길의 이미지는 ‘크로스 섹슈얼’의 트렌드로 이어지고 있다. 2006년 초 ‘열병’을 퍼트린 ‘예쁜 남자’ 이준기의 ‘치명적인’ 매력을 들여다 보았다.

성적(性的) 경계인의 이미지화

영화 ‘왕의 남자’로 주목받고 있는 배우 이준기의 ‘크로스 섹슈얼 코드’(여성들의 의상이나 머리 스타일, 액세서리 등을 하나의 패션 코드로 생각해 치장을 즐기는 남성들의 스타일)가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준기의 매력은 ‘꽃미남’으로도 설명이 부족하고, 하리수 같은 트랜스젠더와도 다르다. 이준기는 첸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에 등장하는 여장남자처럼, 크로스 섹슈얼을 시도하면서 동성애적 매력을 발산한다. 그는 성적(性的) 경계인의 역할을 이미지화하면서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과연 ‘이준기 신드롬’의 실체는 무엇일까. 원빈·김재원이 ‘꽃미남 신드롬’의 대표주자라면, 다니엘 헤니와 데니스 오 등은 남자지만 자신의 외모를 아름답게 가꾸는 ‘메트로 섹슈얼’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준기의 경우는 ‘남자도 예뻐질 수 있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놓았다.

네티즌들의 이준기에 대한 평가는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네티즌 ‘younhe9325’는 “배우 얼굴도 시대에 따라 유행을 타는 것 같다. 이준기는 잘 생겼다기보다는 예쁘게 생긴, 정말 매력 있는 얼굴”이라고 평했다. 또 다른 네티즌 ‘artooner’는 “이준기의 동성애적 뉘앙스가 여성층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라고 말했고 ‘cinetech’라는 네티즌은 “공길 역은 이준기에게 축복인 동시에 극복해야 할 산이 될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이준기 신드롬이 이어지면서 소속사는 긴급 ‘보호령’을 내렸다. 이준기가 움직일 때마다 1급 경호원이 ‘출동’한다. 팬과 취재진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차량 바꿔타기는 일상이 돼 버렸다. 이준기를 쫓기 위해 할리우드에서나 볼 수 있는 백주대낮 차량추격전도 종종 벌어진다. 이준기는 최근 전문 경호회사의 보디가드 10여명을 채용했다. 소속사는 구름같이 몰려드는 팬들로 인해 일어날지 모르는 만약의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전담경호팀’을 구성해 24시간 경호에 들어간 상태.

소속사 관계자는 “수십명의 열성팬이 이준기와 악수만 하는 게 아니라 막무가내로 달려들어 끌어안기 때문에 부득이 이런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실제로 소속사나 방송사에서 이준기가 탄 차량이 출발하면 여러대의 택시가 뒤따른다. 이준기를 따라잡으려는 팬들이 잡아탄 택시들이다. 극성팬들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이준기는 차량을 수시로 바꿔 탄다. 또 이준기가 사무실을 나설 때는 다른 차량 여러대가 잇달아 출발하는 ‘연막작전’도 펼쳐지고 있다.현재 이준기 소속사는 모든 촬영 스케줄과 대외활동 상황을 극비에 부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이준기를 귀신같이 알고 추적한다. 이준기의 단골 헤어숍에도 10여명의 ‘오빠부대’가 상주하고 있는 상태. 소속사는 “이준기의 집도 언제 기습당할지 모른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준기가 영화에서 사용한 손 인형은 인터넷 경매에서 2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문화분석가들은 “영화 속 이미지를 현실에서 이어 가려는 팬들의 패닉현상이 신드롬을 형성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학창시절 끼 많은 미소년

부산 토박이 이준기(24)는 학창시절 욕심 많고 끼 있는 미소년이었다. 고교 시절 댄스 동아리에 참여했는가 하면 한때 가수로 나서볼 생각도 했었다고 한다. 지난 2001년 그는 배우의 꿈을 품고 무작정 상경했다. “부모님은 ‘헛바람 들었다’면서 때론 울고 때론 때려가면서 저를 말렸어요. 하지만 그런 말씀이 제 귀에 하나도 들리지 않는 거예요. 서울로 도망치듯 올라와서는 여기저기 철없이 돌아다녔어요.” 그는 호프집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배우의 꿈을 키웠다. 결국 그는 그 해 3월 방송된 SBS ‘리얼 코리아’를 통해 데뷔하는 행운을 잡았다. 또 매니지먼트사 에이스타스의 연예인 캐스팅 박람회 때 이준기는 연기자 지망생으로 잠깐 출연하기도 했다. 이 때 인연을 맺은 사람이 현 소속사(멘토 엔터테인먼트)의 김우진 이사다.

김 이사는 “묘한 분위기가 있더라구요. 일단 대학로에서 연기를 하라며 제 명함을 줬죠. 그리고 6개월 뒤 ‘진정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내용을 담은 장문의 이메일을 받았어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아르바이트로 한달에 50만원을 벌면서 대학로의 반지하 연습실에서 친구들과 연기공부를 한 이준기는 200여번의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신 끝에 2002년 촬영을 시작한 한일합작영화 ‘호텔 비너스’(다카하타 히데타 감독·2004년 개봉)와 2003년 말 MBC 한일합작드라마 ‘별의 소리’에 출연했다. 신인답지 않게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그는 2004년 겨울 마침내 ‘왕의 남자’를 만나게 된다. ‘왕의 남자’ 장생 역 1순위였던 장혁을 대신해 감우성이 캐스팅되고, 빈자리였던 공길 역 오디션에 참여,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공길의 여성스러움을 한꺼풀 벗겨내고 싶은 욕심에 SBS ‘마이걸’의 바람둥이 서정우 역할에 도전했다.

팬카페 회원만 39만명

이준기의 다음 팬카페 ‘하늘아래 준기 세상’(http://cafe.daum.net/myloverjunki) 회원은 무려 39만명이 넘으며 하루 방문자가 7만4,000명. 소속사에서 보관 중인 팬레터는 1만여통. 각종 선물은 1,00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숙소인 서울 강남 삼성동의 빌라 앞과 미용실, ‘마이걸’ 촬영장에는 늘 열혈팬들이 진을 치고 있다. 지오다노 CF모델(6개월·1억원)로 발탁돼 이효리와 호흡을 맞췄고, 출연 제의를 받은 CF만 30여편이다. 20여곳에서 화보촬영 제의도 쏟아지고 있다.이 같은 인기에 대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준기는 “얼떨떨하다. 원래 무뚝뚝한 성격인데 ‘하.준.세’에 정성껏 댓글을 해준 게 좋은 인상을 준 것 같다. 물론 공길역의 캐릭터가 크게 어필했다고 본다”며 환히 웃었다. 소속사 ‘멘토’의 김우진 이사는 “이준기의 인기는 순정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중성적 매력(여성적 외모와 자상함+중저음의 목소리와 터프한 모습)에 있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이준기는 연기 외에 도대체 딴짓을 하려 들지 않는다. 감정 몰입과 집중력이 무척 뛰어난 편이고 지독한 영화광이라 쉬는 날엔 하루 12편을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배우 꿈 안고 무작정 상경

‘예쁜 남자 신드롬’의 주인공 이준기.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그는 성격도 남자답게 화끈하다고 한다. 태권도 3단에다가 태껸도 수준급의 실력을 자랑할 정도로 강인한 면모도 갖고 있다. “고등학교 때 학교 대표 태권도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어요. 지금 준비 중인 영화 ‘플라이, 대디, 플라이’에서는 주먹세계에 뛰어든 겁 없는 고등학생 역을 맡았는데 액션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하기 위해 부지런히 운동을 하고 있어요. 그 영화에서는 저의 남성적인 면모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지난달 14일. 새 영화 ‘플라이, 대디, 플라이’(최종태 감독)에서 이문식과 연기호흡을 맞췄다. 동명의 일본소설이 원작인 이번 작품에서 그는 일찌감치 인생과 주먹의 세계를 마스터한 과묵한 고교생 승석 역을 맡는다. 때문에 당분간 드라마와 쇼 프로그램 등 TV출연을 자제할 생각이다.

소속사 측은 “올해는 영화배우로서 일본 연예계 문을 두드릴 계획이고 한일합작영화 출연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준기는 일본에서 2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호텔 비너스’를 통해 이미 한류스타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무명시절부터 틈틈이 익힌 일본어 실력도 수준급이다. 그는 “지금의 인기가 언제까지 갈지 저도 모르죠. 인기를 이용해 떼돈을 벌 생각도 없어요. 연기만 열심히 할 겁니다. 주인공에도 욕심 없어요. 시나리오와 캐릭터만 좋으면 어떤 작품이든 출연할거예요”라고 말하고 있다. 본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이준기는 ‘이미 준비된 연기자’라는 말로 삼행시를 지어 말하길 즐기기도 한다. 그는 앞으로 1∼2년 후에는 지독한 악역, 호러물, 정신질환자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진정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욕심으로 연기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 ‘왕의 남자’와 ‘왕의 여자’이준기 VS 김민정 ‘맞짱’

이준기와 김민정은 영화 ‘발레교습소‘에 함께 출연한 동갑내기 배우다. 이준기와 김민정이 각각 ‘왕의 남자’와 ‘왕의 여자’로 변신,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준기가 출연한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는 지난해 12월29일 개봉해 현재 전국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고 ‘이준기 신드롬‘까지 만들어냈다. 김민정이 ‘왕의 여자’로 등장하는 김대우 감독의 ‘음란서생’은 지난달 23일 개봉을 시작으로 현재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사극의 열풍을 이어갔다.

사극열풍 몰아온 루키들

‘여자보다 예쁜 남자’ 이준기는 ‘왕의 남자’에서 연산군(정진영 분)의 마음을 사로잡는 광대로 등장한다. 이 영화를 통해 단박에 스타성을 인정받은 이준기는 몸값이 10배나 뛰어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크로스섹슈얼, 남성성과 여성성이 함께 존재하는 새로운 남성상을 그려내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그렇다면 영화속 이준기는 어떤 매력을 발산할까. 뽀얀 피부에 선이 고운 얼굴, 그리고 여자보다 예쁜 앵두 같은 입술을 지녔다. 여기에 여성스러움까지. 이준기는 영화속에서 신비한 매력을 발산하며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그가 출연중인 SBS ‘마이걸’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외모를 무기로 끼 발산

김민정, 그녀가 요염하고 아름다운 ‘왕의 여자’로 돌아왔다. 김민정은 ‘음란서생’에서 왕의 여자로 등장, 사대부 집안 자제이자 당대 최고의 문장가로 알려진 윤서(한석규 분)의 음란소설을 읽게 되면서 그와 인연을 맺게 된다. 김민정은 이 영화에서 ‘왕의 여자’ 답게 아름다운 자태와 단아함을 과시할 예정. 기존에 선보였던 김민정의 발랄하고 톡톡 튀는 매력에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을 더했다는 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김민정은 특히 이 영화를 통해 노출연기를 감행, 그녀의 연기 변신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배우 김민정이 영화 ‘왕의 남자’로 충무로 최고 슈퍼루키로 떠오른 동료 배우 이준기를 두고 “준기가 잘돼서 기쁘다, 인터넷 인기 검색어에서 이준기 이름을 볼 때면 화들짝 놀라고는 했다”며 진심의 축하를 전했다. 김민정이 ‘왕의 남자’ 공길에 이어 ‘왕의 여자’ 정빈으로 다시 사극 열풍을 몰고 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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