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준공식에 참석해 소통이라는 글자를 가르키며 눈을 감고 있다. [뉴시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 준공식에 참석했다. [뉴시스]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국회 소통관 준공식에서 "소통의 문화"를 강조했지만, 정작 야당과는 '불통(不通)' 행보를 보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앞서 국회는 23일 오후 2시 국회 소통관 1층 홀에서 '국회소통관 건립공사 준공식'을 열었다. 이날 준공식에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유인태 국회사무총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날 준공식이 열린 소통관은 지난 2015년 3월 설계공모로 시작돼 5년 만에 첫선을 보였다. 소통관은 프레스센터가 설치돼 있어 기존 정론관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문 의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국회 소통관은 국회가 소통의 중심, 나눔의 현장이 되겠다는 염원을 담아 설계된 건물이다. 민주주의의 미래를 논하는 열린 국회를 지향한다"며 "국회 소통관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명소가 되고 소통의 문화를 발신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기념사의 취지는 불과 6시간 만에 뒤집혔다. 본회의 개최에 반발한 제1야당의 면담 요청에도 불응했을 뿐만 아니라 야당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본회의를 기습 개의했기 때문이다.

이날 안건 상정에 이어 작심 발언에 나선 주호영 한국당 의원은 "국회법에 의해 부의된 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이 신청된 경우 의장은 반드시 무제한 토론을 실시해야 한다"며 "의장이 임의로 해석하고 결정하는 것은 불법이다. 직권남용과 형사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주 의원은 이어 "불법과 나눠먹기 야합, 거듭된 무리수로 점철된 이 정권과 민주당의 패스트트랙은 폭망의 패스트트랙이 될 것"이라며 "법 규정에 따라서 지금부터 무제한 토론을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 중 마이크가 꺼지자 문 의장은 "토론 다하셨느냐. 그러면 내려가달라"고 재촉했다.

그러자 한국당 의원들은 일제히 문 의장 주위로 몰려가 "기다리라", "시간이 뭐가 다 됐느냐"며 항의했다. 이어 "불법 의장", "아들(문석균 씨) 공천", "공천 대가"라고 외치며 강력 반발하자 문 의장은 "이따가 필리버스터는 밤새도록 하셔도 된다. 그때 하라는 것"이라고 응했다.

이후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주 의원의 무제한토론 발언이 시작되자 문 의장은 주승용 국회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기고 퇴장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문 의장을 직권 남용으로 형사처벌하라", "국회의장 탄핵은 못시키나" 등의 격렬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372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회의 진행에 항의하는 한국당 의원들에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뉴시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372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회의 진행에 항의하는 한국당 의원들에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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