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반도를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였던 ‘대한민국!’ 함성이 다시 되살아나는 6월. 이제 ‘작은 장군’으로 불리는 딕 아드보카트(59)가 대한민국 월드컵호의 마스터키를 쥐었다. 그도 또 다른 월드컵 신화를 꿈꾸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 월드컵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그다.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기간에 대표팀을 조련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그동안 40여일에 걸친 해외전지훈련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월드컵대표팀 구성을 마쳤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아드보카트호가 23명의 태극전사를 태우고 ‘독일 월드컵의 바다’로 출항을 앞두고 있다. 선장 딕 아드보카트 감독과 조타수 핌 베어벡, 홍명보 코치는 이제 출격을 앞두고 마지막 담금질에 한창이다. 한국 축구의 2002년 4강 신화가 ‘한 번의 기적’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한국 축구가 ‘진정한 세계의 강자’로 다시금 인정받게 될 것인지는 23명의 태극전사와 그의 손에 달렸다. 작은 장군’ 아드보카트 감독의 진정한 능력 발휘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친근한 네덜란드 아저씨

네덜란드 출신으로 170㎝가 될까 말까한 키에 딱 벌어진 어깨, 동글동글한 얼굴형, 유머러스하면서도 다혈질적인 성격을 지닌 축구대표팀 딕 아드보카트(59)감독.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그의 첫 이미지는 친근한 인상이다. 좀처럼 개인적인 얘기를 꺼내지 않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한국으로 건너온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개인사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4월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6차 충청포럼 ‘한국축구의 발전과제’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는 자리에서다. 그는 이날 짧막한 인사말과 함께 “오늘 강연은 제 삶에 대해 얘기하는 것으로 시작하겠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놨다.“어릴 적 아주 가난하게 살았지만 축구와 인연을 맺으면서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다”, “축구감독으로서 축구선수나 축구 관계자들과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힌 아드보카트 감독은 참석자 대부분이 비축구계 사람임을 감안해 자신의 인생사를 장시간 털어놓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어린 시절은 매우 힘든 시기였다. 2차대전 직후인 1947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났는데 당시 먹을 것도 구하기 힘들었다. 부모님은 다섯 자매를 키우느라 6일 내내 열심히 일하셔야 했다. 그 때부터 난 방과 후에 축구를 했는데 축구가 가장 값싸게 할 수 있는 운동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이후에 진정한 삶이 시작됐다. 운동하는데 중요한 건 내 재능을 누가 알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내게 행운이 따랐고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기회를 얻어 16살 때 프로선수 계약을 맺을 당시 신문에 내 이름이 나왔다. 참 자랑스러웠다”고 덧붙였다.그는 유소년 대표 경력은 있었지만 성인대표팀에는 한 번도 뽑히지 못했다면서 그렇지만 36살까지 선수 생활을 하면서 프로팀에서 500경기 이상 뛰었는데 그 과정이 지도자를 하는데 자양분이 됐다고 덧붙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도자가 된다는 건 어떤 것도 보장되지 않는 불안한 상태였다. 내 자질을 모든 사람에게 보여줘야 했다. 그 때 나를 알아준 사람이 바로 리누스 미셸 감독이었고 그는 내 영원한 스승이 됐다”고 전했다. 리누스 미셸은 네덜란드 ‘토털 사커’의 창시자로 ‘장군’으로 불린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작은 장군’이라는 별칭을 얻은 것은 미셸 감독의 수제자이기 때문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내겐 행운이 많이 따라줬다. 늘 주변엔 나를 도와주는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축구에 대해 공부한 게 지금의 나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영웅 미셸감독 ‘수제자’

독일 월드컵 개막을 18일 앞둔 지금 그는 “한국은 다시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따라서 한국축구의 새로운 선장이 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스타일과 개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월드컵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조직력을 중시하는 현대축구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10월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한국 감독직은 커다란 도전이다. 내가 한국팀을 맡은 이유는 도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계속된 성적 부진과 그에 따른 두 차례 사령탑 교체 등으로 어수선했던 대표팀은 아드보카트 감독 부임 이후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 갔다.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월드컵 4강 멤버라도 정신력이 해이해졌다면 집에서 쉬도록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첫 소집 훈련 때는 “2002년은 다 잊어라.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태극 전사들에게 정신 재무장을 강조했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분위기 쇄신에 성공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최적의 전술과 시스템을 찾고자 다양한 실험을 계속하며 독일에서 선보일 기본 틀을 완성해 왔다.요즘 아드보카트 감독이 2006월드컵을 향해 땀을 흘리고 있는 태극 전사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이다. 이천수(울산)는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공격진에게 너희들은 골을 넣어야 한다. 킬러라면 그라운드에서 골로 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지만 직접 감독이 그런 이야기를 하면 또 다른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스트라이커의 골 욕심에 대해 아드보카트 감독은 관대한 편이다. 아드보카트가 거듭 강조하는 것은 “공격수는 최전방 수비수”라는 점. ‘토털 사커’의 적자답게 그는 멀티 플레이어를 중시한다. 전원 공격. 전원 수비를 모토로 하는 토털사커의 기본 개념이다. 이호(울산)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주문 사항을 “압박을 통해 볼 점유율을 높여 경기를 지배하라”고 요약했다.

공격과 수비의 중간지대에서 미드필더는 연락병 역할을 하는 동시에 강력한 압박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한국에는 김남일 이호 이을용 박지성 김두현 등 미드필드 부분에 훌륭한 자원이 많다는 점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수비수와 골키퍼에게 강조하는 것은 역시 ‘안전 제일’이다. 위험 지역에서는 일단 공을 안전한 곳으로 클리어링하는 게 제1의 덕목이다. 여기에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가지를 더 주문한다. 일단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첫번째 패스를 내주는 수비수가 조금 더 세밀하게 볼터치로 공격을 매끄럽게 하라는 점이다. 김동진은 미드필더 출신답게 패스의 질이 좋아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인정받게 됐다. 수비의 시작이 공격수라면 공격의 시작은 수비수라는 게 아드보카트 감독의 철학이다.

한국 라면 맛에 흠뻑 빠져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많다. 그는 처음으로 떡볶이를 먹은 후 기겁하면서 “내 입술이 불에 타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고 한다. 최근 그는 한국 대표팀을 맡은 이후의 일화와 소신, 어린 시절 등을 모은 에세이집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랜덤하우스중앙 발행)’를 냈다. 책에는 광고 촬영 도중 한국 음식을 대한 일화가 소개돼 있다. 먼저 사발면을 먹었는데 면발이 고소해서 그 다음엔 봉지 라면으로 국물까지 맛봤다고 한다. 그리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빨갛고 길쭉한 음식을 봤는데 ‘그게 뭐냐’고 해서 떡볶이라는 걸 알고 한 번 도전했다가 혼이 난 에피소드를 전했다. 또 그는 에세이를 통해 한국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겪었던 에피소드와 선수들에 대한 애정 등을 비롯해 축구를 시작하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 등을 솔직담백하게 전했다.

이영표에게는 “어떤 부모라도 너를 사위 삼고 싶을 거야”, 이천수에게는 “넌 언제나 날 놀라게 해”라는 말로 선수들을 추켜세우는 그의 면모가 그대로 담겨 있다. 그렇지만 그는 대표팀 첫 소집 훈련때 선수들에게 “자가용을 가져 오지 말라”는 지시를 내려 긴장도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아드보카트 감독은 “성공을 바라는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훌륭한 팀을 구성한 만큼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하겠다”며 기대감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 “딕 아드보카트를 잡아라”…전 세계 구단에서 ‘러브콜’에인트호벤 등 명문 유럽팀 ‘콜사인’

한국대표팀을 맡고 있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에 대한 전세계 구단과 협회의 구애가 뜨겁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세계적인 구단들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뒤를 이어 또 하나의 ‘코리안드림’을 이룰 태세다. 현재까지 러브콜을 보낸 곳은 PSV에인트호벤과 러시아의 제니트 상테스부르크, 그리고 한국과 호주축구국가대표 감독 등 4곳이다. 한국대표팀을 맡고 있는 딕 아드보카트(59) 감독은 2002년 월드컵 이후 자리와 관련 세계적인 구단들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거스 히딩크 감독의 뒤를 이어 또 하나의 ‘코리안드림’을 이룰 기세다. 대한축구협회도 월드컵 이후 재계약방침을 추진하고 있어 아드보카트의 몸값이 계속해서 치솟을 전망이다.

특히 히딩크 감독을 영입해 극적으로 월드컵에 진출한 호주는 로이 회장이 지난 5일(한국시간) 폭스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히딩크 감독 후임으로 아드보카트, 프랑스 리옹의 제라드 울리에, 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빌라르도를 포함한 몇몇 후보자들과 접촉하고 있으며 월드컵 직후 발표할 것”이라고 말해 적극적인 입장이다.PSV에인트호벤과 호주축구대표팀 감독에 히딩크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고, 러시아의 상테스부르크도 매력적인 제안을 한 상태다. 지난 4월 13일 네덜란드 축구전문 주간지 ‘풋발인터내셔널’의 톰 크니빙 기자에 의해 “아드보카트 감독이 최근 러시아축구협회로부터 월드컵이 끝난 뒤 감독직을 맡아줄 것을 제의받았다”고 전한바 있다. 이에 아드보카트는 아직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상태라는 전언이다. 크니빙 기자는 “러시아가 내후년 열릴 유로 2008에 대비해 능력 있는 사령탑을 물색하고 있는 가운데 아드보카트 감독이 그중 하나로 낙점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러시아의 움직임은 단지 짝사랑에 그칠 수도 있다. 아드보카트는 대한축구협회와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계약돼 있으며 다만 6월15일까지 양측이 원할 경우 2007아시안컵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갖고 있다. 따라서 최종 진로는 한국의 월드컵 성적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도 월드컵 이후 재계약방침을 추진하고 있어 아드보카트 감독의 몸값은 계속해서 치솟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아드보카트 감독도 “월드컵 이후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한껏 분위기를 띄운 상태다. 전문가들은 일단 아드보카트 감독은 월드컵 이후 PSV 에인트호벤을 맡은 후 다음 월드컵을 앞두고 국가대표팀을 맡은 히딩크를 벤치마킹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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