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는 여고생들을 대상으로 오늘 28일부터 8월 4일까지 ‘숲 체험여름학교’를 개최한다. 올해로 벌써 19년째를 맞는다. 유한킴벌리는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운동의 일환으로 각종 다양한 환경운동을 지원한다. 환경에 대한 기업들의 지각이 부족한 이 때 유한킴벌리의 환경운동은 더욱 더 빛이 난다. 이 모든 것이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의 환경경영·윤리경영이 만들어낸 것이다. 대학생이 가장 존경하는 CEO이기도 하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환경지속성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46개국 중 평균 122위를 기록했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43점. OECD국가들 중 꼴찌다.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이러한 우리나라의 ‘환경’에 관한 측면에서 유일무이하게 ‘환경’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사람이 있다. ‘재계의 환경운동가’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55·사진)이 바로 그다. ‘유한킴벌리’ 하면 사람들은 모범적인 기업, 깨끗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 이유는 뭘까. 유한양행의 고 유일한 박사의 영향도 크지만, 현재 문국현 사장이 환경경영·윤리경영을 통해 소위 제대로 된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의 비전은 CEO의 경영철학에 달렸다. CEO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냐가 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문국현 사장은 ‘환경문제’에 관심이 유별나다. “환경경영은 기업의 전략이자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주창하며 유한킴벌리를 투명하고, 환경중심적 기업으로 이끌고 있다.

문국현의 알아주는 ‘숲사랑’

문국현 사장은 취미가 ‘숲 가꾸기’ 라고 할 만큼 환경보호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주위에서 환경부 장관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할 정도다. 문 사장은 어린 시절부터 자주 산행길에 올랐다. 처음에는 힘들었다. 그러나 형제들과 산을 타면서 그 고됨에 ‘협력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고 산이 주는 넉넉함에 매료가 됐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그에게 있어 ‘산’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문 사장이 환경보호에 앞장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또 하나의 계기가 있다. 유한킴벌리 입사 10년째 되는 해 문 사장은 호주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그곳은 충격에 가까웠다. 자연보호가 너무 잘돼있었던 것. 이유는 나무였다. 나무전문가, 환경보호가들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나무를 심고 보호하자는 의식이 바로 서있었던 것. 1여년의 유학을 끝내고 그는 회사로 돌아갔다.

이후 그는 크고 작은 환경캠페인을 주도했다. 그리고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이용한 다양한 광고와 친환경적인 환경시스템을 강조한다. 그는 유한킴벌리에서 1984년 시작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주도했다. 여기서 첫 번째 ‘푸르게’는 숲을 초록으로 만들자는 것이고, 두 번째 ‘푸르게’는 물과 하늘을 파랗게 만들자는 것이다. 처음 반신반의하며 시작한 캠페인은 벌써 22년째로 가장 오래되고 성공한 기업주도 환경운동으로 꼽힌다. 유한킴벌리는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운동’의 일환으로 다양한 환경보전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 공유지와 국유지에 나무심기 및 숲 가꾸기, 학교 숲 만들기, 여고생과 신혼부부를 위한 환경 캠프 등등이 그것이다. 이 영향으로 전국 공유지와 국유지에 심은 나무가 2,500만 그루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게 해서 모은 숲 가꾸기 조성기금은 총 50억여원에 이른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운동’ 주도

IMF 외환위기 때는 ‘생명의 숲 국민운동’을 통해 실업자 13만명에게 5년간 국유림 조성사업에 참여하게 하기도 했다. 1985년에는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1988년부터는 여고생을 대상으로 한 나무심기와 숲 알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환경문제의 심각함을 젊은 세대들에게 일깨워주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에서였다. 1995년부터는 회색 콘크리트와 공해에 둘러싸인 학교 주변의 환경개선을 위해 ‘학교 숲 만들기 운동’을 시작했다. 그 결과 2006년 현재까지 380개 학교에 숲을 제공했다.매출액의 0.5% 이상 지난 20 여년간 나무심기에 들인 돈이 1천억원이 넘는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당장은 손해 같지만, 돈으로 셀 수 없는 엄청난 사회적·경제적 가치와 이익을 얻었다고 문 사장은 말한다.

환경과 경제는 상생관계

캠페인만 하는 것이 아니다. 문국현 사장은 ‘환경경영을 하면 오히려 기업에 이익’이라고 주장한다. 자연을 사후관리가 필요한 골칫덩어리로 보지 말고 이용할 기회로 보라는 얘기다. 환경경영을 하면 돈이 더 많이 든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막판에 유해물질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지 말고 처음부터 유해물질을 나오지 않게 하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결국 다른 기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실제로 유한킴벌리는 내부 환경관리정책을 통해 기업경쟁력을 강화시켰다.전과정 분석(LCA·life cycle assessment)과 공급망 관리는 유한킴벌리의 대표적인 환경관리 정책이다. 전 과정 분석에서는 제품의 설계부터 납품·생산·유통·폐기에 이르기까지 자원이 낭비되고 있는지, 더 보완할 점은 없는지 체크한다. 2001년 화장지, 2002년 종이기저귀, 2003년 디지털날염, 2004년 소각로에 대한 LCA를 실시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청정원료를 사용하게 됐고, 원료수입의 효율성이 증가됐다.

공급망 관리는 협력업체들을 통합하고 관리하는 체계이다. 협력업체들과 환경정보를 교환하기도 하고 환경경영 측면에서 협력업체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를 통해 몇몇 기업은 청정기술을 사용하게 됐고, 환경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IMF외환위기때 다른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그러나 문국현 사장은 구조조정을 하기는커녕 4조 2교대로 시스템을 바꿨다. 가족 같은 직원을 자를 수는 없었다. 인력을 오히려 25%늘렸다. 비판하는 세력도 많았다. 인건비가 더 든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4조 2교대시스템의 마술은 시작됐다. 문국현 사장은‘휴일·주말·공휴일 쉬고, 나머지 270일 동안 하루 8시간씩 일하면 연간 생산량이 4,320만 개입니다. 하지만 4교대로 24시간씩 1년 360일 가동하면 2억7,648만 개입니다. 딱 6.4배의 생산량인 셈이지요’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4조 2교대 실시 이후 생산량은 이전에 비해 거의 2배로 뛰었다. 직원을 가족같이 여길 줄 아는 유한킴벌리에 직원들의 충성도는 커지고, 직원들은 이전보다 적어진 근무시간을 여가나 휴가 등 재충전에 이용했다.

이것은 문사장의 4조 2교대 경영시스템과 맞물려 생산성향상에 일조를 했다. 4조 2교대 이후 이직률도 크게 줄어 지금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문국현 사장은 ‘사람의 손과 머리와 가슴이 합해져야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온다’고 강조한다. 대다수의 기업은 사람의 손과 머리만 이용한다. 그러나 문국현 사장은 ‘혼을 넣은 제품이 진짜’라며 직원들이 회사와 자기업무에 주인의식을 느끼게 하려고 노력한다. 어떤 이는 유한킴벌리가 나무심기 운동을 하는 이유가 나무를 사용하는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유한킴벌리는 대부분의 종이를 재활용해서 사용한다. 미국에서 폐신문이나 폐지를 수입해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회사차원에서 하는 순수한 운동이다. 문 사장은 ‘우리나라는 66%가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숲이 갖는 환경적, 경제적 기능 등을 생각할 때, 숲을 가꾸는 일은 경제적 가치를 증대시킨다. 이것은 결국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며 앞으로도 꾸준히 환경운동을 할 것임을 강조했다.

# ‘가족친화적 경영’통해 기업과 직원 상생 길 열다

문국현 사장은 “일과 가정, 지역사회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한국은 경제활동가능 인구의 62%만이 실제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데 소수만 경제활동을 하다 보니 일하는 사람은 너무 과로하고 있습니다. 연간 근로시간이 2,400시간이나 되며 유럽 평균보다 무려 800시간이나 많습니다. 과로로 인해 건강도 해치고 가족과의 관계도 나빠지면서 균형을 잃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직장인들은 일·가정·지역사회의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유한킴벌리에서는 가능하다. 문 사장이 가족친화적 경영을 누구보다 강조하기 때문이다. 유한킴벌리의 가족친화경영의 핵심은 평생학습제도와 근무시간 감축으로 대표된다. 영업직은 재택근무, 본사 사무직은 시차 근무를 한다. 현장직은 주 4일 근무(12시간) 후 3일을 휴식, 하루 교육을 받는다. 총 16일 순환적으로 근무하는 셈이다.

교육은 주당 6시간, 연간 360시간에 이른다. 지루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유한킴벌리에서 실시하는 교육은 ‘형식적인 교육’이 아니라 ‘직원들의 직원을 위한 교육’이다. 단순한 직무 교육이 아닌 인문, 철학, 리더십 향상, 봉사클럽, 독서클럽, 스포츠 등으로 40%이상 구성되어있다. 이에 대한 직원들의 호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자발적으로 동아리를 결성하고, 자기계발을 위해 스스로 공부하는 분위기다. 동료들과의 관계도 더욱 더 돈독해졌다. 근무시간 감축으로 가족끼리 함께 하거나 여가를 즐기는 시간도 커졌다. 또한 유한킴벌리는 임신을 오히려 장려하는 분위기다. 여성 직원의 출산 6개월 전부터는 정보 공유제를 실시했다.

출산 후 업무공백을 없애 조직 내에 있는 여성 직원을 배척하는 분위기를 근절한다는 취지이다. 현재 유한킴벌리의 출산율은 1.89명으로 우리나라 평균 출산율(1.16)보다 훨씬 높다.이로 인해 회사에 대한 사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자체 설문조사에 의하면 신입사원의 74% 이상이 유한킴벌리를 평생 직장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했다.문 사장은 ‘회사로서는 직원들의 과로를 줄여주면 사고도 줄고 생산성이 올라가서 좋고, 직원들은 가정생활에 충실해질 수 있다’고 했다. 결국 가족친화적 경영은 회사와 직원, 서로 상생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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