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법정형, 타국에 비해 높지만 실제 선고 형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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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그래픽=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논란이 가열되는 다크웹(Dark Web) 아동 포르노 유통‧소지 처벌과 관련, 한국의 아동‧청소년 음란물 처벌 수위가 낮지는 않으나 실제 법원에서 선고하는 형량이 낮아 문제점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효성 있는 처벌 조항 문구’, ‘합리적인 양형기준’ 필요”

다크웹 수사기법 진화해야···함정수사‧해킹‧악성코드 기술 등 거론

국회입법조사처 전윤정‧최진응 입법조사관은 최근 ‘이슈와 논점’을 통해 ‘다크웹상 아동‧청소년 음란물의 규제 현황 및 개선과제’를 발간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각국의 아동‧청소년 음란물 처벌 규정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법정형 수위가 낮지는 않지만 선고하는 형량이 낮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처벌 조항 문구 마련’, ‘합리적인 양형기준’ 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미국은 소지만 해도

‘강력 처벌’

다크웹은 일반 검색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없는 특수 프로그램 접속 웹 브라우저다. IP 추적이 힘들고, 익명성이 보장돼 마약과 불법 음란물 등이 주로 유통되는 창구로 지목받고 있다.

최근 손모씨는 세계 최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유통사이트를 다크웹을 통해 개설, 2년8개월간 4억여 원의 범죄 수익을 얻었다. 그는 지난해 적발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지난 10월에는 더욱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3일 만에 답변 기준선인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아동‧청소년 음란물 처벌규정은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법률을 개정해 왔기 때문에 미국을 제외하고는 법정형 수위가 낮지 않다.

현재 미국은 아동 음란물 전송‧배포‧판매 등에 대해 5년 이상 20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을 함께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단순히 소지만 하더라도 10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을 부여하는 등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독일‧영국‧캐나다의 아동‧청소년 음란물 처벌 수위는 한국보다 높지 않다. 제작‧배포, 상영을 위해 소지했을 경우 독일, 영국, 캐나다 모두 10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을 부과한다. 단순소지 시 독일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영국은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벌금, 캐나다는 6개월 이상 5년 이하 징역 등이다.

현재 한국은 아동 음란물 제작이나 수입‧수출 시 5년 이상 유기징역이나 무기징역형을 한다. 영리목적으로 판매하거나 상영‧배포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형을, 단순 배포나 제공, 상영 시 7년 이하 징역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부여한다. 알선을 할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단순 소지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또 아동‧청소년 음란물 유통을 매개하는 인터넷플랫폼 관리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도 있다. 책임이 해태한 관리자에게 규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여한다.

전윤정‧최진응 입법조사관은 “다만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 실제 처벌형량이 낮고 아동‧청소년 음란물에 대한 정의 규정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전윤정‧최진응 입법조사관은 최근 ‘이슈와 논점’을 통해 각국의 아동‧청소년 음란물 처벌규정을 비교했다. [그래픽=뉴시스]
국회입법조사처 전윤정‧최진응 입법조사관은 최근 ‘이슈와 논점’을 통해 각국의 아동‧청소년 음란물 처벌규정을 비교했다. [그래픽=뉴시스]

“처벌 조항 문구 모호”

두 입법조사관은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처벌 조항 문구에 대해 “‘그 밖의 성적행위’ 내용이 적시되지 않고 있으며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 대상과 범위가 모호해 수사와 처벌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아동‧청소년 음란물에 대한 정의 및 기준이 모호할 경우 효율적인 경찰 수사뿐만 아니라 처벌 강화에도 제약이 될 수 있다”면서 규정상 정의‧기준을 구체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에는 합리적인 양형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입법조사관은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유통(판매, 배포, 수입, 광고, 수출)‧소지와 관련, 미국 등의 사례를 참고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는 법원의 양형기준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영리 목적으로 유통해 범죄수익을 확보했거나, 제작자 등의 죄질이 심각한 경우에는 범죄자의 신상공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범죄수익 등의 몰수‧추징 등을 강화하기 위한 규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9년 4월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아동‧청소년 음란물 범죄수익의 몰수‧추징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다크웹의 경우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 화폐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암호화폐 몰수 절차와 방법, 몰수한 암호화폐의 처분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는 점을 두 입법조사관이 지적한 셈이다.

이들은 “익명성에 기반한 다크웹 수사를 할 경우 공개적인 접근 방식으로는 수사가 어렵다”면서 함정수사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수사관에 의한 해킹, 악성코드 등 기술적 수단을 활용해 다크웹상 아동‧청소년 음란물 유통 등 범죄행위의 수사‧감시가 가능하도록 입법 방안을 마련하는 등 합리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실무적으로 함정수사 기법을 활용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함정수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실무와 학계에서 인정여부, 인정범위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두 입법조사관은 “인터넷상 아동‧청소년 음란물 유통에 대한 전담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국가‧인터넷기업‧시민단체 등 국제 공조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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