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가 내년 4.15총선을 100여 일 앞두고 정당 창당에 여념이 없다. 보수우파 진영에서는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우리공화당, 새보수당, 국민통합연대에 이어 이언주 신당, 이정현 신당까지 합치면 6개 정당이 총선 전에 생길 전망이다. 여기에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기 위한 한국당 발 위성정당까지 창당할 경우 정당은 더 늘어난다.

더불어민주당 등 진보좌파 진영도 마찬가지다. 정의당을 제외한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손학규 당권파만 남은 바른미래당은 범여권 성향의 정당들이다. 여기에 선거법 개정으로 인해 선관위에 등록된 정당들까지 합치면 정당 숫자는 50여 개에 육박한다. 가히 춘추정당시대라 부를 만하다.

정당이 늘어나는 게 다양한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서라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오히려 민심을 왜곡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재 제도권에서 벌어지는 창당 양상을 보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꼼수정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돼 비례대표 의석을 소수정당들이 가져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비례대표 의석은 기존처럼 47석으로 유지되지만 이 중 30석에 대해서 연동형 캡을 씌워 배분하고 나머지 17석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나눠 갖는다. 253곳 지역구 의석중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정당득표율 3%이상 얻을 경우 비례대표  의석을 가져갈 공산이 높다. ‘승자독식’의 선거 구조를 깨뜨리고 다당제를 허용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한국당 발 ‘비례 한국당’ 창당은 한마디로 선거법 개정 본연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꼼수정치의 전형이다. 사실상 당내 공천배제 대상이나 불출마한 현역 인사들이 모여 당을 만들어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고 한국당에 입당시키기 위한 꼼수정당인 셈이다.

과거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에서 공천 탈락한 인사들이 친박연대, 친박무소속 연대로 생환해 다시 복당한 사례와 비슷하다. 당 입장에서는 총선 이후 다시 합쳐 의석을 인위적으로 늘리려는 쌍둥이 정당을 하나 만드는 셈이다. 이에 민주당에서도 부화뇌동해 ‘위성정당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내부 보고서도 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거대 여야 정당이 위성정당을 만들 경우 선거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양당 체제를 강화할 거여거야 위성정당 창당은 오히려 독이 될 공산이 높다. 날로 높아지는 유권자들의 정보력과 민도는 더 이상 이런 꼼수정치를 용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국당은 위성정당을 만들 생각을 접고 초심으로 돌아가 기득권을 버리고 보수대통합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사분오열의 끝은 ‘다 함께 폭망’이다. 내년 총선에서 참패할 경우 20대 총선에서 보여준 대여투쟁은 한낱 백일몽에 불과하게 된다. 

오히려 친박 비박 고질적인 계파 갈등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빌미를 제공한 20대 총선 참패, 그리고 이어진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 현상이 내년 총선 참패에서부터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현 지도부와 일원들은 진보진영의 장기집권에 빌미를 제공한 세력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는 중차대한 순간이다.

여당은 일축하고 있지만 비례 민주당 창당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소연정을 통한 범진보진영과 협력적 국정운영은 플랜 B다. 플랜 A는 당연히 독자적으로 원내 1당이 돼 정국을 운영하는 게 훨씬 매력적이다. 하지만 민심을 왜곡하는 위성정당 창당은 여야 모두 삼가야 한다. 자칫 ‘여야 다 싫다’는 국민적 역풍이 불 경우 선거전후로 막강한 제3신당 출현해 기존 정당들은 구악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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