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희 교수
장문희 교수

원자력이 대한민국 에너지안보의 초심(初心)이다. 1956년 5월 미국 대통령 과학고문 시슬러 박사를 만난 이승만 대통령은 민족 부흥의 에너지로 원자력을 선택하는 결단을 내렸다. 박정희 대통령은 부국강병의 염원으로 ‘원자력은 국력’이란 기치를 내세우고 원전 건설을 진두지휘했다. 원자력을 국가에너지안보의 근본으로 결정한 대한민국 초심은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 정부로 계승되었다. 

원자력에 부정적이었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정부도 국가의 에너지안보 미래를 위해 개인의 신념을 바꾸어 원전 건설을 허가했다. 에너지안보는 경제안보로 이어진다. 에너지원 구입에 국부 지출이 줄어든 만큼 경제에 보탬이 되고 여윳돈으로 추가 투자가 가능해진다. 외부 의존도는 줄고 우리의 역량은 늘어나는 것이다. 원자력으로 에너지 자립과 안보를 지향한 역대 정부들은 두 마리 토끼를 아주 쉽게 잡은 것이다. 그 당시에는 몰랐겠지만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이고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도 큰 기여를 하고 있으니 네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탈원전·에너지전환정책으로 원전이 공급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와 LNG 발전으로 대체생산·공급한단다. 원전 건설비는 거의 대부분 국내 산업계에 흡수되지만, 태양광과 풍력 건설비는 대부분 외국으로 빠져 나간다. 재생에너지 발전에 필요한 소재·부품·장치의 국가경쟁력이 약해 중국이나 덴마크 등지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막대한 국부 유출이고 에너지안보와 경제안보의 포기이다.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GDP의 69%에 이른다. 적게 수입하고 많이 수출해야 한다. 왜 우리 에너지를 포기하고 수입을 해야 하나?

2019년 12.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1호기 원전의 영구정지를 결정했다. 2017년 6월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 정부의 두 번째 결정이다. 탈원전 정책에 쐐기 대못을 박았다. “정지해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라는 원안위 결정은 “운전해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반증이다.

그런데도 운영허가 만료(2022. 11. 20) 전인데 강제로 정지되었다. 또 고려장이다. 앞으로 제 명대로 살아갈 수 있는 원전은 몇 기가 있을까. 대한민국 에너지안보 초심을 지킨 역대 대통령들이 “탈원전은 안 된다.”라고 왜 법으로 쐐기를 박지 않았는지 원망스러울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고리1호기, 월성1호기를 영구정지해도 임기 중 원전 수는 늘어난다고 한다. 실은 이명박 또는 박근혜 대통령 정부가 허가하여 건설 중인 원전들인데 마치 현 정부가 건설을 허가한 것처럼 들린다. 오해를 유발하고 있다. 사실을 잘 모르는 국민 간에 대립과 분열을 부추기고 갈등을 키우고 있다. 북한 비핵화, 치열한 기술경쟁, 동북아 긴장과 갈등 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온 국민이 힘을 모아도 모자랄 텐데. 

원전 제로는 앞으로 60여 년이 걸릴 테니 탈원전 정책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건설 없는 산업에 전문가가 남아 있을 리 없고 관련 산업도 문을 닫아 생태계가 무너질 텐데 원전 운영·유지가 제대로 될 리 없다. 그런 원전의 안전을 문제 삼으면 원전 제로 시점은 훨씬 당겨질 것이다. 꾸물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도 원전 제로 시점을 당기는 데 크게 한 몫을 할 전망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사회이든 발전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라는 격언을 무겁게 새긴다. 초심은 그 만큼 정의롭고 공정하며 포용적이며 지속가능한 것이니 초심만큼 든든한 뒷받침이 되는 것은 없다는 뜻일 것이다.

국민이 합의하지 않은 에너지정책의 실험은 에너지안보를 안개 속에서 헤매게 하고, 국가의 자주적 지속가능발전을 어렵게 하여 국민을 질곡 속으로 빠트릴 수 있다. 실험이 너무 진행되면 다시 돌아오고 싶어도 너무 늦다. 부디 현 정부도 빠른 시일 내에 역대 정부가 지켜온 국가에너지안보의 초심을 이어 받았으면 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