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억 원에 공장 부지매각…유동성·투자재원 확보 투자

[유한양행 홈페이지 캡처]
[유한양행 홈페이지 캡처]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기업들의 탈한국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생산기지와 법인을 해외로 옮기는 추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6년간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 설립한 신규법인은 1만9617곳으로 2만 사에 육박한다. 반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한 유턴법이 2013년 말부터 시행됐지만 실제 돌아온 기업은 소수에 그쳤다. 법 시행 이후인 2014년부터 올해 5월 중순까지 돌아온 기업은 59곳에 그쳤다.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들이 갖은 규제와 높은 운영비, 포화한 내수시장 등을 이유로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는 상황과 문제점 등을 짚어 봤다. 이번 호는 유한양행에 대해 알아본다.

‘레이저티닙’ 식약처로부터 다국가 임상3상 승인받아

글로벌 제약사 기준은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택해

지난 11월 유한양행이 104년 역사를 가진 호주의 위하이(WEHI : Walter and Eliza Hall Institute of Medical Research) 연구소와 전략적 제휴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WEHI 연구소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비영리·비정부 바디오메티칼 연구기관으로 암, 면역·염증, 노화 등의 기초 연구를 주력 분야로 내세우고 있다.

향후 두 기관은 초기 신약개발 과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연구자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공통 관심 분야에 대한 연구과제를 선별하며 선별된 초기단계 과제로 치료제를 개발한다. 박사급 연구원이 상호 방문을 통해 깊이 있는 기초과학 및 산업계 신약개발 연구 경험도 갖게 된다. 이번 MOU 체결로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은 “비영리 해외연구소와 진행하는 유한의 첫 해외 공동연구로 유한이 취약한 기초과학의 기반으로 한 혁신신약 개발의 기회에 한 걸음 다가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일에는 비소세포폐암 신약물질인 ‘레이저티닙(YH25448)’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다국가 임상3상 승인을 받았다. ‘레이저티닙’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돌연변이인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 또는 EGFR T790M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2차 치료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표적 항암제다.

이번 임상3상은 1차 치료제로서 ‘레이저티닙’ 혹은 기존 약 ‘게피티닙(상품명 이레사) 투여 후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하는 무작위배정, 이중눈가림 시험이다. 한국에선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27개 기관이 참여하며 시험에 참여하는 여러 국가 중 한국에서 최초로 승인했다.

지난 10월 레이저티닙은 란셋 온콜로지 학술지에 공개한 임상1/2상 시험 결과에서 우수한 폐암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연구 결과 다른 EGFR TKI 투여 후 T790M 돌연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객관적 반응율(ORR)은 모든 환자에서 57%다. 그 중 120㎎ 이상의 용량을 투여한 환자에선 60%까지 높아졌다.

무진행생존기간(PFS)의 중앙값은 T790M 돌연변이 양성의 모든 환자에서 9.7개월이었고 그 중 120㎎ 이상의 용량을 투여한 환자에서는 12.3개월까지 길어졌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보고된 이성반응은 경도의 발진 또는 여드름(30%), 가려움증(27%)이었다. 레이저티닙과 관련된 중증의 약물이상반응은 3% 환자에서 보고됐다. 국내 환자모집 시점은 내년 1분기(1~3개월)께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 법인 통해 글로벌화 실현 

유한양행이 유럽에 현지 법인을 설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유한양행 글로벌사업개발팀 관계자는 KONECT-KDDF 글로벌 비즈니스 포럼에서 “유한양행은 내년을 위해 유럽에 오피스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런던, 파리, 뮌헨 등 유럽의 큰 바이오허브들을 중심으로 여러 도시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진출했을 시 장단점 파악 및 목적 수립을 통해 근거지 선점을 위한 평가 중에 있다”고 밝혔다.

현재 유한양행은 미국 보스턴, 호주 등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상태다. 유한양행은 해외 법인들을 통해 글로벌화를 실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최근 바이오기업들은 글로벌화에 맞춰 의약품·기술 수출 뿐 아니라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들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글로벌한 제약사의 기준은 ‘혁신’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혁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글로벌 플랫폼이 필요하며 혁신을 이루려는 움직임들은 지역·회사·본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각기 다른 활동들이 진행된다”며 “결국 어떠한 가치를 창출해내는 과정 속, 회사에 맞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혁신을 위한 방법으로 앞서 말한 듯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택했다. 과거 보유하고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 플랫폼들이 많지 않았던 상황에서 이들을 단기간에 구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을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여긴 것이다.

지난 26일 유한양행이 군포공장 부지를 매각했다. 유한양행은 유동성 확보와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공장 부지를 팔고 1974억9257만1000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 대비 9.0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거래 상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로 알려졌다. 유한양행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펼치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개발(R&D) 투자는 물론, 창업 초기 기업에 전략적 투자도 단행하고 있다.

해외에서 교육환경 개선 위해 봉사활동 

유한양행은 선행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 5월11일부터 7박8일간 임직원 19명이 몽골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유한양행 임직원들은 몽골 울란바토르 인근 에멜트 지역과 주르홀 지역 어린이들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게르 어린이도서관 2개관을 건립했다. 또한 현지 어린이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한국의 전통놀이인 연날리기, 제기차기를 소개하고 색칠 수학, 글라이더 만들기, K팝 댄스 배우기 등을 함께했다.

유한양행은 올해 처음으로 해외봉사단을 파견했다. 이번 봉사단은 지난해 회사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우수 봉사자들로 이뤄졌다. 직원들은 이번 해외봉사를 위해 퇴근 후 틈틈이 자발적으로 모여 봉사활동을 기획·준비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이번에 해외봉사에 참가한 노희성 과장은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보람을 느꼈다”며 “앞으로 봉사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국내 제약기업들은 해외 생산기지 건립을 통해 주변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하는 동시에 국내의 부족한 전문인력을 현지에서 대체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해외 제약사들은 한국공장을 폐쇄하는 추세다. 해외 제약사들도 국내 제약사들과 마찬가지로 국내 공장을 잇달아 매각하면서 ‘탈한국’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2002년 노바티스, 2005년 릴리·GSK, 2006년 화이자, 2008년에는 로슈, 2009년 MSD·베링거인겔하임 등의 해외 제약사들은 한국 공장 철수를 했다. 얀센의 경우 1983년부터 운영했던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공장을 2021년 말에 철수할 예정이다. 제약사들은 의약품 제조의 변화로 한국 공장 폐쇄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존 화학의약품은 특정 지역에서 생산해 전 세계 각지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는 동남아나 중국에 비해 인건비가 높고 굳이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해외 기업들이 국외로 눈길을 돌리는 요소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및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고용 여건이 나날이 어려워지면서 해외 기업들이 한국에서 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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