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한반도 비핵화는 언어도단...결국 주한미군 철수론”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국방부 차관에 앞서 20년 이상을 국방연구원에서 북한 핵 문제에 천착해 온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북한이 내년 총선에 충분히 개입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바로 군사력 증강 노선을 보여줌으로써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의원에 따르면 그동안 북한이 비핵화 시한을 둔 것 또한 미국과의 직접 협상에 나서고자 하는 것이며, 북한이 비핵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주한미군 철수 국면으로 도달하겠다는 심산일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국방 전문가이기도 한 백 의원을 통해 북한 핵 문제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3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3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북한이 운전대를 잡아 한반도 운전자론은 가당치도 않아”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신이 호전론자, 폭력주의자가 아니라고 밝혔다.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해서 폭력주의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국방의 존재 이유는 가능성이 단 0.1%도 되지 않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도 있는 참극에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오히려 이것이야말로 진짜 평화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깨지기 쉬운 평화’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아직도 지난 1950년 6월 25일 북한군 무력 남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전 국방부 차관이었던 백 의원을 지난 12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국방 전문가로서 현재의 대북 정책은 어떤지 자세한 평가 바란다.
▲ 한반도 운전자론? 북한이 운전대를 잡은 꼴이 됐다. 방향타도 망가졌다. 자유민주주의 통일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가 빠진 것 아닌가. 국민의 약 80%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지금 북한이 핵 무력을 강화하고 있지 않은가. 북한은 지난해 9월19일 우리 정부와 맺은 남북군사합의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 북한의 김정은이 서해 일대에서 해안포 사격을 지시했다고 보도한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들은 계속 군사력 증강 야욕을 보이는데 우리는 군의 F-35 전력화 계획도 숨기기 급급하지 않은가. 이는 북한 지도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본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반도 군사질서의 주도권을 북한에 통째로 넘겨주고 우리는 완전히 인질이 되는 사태가 심화될 것이다. 결국 옴짝달싹 못하게 될 것이다.

-북한 측이 제시한 ‘비핵화’ 기한인 연말이 다가오고 있는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 북한이 셀프 합의한 기한이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미국에 비핵화 해결 방안을 갖고 오라고 말한 것이다. 미국과의 합의 기간이 아니다. 북한이 스스로 연말이라고 정해놓은 것이다. 그래 놓고 협박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미사일 엔진과 관련해 쏠 준비가 됐다고 기술적으로 자랑하기도 했다. 결국 이는 군사력 강화 노선을 선언한 것이다. 우리 정부의 노력은 실패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을 핵 강대국으로 만드는 기회를 제공한 꼴이 됐다.
우선 북한은 우리를 미국의 괴뢰정부로 본다. 미국에 조종 받는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들은 그렇게 선전한다. 그래서 북한은 우리 정부가 아니라 미국과 직접 협상하려고 한다. 이를 통미봉남(通美封南)이라고 한다. 협상 주제는 핵 군축 협상이다. 당초 무리한 요구지만 그들은 핵을 없앨 것을 미국에 요청할 것이다. 미국은 거부하겠지만, 그때가 되면 핵 타격이 가능한 미군의 철군을 요구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주한미군 철수론이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3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3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북한 측이 요구하는 ‘한반도 비핵화’, 미국이 요구하는 ‘북한 비핵화’는 어떻게 차이가 있는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 북한 측이 요구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언어도단이다. 남북 모두 핵이 있을 때 한반도 비핵화가 맞지 않겠는가. 그런데 지금 우리 측에는 핵이 없다. 주한미군의 핵 공격 역량 자체를 없애라는 뜻이다. 주한미군 철수를 염두에 둔 것이다. 우리 측의 마지막 인계철선을 걷어내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비핵화’가 정확한 용어다. 한반도 비핵화는 그저 우아하게만 들리는 용어에 불과하다. 북한 지도자의 심기를 생각해서 이 같은 용어를 쓰는 것이라고 본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유화 정책과 강경 정책 가운데 현재 상황을 감안한다면 어떤 정책이 적절한가.
▲ 지금은 과잉 외교 상태다. 그래서 환상이 가득하다. 그로 인해 군사 대비 태세가 무너지는 건 매우 위험하다. 외교와 군사는 같이 가야 한다. 국방과 군사의 존재 이유는 0.00001%라도 일어날 수 있는 비극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호전론자, 폭력주의자라고 비난하는데, 그렇다면 미국에는 죄다 호전주의자들뿐인가. 국방 강화를 통해 참극에 맞서고자 하는 것은 역사적 책임을 지기 위함이다.

-북한 핵위협의 대한 해법을 제시해 주신다면.
▲ 북한에 돈 갖다 바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북한 핵에 대해 당당히 대응해야 한다.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3축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바로 ‘킬 체인(Kill 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체계(KMPR)’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우리가 북한 체제를 통째로 멸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북한이 핵을 쐈을 때 이를 초고도에서 타격해 지상 피해를 차단하는 것을 KAMD와 킬체인이 할 수 있다. 설치를 앞두고 내홍을 치르고 있는 싸드(THAAD)다. 2차 공격을 못하게 하는 것은 대량응징보복체계, 즉 참수 작전으로 구현할 수 있다. 핵우산 또한 시급하다. 핵은 비대칭 무기다. 2차 세계대전 때 일제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비핵국가는 심리적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핵우산 전술이 나왔다. 강대국으로부터 핵을 제공받는 것이다. 이 우산을 좀 더 튼튼한 것으로 요구하는 것을 ‘핵 확장 억제’라고 한다. 최근 한미 국방장관 합의에서는 확장 억제에 대한 내용은 있지만 용어가 사라진 상태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3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3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총선이 다가온다. 북한은 늘 우리에게 변수로 작용해 왔다. 한국당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총선까지 북한의 갑질이 심해질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북한이 운전대를 잡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선거에 충분히 개입할 수 있는 카드를 쥔 셈이다. 총선 앞두고 폭풍이 될 수 있다. 만약 지난 미북 정상회담 직후 치러진 지방선거처럼 될 경우 국민들의 눈과 귀를 모두 잡아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다.

-본지가 보도한 한국당 살생부로 어수선하다. 어떻게 보시는지.
▲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도록 수권 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어야 한다. 수권 능력에 대한 쇄신 요구라고 본다. 무차별적으로 수권 능력 자체를 파괴한다면 그것이 쇄신이겠는가.

-내년 총선 출마 여부와 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
▲ 자유한국당이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수권 능력을 보이는데 저의 지난 경험과 축적된 역량을 최대한 녹여내도록 하겠다.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대답하겠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3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3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