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새보수당·우리공화당·국민통합연대, 이언주·이정현 신당까지

[일요서울 | 강하늘 기자] 보수진영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참패하면서 부르짖던 ‘노래’가 있다. 바로 보수대통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분열된 보수가 ‘반(反)문재인’ 기치 아래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올해 연말 정도가 되면 보수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보수통합이 더욱더 요원해진 분위기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으로 인해 보수진영은 더욱 분화되고 있다. 사분오열 된 보수진영이 총선을 앞두고 막판 극적인 통합을 이룰 수 있을까.

-연비제 ‘덫’에 걸린 보수진영, 21대 총선 폭망설…“보수통합 절실”

현재 보수통합 논의는 ‘올스톱’ 상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1월 초 ‘박찬주 영입 파동’과 ‘중진 용퇴론’ 등으로 당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 가치를 받드는 모든 분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전격적으로 보수통합 공론화에 나섰다. 그는 당내 통합 논의 기구를 세우고, 외부 보수 세력과의 통합 협의 기구를 설치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보수통합의 가장 핵심 축인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황 대표의 보수통합 제안에 대해 ‘탄핵의 강 건너기’ ‘개혁보수 내걸기’ ‘낡은 집 허물고 새 집 짓기’ 등 3대 원칙을 내걸었다. 잠시 급물살을 타는 것처럼 보였던 보수통합 논의는 ‘핑퐁 게임’식 주도권 싸움만 계속됐다. 이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과 맞물려 황교안 대표가 단식 농성을 벌이는 등 한국당이 강경 투쟁에 ‘올인’하면서 보수통합 논의는 전혀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던 중 단식에 이어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벌여오다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던 황 대표가 지난 12월26일 범여권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 선거법 개정안 강행 처리 태세를 갖추자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저 황교안과 함께, 한국당과 함께 자유 우파의 방어막을 함께 만들자”며 다시 보수통합 카드를 꺼내들었다. 

황 대표는 “흩어져서는 저들을 막아낼 수 없다. 선거법 저지, 좌파독재 저지를 위해 머릿속 다른 생각을 비우자. 한 줌 생각의 차이를 다 덮고 힘을 합치자”며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자유대한민국이 무너지는데 당의 울타리가 무슨 소용인가. 다 걷어내고 맞서 싸우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보수진영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보수통합 산적한 난제 준연비제까지, 고차방정식 풀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보수통합의 가장 큰 선결 과제로는 크게 한국당과 황교안 대표가 기득권을 얼마나 내려놓을 것이냐와 ‘탄핵의 강’을 넘을 수 있을 것이냐로 정리돼왔다. 한국당은 사실상 한국당 중심의 보수통합을 원하고 있고, ‘유승민 세력’을 중심으로 모인 세력은 ‘헤쳐모여식’ 보수통합을 바라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통합이 보수진영 대선주자들의 주도권 다툼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황 대표가 당권을 내려놔야 보수통합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통합 비대위를 만들자. 통합하지 않고는 총선도 대선도 없다”며 “나를 버리고 나라의 장래를 보자. 진정 반역사의 길을 가고자 하는가. 모두 내려놓고 통합의 길로 가자”라며 황 대표가 통합을 위해서는 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탄핵 문제’의 경우도 보수통합의 또 다른 축인 우리공화당이 ‘탄핵 오적(김무성ㆍ유승민ㆍ홍준표ㆍ권성동ㆍ김성태)’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 넘어야 할 큰 산으로 여겨져 왔다.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최근 당 최고위 회의에 참석해 “탄핵을 묻고 가자는 사람들은 보수통합을 말할 자격이 없다”면서 “탄핵 부역자들이 정치생명을 잇고자 얄팍한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보수진영이 보수통합 고차방정식을 풀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보수통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한국당을 제외한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협의체’는 지난달 23일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최종 합의안을 도출했다. 

‘4+1 협의체’는 국회의원 의석을 현행의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으로 유지하기로 하고 정당득표율의 연동률은 50%로, 연동률 적용 의석수(cap·캡)는 30석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일부 의원들과 원외 단체들이 추진하는 신당도 비례대표 선거에서 득표율 3%를 넘으면 최소 4석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독자 생존을 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 [뉴시스]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 [뉴시스]

보수 정당만 5개에 이재오 발 ‘국민통합연대’ 정치세력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현실화를 겨냥한 신당 창당 바람이 불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4일까지 등록된 정당 수는 34개, 창당준비위원회는 16개나 된다. 특히 보수진영에서는 유승민 의원 등 바른미래당의 비당권파가 중심이 된 새로운보수당(새보수당), 바른미래당에서 탈당한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주축이 된 ‘미래를 향한 전진4.0’(전진당)이 신당 창당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당 친박 출신인 이정현 무소속 의원은 현재 지역구인 전남 순천을 떠나 전문 관료와 40대 이하가 중심이 된 신당을 만들어 총선에서 수도권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당과 우리공화당까지 포함한다면 보수 성향의 정당만 5개다. 

이와 함께 원외에서는 비박·친이 중심으로 이재오 한국당 상임고문과 홍준표 전 대표가 참여하고 있는 ‘국민통합연대’, 중도보수 성향으로 박형준 전 의원 등이 이끌고 있는 플랫폼 ‘자유와 공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이끄는 ‘새한국의 비전’ 등도 정치세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의 신당 창당은 보수통합 논의가 구체화될 경우 몸값을 올리기 위한 의도와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독자 생존을 노려볼 수 있다는 계산이 동시에 깔린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 도입으로 비례한국당을 창당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어 보수통합 방정식을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 한국당이 비례한국당을 만들겠다는 것은 다른 보수 성향의 군소정당과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놓고 경쟁을 벌이겠다는 얘기라고 할 수 있다. 

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별도의 정당을 만들어 이 정당에 정당투표를 몰아주도록 해 비례대표 당선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국당에 대한 30% 정도의 정당득표율을 그대로 비례정당이 흡수하는 것에 성공할 경우 30석 안팎의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달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꼼수에는 묘수를 써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며 “선거법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비례대표 한국당을 반드시 만들겠다”면서 비례한국당 창당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교수는 27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지금 한국당이 비례한국당을 만든다고 하는 것은 마이웨이하겠다는 것이다. 보수통합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보수통합 협상을 하려면 비례한국당을 만들면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위기감 확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현실화와 함께 한국당의 급격한 우경화도 보수통합을 어렵게 하는 한 요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연동형 비례제까지 통과된 상황에서 거대 양당 세력에 염증을 느낀 국민이 제3세력에 힘을 실어줄 경우 ‘제2의 국민의당 돌풍’이 가능하다는 기대도 나온다.  

새보수당 핵심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통상적으로 봐서는 보수진영이 여권과 일대일로 붙어야 보수가 승산이 있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며 “그런데 지금 민주당이나 한국당이 하는 꼴을 봐서는 양쪽 다 싫다는 바람이 불면서 지난 총선에서 안철수당(국민의당)이 떴듯이 제3의 정당의 이변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사분오열 된 보수진영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덫에 걸려 독자 생존을 시도하다 모두 ‘폭망’할 수 있기 때문에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지만 총선 직전까지 복잡하게 얽힌 보수통합 매듭이 풀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수통합이 불발될 경우 일부 지역구 선거에서 보수연대를 통한 후보단일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통합연대 중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재오 한국당 상임고문은 지난달 26일 ‘BBS 이상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다 죽는다는 걸 안다. 자기들끼리 놀아서는 안 된다는 걸 아니까 보수의 정통적인 어른들을 중심으로 해서 보수에 하나의 기반을 새롭게 만들자는 것”이라며 “지금 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당이 새보수당부터 시작해서 몇 개 된다. 이대로 다 총선에 출마한다면 안 되게 돼 있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이 고문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때문에 더 (당이)생기게 생겼다”며 “내년에 출마할 사람들도 누구나 다 이대로 가서는 안 되겠다는 절박감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새보수당 핵심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같은 날 통화에서 “지역구에서 보수연대 후보단일화나 보수통합, 둘 다 고려할 수 있다”며 “당대 당 통합보다는 완전히 헤쳐모여를 해야 한다. 보수통합이 되려면 유승민 의원이 제시한 3대 원칙이 해결돼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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