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거듭된 수사‧재판...신규 사업도 발목 잡혔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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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3여 년이 지났다. 출범 이후 시장질서 유지 또는 적폐 행위 근절이라는 기조로 시작해 각종 경제 정책들을 쏟아냈고, 그 과정에서 국정농단 사건 등의 매듭은 완전히 지어지지 않아 국정은 여전히 혼란스런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인들은 수년째 수사 재판을 받고 있고, 이를 통해 경영 활동에 집중하지 못하는 양상을 띠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오너 잔혹사’가 난무했던 올해와 달리 신년에는 조속한 해결을 통해 각계 분야에서 저마다의 활약을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장질서 유지, 적폐 행위 근절...“지나치면 경제침체 우려도”
“경영 불확실성 제거해야 경제계 악영향 최소화 할 수 있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쏟아진 각종 경제 정책들이 유독 규제 일변도라는 지적이 많았다. 시장질서 유지 또는 적폐 행위 근절이라는 기조로 시작됐지만, 당시 해당 법안을 적용받는 기업들은 아무런 혜택도 없이 갈수록 부담만 가중됐다는 불만이었다. 3여 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도 문 정부의 행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이 따뜻하지만은 않다. 더군다나 삼성과 롯데 등 국정농단 게이트에 오른 기업 오너들에 대한 재판이 계속되면서 일각에서는 오너리스크에 따른 경영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기업 털기...경제악화 우려

삼성그룹은 올해 연말 임원인사를 단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4대 그룹 중 올해 임원인사를 단행하지 않은 그룹으로는 유일하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이 최근 불리한 국면에 놓이면서 불투명성이 확대된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법부의 판결이 오는 2020년 1월로 예정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연내로 예상됐던 최종 선고가 판결 이후로 연기된 점 등이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에 심리적인 부담을 안겨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국민들은 재판 등으로 인한 오너리스크가 경제침체를 더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A씨는 “대기업이 힘들어지면 실직자가 늘어나고 실직자가 많아지니 경제가 역대 최악인데, 아직도 ‘대기업 털기’에 급급한 것 같다”며 “재판에 발목 잡혀 신규 사업도 추진 못 하면 경제가 나아질 기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삼성 내부의 위기감은 깊어져만 가는 모양새다. 이달 들어 삼성 고위급 경영진은 노동조합 와해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 인멸 사건 등 공판에서 잇달아 유죄 판결을 받았다. 특히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지난 17일 법정 구속되며 이사회 중심 경영에 차질을 빚게 됐다. 

오너 리스크 해소...사업 박차

반면 롯데그룹은 대법원의 집행유예 원심 확정으로 오너 리스크가 한층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신동빈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과 지주사 체제 완성 등의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롯데지주를 설립하고 지난 2016년부터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 등으로 수사를 받게 되면서 관련 작업이 잠정적으로 중단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와 롯데지주 축으로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으며.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가 100% 지배하고 있다. 이에 신 회장은 롯데지주로 롯데케미칼을 편입하는 등 경영권 강화 조치를 이어왔다. 또 올해 초부터 공개매각을 통해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각각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과 JKL파트너스에 매각하는 등 공정거래법의 금산분리 규정에 따라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시켰으며,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인 롯데액셀러레이터의 지분 9.99%도 호텔롯데에 넘겼다. 하지만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여파로 롯데가 직접적 타깃으로 비춰지는 분위기인 만큼 신 회장의 복귀 이후에도 효과적인 사업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경영활동에 제약사항이 사라진 만큼 한층 적극적인 경영 대응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재계 관계자는 “재판부가 되도록 빨리 경영 불확실성을 제거해 줘야 경제계 전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재판을 빨리 마무리해 줄 것을 우회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이 같은 사안 외에도 재계에서는 정부 규제로 인한 기업들이 ‘경영권 침해’를 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중단해 달라는 한탄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상법·자본시장법 등을 개정해 기업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려는 움직임은 ‘경영권 침해’는 물론 헌법 체계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연구원,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는 지난 3일 ‘시행령 개정을 통한 기업경영 간섭, 이대로 좋은가’ 정책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들은 세미나 토론회를 통해 정부의 시행령 개정이 기업경영 간섭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수위 높은 비판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세미나에서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불필요한 규제 남발로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에 쓸 자금을 경영권 방어에 낭비하게 만든다”며 “이런 제도적 환경이 기업가 정신을 크게 훼손하고 투자 의지도 꺾어, 결국 국내에 만들어질 일자리를 해외에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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