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대여 투쟁을 놓고 당내 내분과 반발에 직면하는 때가 많다.

지난 10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법안) 충돌 사태로 검찰 수사상에 오른 한국당 의원들에게 총선 가산점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이 가산점을 반대하고 나서자, 황 대표는 가산점 부여를 철회했다.

11월 황 대표는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 영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박 대장에 대해 일부 의원들이 “중도층, 무당파층에 어필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자, 황 대표는 그의 영입을 보류했다.

12월 나경원 의원의 원내대표 연임과 관련해 황 대표가 불가 방침을 결정하자, 당내 일부 의원들이 황 대표 결정에 대해 ‘황제 리더십’ ‘절대 황정(黃政)’이라며 반발했다. 또 한국당이 12월 공수처·선거법 날치기 저지를 위해 의원 3교대로 국회 본회의장 지키기 농성에 돌입하자, 일부 의원들은 황 대표의 “동원 정치”라며 “투쟁만 할 거냐”고 반발했다.

그러나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에 ‘투쟁 없는 얌전한 야당 앞에는 패배뿐’이라며 대여 투쟁을 독려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당은 2017년 2월 ‘혁신 선언문’을 통해 이명박·박근혜 9년을 ‘정치적 타락’으로 규정했다. 이어 ‘서민중심 경제 활성화’와 ‘산업화·민주화 세대의 기득권 타파’ 등을 나열, 정통 보수의 정체성마저 포기하는 듯 했다. 한국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보수 정체성과 자신감마저 상실했음을 반영한다. 포률리즘(대중영합주의)에 휘둘린 기회주의 탓이다.

한국당은 문재인 집권세력을 ‘좌파 독재’라며 맞서는 야당이다. 미국 하원 의장을 지낸 뉴트 깅리치 씨가 밝힌 대로 집권당의 책무는 정책을 생산하는 데 있고, 야당은 여당을 상대로 ‘투쟁’하는 데 있다.

야당인 한국당 책무 역시 투쟁하는 데 있다. 그렇다고 조폭 같이 폭력을 휘두르라는 건 아니고 합법적 투쟁을 말한다. 집권여당이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을 여당의 1,2,3 중대로 관리한다는 데서도 한국당은 강경투쟁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나경원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지금은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독재와 싸우겠다”고 했고, 황교안 대표는 “죽을 각오하고 싸울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의 심재철 새 원내대표는 지난 12월 초 당대표에 출마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을 내주면 사회주의로 넘어간다”며 투쟁력 규합을 호소했다.

하지만 한국당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웰빙당’이라고 폄훼되리만큼 허약한 웰빙족 속성을 지닌다.

내 몸만 도사리며 대여 투쟁은 겁낸다.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때 대변인을 맡았던 전여옥 씨는 한나라당에 대해 “전시에도 후방 부대 같다”고 개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한나라당은 “해변에 놀러 온 사람들 같다”며 “좌파에서 정권을 찾으려면 우파는 생명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오죽 허약한 웰빙족 속성이면 황교안·나경원 지도부가 패스트트랙 충돌 시 투쟁적으로 적극 나섰던 의원들에게 가상히 여겨 가산점을 주려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지금 한국당은 “황제 리더십” “투쟁만 할 거냐” 운운하며 당 지도부의 등에 칼을 꽂을 때가 아니다. 함께 일어서서 똘똘 뭉칠 때이다.

한국당에는 나의 사익 먼저 계산하는 ‘웰빙당’ 유전자(DNA)가 박혀 있다. 얌전한 야당과 내부 분열 웰빙당에게는 ‘패배뿐’이다. 이명박·박근혜 9년을 ‘정치적 타락’으로 자학만 해서는 안 되고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나서야 한다.

한국당은 정통 보수의 산업화와 자유시장경제를 지킨다는 자부심과 자신감을 품고 당 리더십 아래 단결해야 한다. 깅리치 의장 말대로 야당은 ‘투쟁’하는 게 본분임을 되새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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