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사라왁

[일요서울 |  프리랜서 김관수  기자]  뻔한 여행이 아닌 펀한 여행을 찾는 이들에게 최적화된 여행을 발견했다. 보르네오섬의 거대한 원시 열대림과 부족문화 속에서 10여 개 국의 여행고수들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날 것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뭔가 달라도 거침없이 달랐던 익사이팅 사라왁!

바탕 아이 국립공원 

쿠칭에서 남동쪽으로 약 280킬로미터 떨어진 바탕 아이 지역으로 떠났다. 쿠칭 보다는 사라왁의 원시 생태와 환경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는 길 내내 약간의 흥분과 긴장감이 함께했다. 긴 버스 여행의 끝에 만난 티끌 하나 찾을 수 없는 깨끗한 호수를 바라보는 순간 긴장감은 사라지고 흥분 지수는 점점 높아졌다. 1박 2일을 보내고 다시 쿠칭으로 돌아오는 길, ‘생애 다시 올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다. 꼭 다시 오겠다는 강한 다짐을 위한 물음이었다.
 
‘세리안 재래시장’ 바탕 아이에 대한 상상

이른 아침 쿠칭을 떠난 버스는 바탕 아이 국립공원을 향해 먼 길을 떠났다. 사실 쿠칭보다는 바탕 아이에서의 원시 열대우림을 체험하는 시간에 대한 기대가 더 컸기 때문에 버스 창밖으로 변화하는 풍경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졌다. 미리 알아본 바탕 아이를 수식하는 단어들, ‘인공호수’, ‘희귀동물’, ‘오랑우탄’, ‘롱보트’, ‘롱하우스’, ‘이반족’ 등 어느 것 하나 흥분되지 않는 단어가 없었다.
가는 길에 휴식 겸 관광 삼아 들른 세리안 재래시장은 쿠칭에서부터 바탕 아이로 가는 길에 조금씩 시골 풍경으로 바뀌는 변화를 체감하기에 알맞은 곳이었다. 시장 입구 앞의 버스정류장에서는 웬만한 시골의 버스정류장이 대부분 그렇듯, 장시간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지루한 표정과 아직은 떠날 생각이 없는 버스 기사들의 느긋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장 안에서는 쿠칭의 상점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물건들을 여럿 찾을 수 있었다. 어쩐지 더 신선한 것 같은 농수산물, 그리고 더 저렴한 것 같은 길거리 음식과 아날로그 감성의 장난감이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였다. 과연 바탕 아이에는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을까.    
 
아이만 바탕 아이 리조트 
로빈슨 크루소의 오두막 보다 더 한갓진 휴식처

잠시 평온한 호수를 바라보며 버스 여행의 피로를 풀고 다시 보트에 올랐다. ‘어디로 가는 걸까?’ 목적지의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차마 그 그림을 그려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30분쯤 호수 위를 달려가 보트의 선두에 어렴풋이 모습을 나타낸 아이만 바탕 아이 리조트의 모습은 보트 안에 탄 여행객들에게서 커다란 환호성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숲속에 숨겨진 나무로 만든 목조 리조트. 로빈슨 크루소의 오두막을 찾아내기로도 한 걸까.

물 위에서 바라본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시설이 뛰어나 놀라웠던 아이만 바탕 아이 리조트에 들어서자 전통 공연이 손님을 맞이했다. 바탕 아이 지역에 지금까지 살고 있는 부족인 이반족의 춤사위는 밀림을 살아가는 부족 남성의 필수불가결한 강인함을 잘 표현했다. 이미 자리를 잡고 그 감격적인 시간을 누리고 있는 저 여행자들은 어떻게 이곳을 알게 됐고 또 찾아왔을까, 지구상에 숨겨진 곳은 이제 더 이상 없을 것 같은 조금은 불안하고 안타까운 느낌, 그곳에 내가 와 있다는 사실이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얼마간 산을 오르자 가이드가 특별한 공간 앞에 멈춰 섰다. 바닥을 커다란 돌 판으로 덮어 놓았고 한쪽 면에 커다란 토기를 올려 두었고 그 위에는 지폐와 동전이 가득했다. 이 지역에 부족을 세운 족장의 무덤.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아왔다는 증거였다.

풀장 앞에서 바비큐 디너 준비가 한창인 리조트 안으로 노을이 물들기 시작했다. 리조트의 나무 지붕 위를 덮은 붉은 기운은 리조트 너머의 바다와 하늘 그리고 구름까지도 서서히 덮어 갔다. 그동안 보아 온 그 어떤 것보다 더 붉은 노을. 세상의 나쁜 기운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보드라운 무공해 노을이 몰려왔다. 밤을 준비하라는 그들만의 신호에 낯설 것만 같았던 정글 속의 밤도 여느 유명 휴양지의 밤이 그랬던 것처럼 로맨틱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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