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사라왁

 

[일요서울 |  프리랜서 김관수  기자] 뻔한 여행이 아닌 펀한 여행을 찾는 이들에게 최적화된 여행을 발견했다. 보르네오섬의 거대한 원시 열대림과 부족문화 속에서 10여 개 국의 여행고수들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날 것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뭔가 달라도 거침없이 달랐던 익사이팅 사라왁!

 

사라왁 

흔히 ‘보르네오’하면 인도네시아를 떠올리지만 말레이시아의 사라왁 역시 보르네오섬에 위치하고 있다. 칼리만탄 인도네시아와 접해 있는 말레이시아의 사라왁은 '코뿔소의 땅'으로 불리는 지역으로 원시 열대림과 산, 동굴 그리고 독특한 동식물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거대한 땅이다. 사라왁의 여러 국립공원에는 자연이 창조해 낸 다양한 예술 작품들이 존재하고, 사람들은 자연 속에 묻혀 오래도록 간직해 온 그들만의 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며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라왁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생태를 해치지 않고 보존하기 위해 현대의 문명을 조화롭게 이용한다. 그들의 쉽지 않은 노력으로 우리는 지금, 지구상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고유하고 특별한 생태계를 여행할 수 있다. 원시 자연을 어렵지 않게 여행할 수 있는 고마운 이유이다.

사라왁으로 가는 길

사라왁은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넓은 주로 주도는 쿠칭이며, 사라왁 여행은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 인천에서 쿠칭까지는 말레이시아 항공 등의 항공편으로 말레이시아의 수도인 쿠알라룸푸르 또는 유명 관광지인 사바주의 코타키나발루를 경유하여야 한다.

쿠칭

사라왁 여행의 시작과 끝이자 베이스캠프인 쿠칭은 뜻밖의 서정적인 첫인상을 선보였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감성의 조각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이름조차 생소한 도시 쿠칭에 대한 맹목적인 애정과 믿음이 빠르게 싹텄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사라왁강 주변에서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샘솟는 꽃다발 같은 매력을 감상하며 애묘인들의 ‘고양이’에 대한 사랑을 풀풀 느낄 수 있었던 고양이란 이름을 가진 도시 쿠칭, 작지만  오래 머무르고 싶은 도시가 되었다.  

리버크루즈 ⋯ 감미로운 쿠칭 한 바퀴

호텔에서 내려다 본 쿠칭 시내가 마냥 편안하게 느껴지는 데에는 도시를 가로지르는 잔잔한 사라왁강이 한 몫 제대로 하고 있었다. 그다지 넓지 않은 강폭을 유지하면서 유연하게 곡선을 그리며 물길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리버크루즈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려주었다. 약속 시간, 선착장에 정박해 있는 사라왁 리버크루즈에 올랐다. 한강유람선과 비슷한 아담한 크기의 리버크루즈는 오후 5시가 되자 뱃고동을 울리며 약 2시간 동안의 쿠칭 유람을 시작했다. 2층 야외 갑판 위에 자리 잡은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관광객들의 표정은 내내 한결 같았다. 멀어지는 풍경이 있으면 가까워지는 풍경이 있으니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변함없이 주위를 응시했고, 풍경 하나에 자신들의 추억 하나를 넣어 사진 속에 남기려는 노력도 끊임없이 계속됐다.  

리버크루즈는 쿠칭의 명소들을 360도 파노라마로 하나씩 소개했다. 쿠칭의 스카이라인과 강둑에 위치한 여러 명소들 그리고 시민들의 일상이 뒤섞인 풍경들이 사방으로 스쳐 지나갔다. 쿠칭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사라왁주의 주 입법부 건물은 언제나 그리고 어디에서나 독특한 모습으로 모든 이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강기슭에 우두커니 선 이 건물은 홀로 멋짐을 뽐내기도 하지만 주변의 도시 풍경과 함께 어우러질 때, 그리고 야간의 음악분수쇼가 펼쳐지는 순간에 더욱 더 화려하게 빛을 냈다. 이 건물 주위를 한 바퀴 돌아 남쪽으로 방향을 잡은 리버크루즈는 현 사라왁 주지사의 거주지이자 옛 영국 식민 시절의 역사를 품고 있는 브룩 왕조의 궁전 아스타나를 비롯해 1879년에 해적을 방어하기 위해 지어진 상징적 건축물 마르게리타 요새, 쿠칭 모스크 등을 아낌없이 내어주었다. 현대식 마천루가 들어선 시내와 옛 기억이 남아 있는 유럽식 건축물들, 그리고 주민들이 살아가는 수상마을에 이르기까지 사라왁강의 물길을 따라 리버크루즈가 선사하는 풍경은 쿠칭 사라왁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편집되지 않은 한 편의 무성영화와 같았다.

리버크루즈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선셋이다. 붉게 물든 사라왁강과 쿠칭의 이국적이고 자연친화적인 도시 풍경 그리고 이곳의 랜드마크인 주 입법부 건물이 함께 어우러져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고요의 시간은 강 위에 있지 않으면 담을 수 없는 거룩한 풍경이었다. 쿠칭을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리버크루즈 위에 있음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캄풍 라이딩⋯ 쿠칭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시간

마을이라는 뜻의 캄풍. 강물 위에서 쿠칭을 감상했다면 이제는 땅 위에서 자전거와 발로 마을들을 꼼꼼하게 둘러볼 차례다. 비교적 시원한 아침 공기는 쾌적한 라이딩을 즐기기에 가장 적합한 시간. 각자 페달을 밟지만 여럿이 팀을 이루어 함께 호흡하는 운동이기에 더욱 신난다. 여행사와의 약속 장소에는 이미 자전거를 잔뜩 싣고 온 투어 가이드들이 장비를 점검하며 라이딩을 준비 중이었다. 각자 자전거를 고르고 헬멧을 쓰고 나자 가이드의 안전교육이 진행됐다. 쿠칭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 마을과 강변 등을 둘러보는 약 4킬로미터 거리의 평이한 코스이지만, 차도를 달리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안전에 신경써야만 한다. 리더가 선두에서 보내는 수신호 등을 반드시 숙지하고 투어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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