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 낚은 정몽규(아시아나항공) 채형석(이스타항공) 방준혁(웅진코웨이)...신ㆍ구사업 결합 본격 시험대 올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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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2019년 인수합병(M&A) 대어를 낚은 HDC현대산업개발(회장 정몽규), 애경그룹(총괄부회장 채형석), 넷마블(의장 방준혁) 등 이다.

이들 3사는 기업 총수가 직접 인수 과정 전반을 챙긴 만큼 올해 경영에도 즉각 반영될 전망이다. 위험요소도 일부 남아 있지만 사업 시작 단계인 만큼 기대도 크다.

특히 2019년의 끝을 며칠 남겨두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마무리되고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 절차가 시작돼 항공업계의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쏠린다. 웅진코웨이 인수에 성공한 넷마블의 사업확장 속도에도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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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 기업 사활 걸고 경영 박차 움직임….승자의 저주 우려도

아시아나항공의 주인이 31년 만에 바뀌었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2위 항공업체다. HDC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아시아나항공 최종 인수 금액은 2조5000억 원이다. 이 중 3228억 원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금호 측에 지급한 대금이다. 나머지는 아시아나의 경영 정상화에 투입된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나의 자본은 3조 원 이상으로 늘어나고 부채비율도 절반인 270% 선으로 낮아진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됨에 따라 HDC는 기존의 주력인 건설보다 항공·물류 쪽에 더 무게가 실리게 된다. 정몽규 HDC 그룹 회장은 "회사를 조속히 안정화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항공사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며 "그룹과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는 방안도 빨리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HDC 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너지 주목
 
이와 더불어 HDC는 신년 초 임시주주 총회를 열어 이사진 교체, 유상증자 등 아시아나항공 새판짜기에 돌입한다. 미래에셋이라는 우군도 생겼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항공 물류와 밀접한 범현대가 그룹들도 아시아나항공 지원사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현재 90%에 달하는 대한항공의 항공 물류 수요 중 30%가량은 아시아나항공으로 넘어올 것으로 항공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추가 매각 가능성도 제기되기도 한다. 향후 아시아나항공 수익성을 개선을 향한 노선 경쟁력과 비용 효율성 등을 높이기 위한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HDC는 내년 4월까지 국내외의 기업결합 신고 등 모든 인수 절차를 차질없이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남매의 난`으로 불리며 갈등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이 내년 3월 총수 일가의 그룹 경영권 향방을 가를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어 아시아나항공의 재정비되는 상황과 맞물려 항공업계의 판도 변화가 주목된다.

 
올해 초 마무리될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도 항공업계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킬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18일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와 SPA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다만 지난해 12월31일 예정이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은 연기됐다.
 
제주항공 측은 지난해 12월30일 공시를 통해 "실사기간 및 주식매매계약서 체결 일정을 변경한다"고 밝혔다.당초 지난 26일부터 내년 1월9일까지였던 실사 기간을 내년 '1월 중'으로 변경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이스타항공 인수를 매듭짓게 되면 제주항공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지난 3분기 기준 국내선 24.8%, 국제선 19.5%로 올라서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인수 주식 수는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000주이며 지분 비율은 51.17%다.

제주항공 측은 이번 인수 추진 이유에 대해 항공사 간 결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양사의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 및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국내 항공업계 시장 재편 국면에서 주도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글로벌 항공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여객점유율을 확대하고 LCC 사업모델의 운영효율을 극대화해 LCC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1위 렌탈업체 웅진코웨이가 넷마블로 매각된다. 웅진과 넷마블은 애초 제시했던 매각가보다 1000억 원 낮은 1조7000억 원대에 웅진코웨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다.

업계에 따르면 웅진씽크빅이 27일 웅진코웨이 지분 25.08%를 넷마블에 넘긴다. 최종 인수금액은 1조7400억 원이다. 주식매매계약 체결 직후 넷마블은 인수금액의 10%를 계약금 명목으로 지급할 예정으로 최종 인수는 잔금을 치를 2월 중순경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넷마블은 지난 10월 웅진코웨이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인수 가격으로 1조8,000억 원대 중반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실사를 거치면서 가격 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고, 두 달 넘게 본계약이 체결되지 못하면서 일각에선 인수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가격 줄다리기 끝에 넷마블의 요구대로 약 1000억 원을 낮추게 됐는데, 이는 웅진코웨이의 CS닥터(설치·수리 기사) 노조 변수가 웅진 측에 불리하게 작용한 탓이다.

웅진그룹도 이번 매각 확정으로 재무 리스크에서 한시름을 놓게 됐다. 매각가가 시장의 예상에 비해 낮아졌지만, 순차입금 감소 등에 따라 웅진씽크빅의 주가에도 긍정적일 전망이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웅진코웨이 매각에 따른 지분법 이익 감소가 발생하겠지만, 차입금 감소에 따른 효과가 더 크다"며 "향후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노력이 가시화된다면 목표 주가 재조정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웅진그룹은 이번 매각에 따른 현금 추가 확보로 웅진씽크빅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승자의 저주, 어떻게 벗어날지 예의주시 
 
일각에서는 이들 3사에 대한 승자의 저주를 우려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시장 예상가보다 1조 원 가량 높은 2조 원 중반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번 인수에 성공할 시 현대산업개발은 7조 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아야 한다. 여기에 항공기 노후화 등에 따라 추가로 적지 않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 등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건설사 특징상 개발사업 용지를 확보하는 데 투자할 자본이 무리한 사업 확장에 소모될 수 있고, 이에 따른 그룹 전체의 재무구조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경도 마찬가지다. 제주항공을 경영했던 노하우로 이스타항공 경영에 큰 무리는 없겠지만 침체한 LCC 시장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시장 침체가 해결되면 비상할 수 있는 기업인 것은 맞는 만큼 우려와 기대가 공존한다"고 밝혔다.

웅진코웨이와 관련해서는 과거 매각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던 일이 이번 인수합병 과정에서 또다시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이유로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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