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K법률사무소 김지훈 변호사
YK법률사무소 김지훈 변호사

 

지난 19일, 성범죄자가 게스트하우스, 민박 사업하는 것을 규제하는 일명 '성범죄자 게스트하우스 영업제한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한 게스트 하우스는, 과거의 낡은 ‘민박’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감성을 자극하는 깔끔한 시설과 저렴한 가격 등을 앞세워 새로운 숙박 유형으로 떠올랐다. 무엇보다도 게스트하우스 차원에서 주관하는 바비큐 파티 등을 통해 투숙객들의 자연스러운 만남 기회가 제공되다보니, 젊은이들이 친구들끼리는 물론 혼자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 일도 많아졌다.

이에 게스트하우스는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늘었는데, 이곳에서 투숙객은 물론 사업자가 불법 촬영을 하거나 성폭력 등 성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성범죄를 저지른 사업자의 영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실제로 상당수 게스트하우스는 농어촌민박사업으로 신고하면 운영할 수 있으며 사업자의 성범죄 경력에 대한 제재가 없었다.

성범죄자 게스트하우스 영업제한법 대표발의자인 권미혁 의원은 "본 법안이 본 회의를 통과하면서 민박 주택의 특성상 높은 성범죄 발생 위험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같은 날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대표발의자 김학재 의원)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앞으로는 학교와 마찬가지로 외국교육기관에서도 성범죄를 포함한 범죄 행위에 대해 국내 학교 수준의 자격 기준과 당연퇴직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일반 학교와 달리 외국교육기관에서는 성범죄 전과자인 교원의 자격 제한이 어려웠던 법령의 사각지대가 있었는데, 이를 보완한 것이다. 학생들이 더 안전한 교육환경에서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게다가 최근에는 음식 배달업 종사자들이 혼자 사는 피해자를 상대로 저지르는 성범죄 피해 사례가 늘어, 배달업에도 성범죄자 취업제한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는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또는 성인 대상 성범죄로 형이나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자가 일정 기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을 운영하거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에서 정한 취업 제한 기관은 각 부 장관이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데, 교육기관뿐만 아니라 경비업체, 관리사무소 등 매우 다양하다. 게다가 위 법안들처럼 개별법에서 취업을 제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변호사로서 형사사건, 특히 성범죄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의뢰인이 가장 궁금해하고 불안해하는 사항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취업제한이다. 범죄로 인한 형벌 그 자체도 큰 처벌이지만, 취업제한 명령은 범죄자의 직업을 박탈하여 그의 경제적 생명줄을 끊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가장 치명적인 조치라고 볼 수 있다.

검사는 성범죄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벌금 등 주형에 덧붙여 취업제한명령도 함께 구형하곤 하지만, 판사가 무조건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성보호법은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 그 밖에 취업을 제한하여서는 아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성범죄를 자백하고 법정에 선 범죄자들은 전과자가 될지언정 취업제한만큼은 꼭 피하고 싶어 하며, 이들의 변호인이 재판부에 이에 대해 읍소하는 일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 법은 취업제한 이외에도 신상공개 고지명령, 교육 프로그램 이수, 보호관찰 등 각종 보안처분을 형벌과 별개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성범죄자들은 실질적으로는 한 죄로 여러 개의 처벌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중처벌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보안처분 등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게다가 이러한 위헌 논란과는 별개로 사회 여론은 오히려 취업제한과 신상 공개, 전자발찌 등 부수적인 제약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형성되고 있다.

뉴스에 오르내리는 다양한 성범죄 피해 사례들을 생각할 때, 이런 입법 흐름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변호사로서 개별 사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그저 ‘죄명’으로만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미묘한 사정들이 얽혀 있기 마련이다. 이에 피고인이 지은 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한 처벌이나 후속 조치를 받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관련 법령은 성범죄자들에게 더욱 엄격하게 변해갈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도, 한순간의 실수로 평생 자신의 일상에 돌아오기 힘들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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