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얼굴없는 천사의 성금을 훔쳐 달아난 용의자들이 붙잡힌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완산경찰서에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전주 얼굴없는 천사의 성금을 훔쳐 달아난 용의자들이 붙잡힌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완산경찰서에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전북 전주시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수천만 원의 성금을 훔쳐 달아난 30대 피의자들이 구속됐다.

전주지법 최정윤 판사는 전날 오후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A(35)씨와 B(34)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 판사는 이날 오전 A씨 등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10시경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 뒷편 희망을 주는 나무 주변에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6000여만 원이 담긴 기부금 박스를 훔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성금이 사라진 것 같다"는 주민센터 측의 신고를 받고 목격자 진술과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과 함께 주민 등을 상대로 탐문수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26일부터 주민센터 주변에 세워져 있던 SUV 차량 1대가 수상하다는 주민 제보와 함께 해당 차량 번호가 적힌 쪽지를 받았다.

이후 충남경찰청과 공조해 충남 논산과 대전 유성에서 이들을 붙잡았다. 또 용의자들이 갖고 있던 기부금 6000여만 원을 회수했다.

A씨 등은 범행 전날 자정 무렵 논산에서 출발해 오전 2시께 주민센터에 도착한 뒤 '얼굴 없는 천사'가 나타난 오전 10시까지 8시간 동안 차량 안에서 기다렸다.

이들은 전주에 오기 전 휴게소 화장실에 들러 화장지에 물을 적셔 번호판을 가려 '완전 범죄'를 꿈꿨으나 그 이전 전주에 올 때는 번호판을 가리지 않아 주민에게 덜미를 잡혔다.

A씨 등은 "유튜브를 통해 이 시기에 '얼굴 없는 천사가'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라며 "컴퓨터 수리점을 한 곳 더 열기 위해 기부금을 훔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회수한 성금 6000여만 원을 '얼굴 없는 천사'가 기부하려고 했던 노송동 주민센터에 오는 2일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성탄절 전후로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수천만 원이 담긴 종이박스를 몰래 놓고 사라져 붙여진 이름이다.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58만4000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그의 소리 없는 기부는 해마다 연말을 기점으로 이뤄졌다.

그는 매년 A4용지 박스에 5만 원권 뭉치와 동전 등을 채운 돼지저금통, 메모글을 남겼으며 이 성금은 그동안 전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노송동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됐다.

경찰이 회수한 성금이 주민센터에 전달되면 천사가 올해까지 20년간 놓고 간 돈의 총액은 모두 6억7000여만 원에 달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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