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덕 공동의장

혹자는 제목만 보고 ‘필자가 문재인 정부의 회유에 넘어갔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회유는 전혀 없었으며 계속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독일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그들이 어떻게 탈원전을 결정했는지 그 과정과 절차가 어떠했는지를 제대로 보자는 것이다. 

독일은 법적 과정을 거쳐 탈원전을 본격적으로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10년이 된 지금, 탈원전의 폐해로 고통받고 있다. 탈원전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온실가스 발생량은 목표치에 근접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력요금도 유럽 최고 수준이 되었다.

심지어 이웃나라들은 독일에게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도록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초기에 독일을 바라보자고 했지만 독일의 실상을 알게 된 후로는 독일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독일에서 배워야 할 것은 민주적 절차인데 엉뚱한 것만 배워오는 정부다. 원래 고리1호기 퇴임식에서 탈핵국가를 선언할 때부터 논리적인 검토라고는 전혀 없었으니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는가? 

독일은 25년간의 논의와 준비과정 그리고 세 번의 국민투표 끝에 탈원전을 선언했다. 그 첫 번째 논의는 2000년 탈원전에 합의하고 2002년 원자력법을 개정함으로 출발했다. 2010년에는 원전의 필요성을 다시 인정하고 원전의 가동기간을 연장하며 친환경전기 확대를 위한 특별기금도 지불하도록 원자력법을 개정하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후쿠시마 사고로 인하여 다시 탈원전을 결정하게 되었는데 마지막 과정은 2011년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 17인으로 구성된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설치하여 전문가 토론과 국민 토론을 거쳤다. 당연히 그 결과를 법에 반영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우리는 어떠한가? 문재인 대통령의 고리1호기 퇴임식에서의 탈핵국가 선언과 그 후 급조한 에너지 전환로드맵을 국무회의에서 토의도 없이 의결한 것이 전부이다. 

우리도 독일처럼 법적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를 무시하고 반민주적으로 탈원전을 진행했다. 그 후에 만들어진 8차 전력수급계획이나 3차 에너지기본계획, 국가기후환경회의 보고서도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따랐으니 법과 상충되는 것은 물론 내용도 반쪽짜리가 되었다.

여하튼 독일이 첫 번째 탈원전을 결정하게 된 데는 원자력산업계의 동의가 있었다. 그 당시 독일의 원자력산업은 경쟁국인 프랑스에 비해 열위에 있었다. 원자력산업의 선행 주기와 후행 주기를 모두 운영하는 프랑스와 이를 갖추지 못한 독일은 당연히 경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두 번째 탈원전 선언 때에는 원자력기업의 동의를 얻지 않았기에 법적 정당성에 대한 고소가 있었고 정부는 기업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얼마나 민주적인 국가인가? 

우리 원전은 미국과 유럽의 안전성 관련 인증을 받았다. 미국과 유럽에서 동시에 인증을 받은 원전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 만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원전이다. 경제성은 어떤가? 우리와 경쟁할 나라가 있는가? 가격 경쟁에서 중국이 따라오고 있지만 품질을 고려하면 아직도 우리를 따라 오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경쟁력을 가진 원자력 산업을 민주적인 절차 없이 폐기한다고 선언했으니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독재가 아닌가?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수출을 통하여 먹고 살아가야 하는 나라라는 것에는 누구도 반대를 못할 것이다. 문재인 정권도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수출을 신장해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다. 그런데 몇십조의 수출 시장을 마련할 수 있는 원전 산업을 버리는가? 그렇다고 독일처럼 풍력자원이 풍부한가? 우리나라 태양광은 과연 수출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가?

이 모든 혼란은 결국 탈원전 문제를 민주적으로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탈원전을 폐기해야 한다. 간헐적 재생에너지를 먼저 보급 확대한 독일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며 나가야 한다. 그 해결책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가 함께 가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깊은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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