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이 있는 경자년을 맞이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2018년 6월15일 6선 김무성 의원(부산 중구.영도)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같은 달 25일 윤상직 의원(초선, 부산 기장)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1년 넘게 잠잠하다가 2019년 11월부터 올해 벽두까지 불출마 선언이 계속되고 있다. 

경자년 새해를 맞이한 2일에는 여상규 법사위원장(3선, 경남 사천·남해·하동)과 한선교 의원(4선, 경기도  용인병)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세연(3선, 부산 금정), 김성찬(재선, 경남 창원·진해), 김도읍(재선, 부산 북강서을), 김영우(3선, 경기도 포천·가평), 유민봉(비례대표) 의원까지 포함해 총 9명이 불출마 선언을 했다. 

김무성, 윤상직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7명 의원들의 불출마는 한국당 살생부가 작성되고 세간에 알려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당내에서는 제기됐다. 

실제로 본지가 단독으로 입수해 보도한 한국당 살생부 67명의 명단과 11월 이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7명 현역 의원들의 살생부와 상관관계를 알아보니 겹치는 인사들이 있었다. 살생부 리스트 작성 시점은 11월로 적시돼 있다. 

일단 1월2일 불출마를 선언한 여상규 법사위원장 한선교 의원은 물갈이 대상에 올라 있었다. 반면 김영우 의원과 김도읍 의원은 물갈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인사다. 두 인사는 각각 작년 12월4일과 12월31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살생부 명단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유민봉·김세연·김성찬 의원은 물갈이 대상에 포함됐는데 사유가 ‘총선불출마’로 ‘물갈이 대상 여부’ 항목에 ‘0’표가 돼 있다. 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날은 작년 11월6일이고 김성찬 의원은 같은 달 15일, 김세연 의원은 17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를 볼 때 한국당 살생부 명단이 작성된 시점이 11월17일 이후부터 김영우 의원이 불출마 선언한 12월4일 사이에 작성된 점을 알 수 있다. 2018년 6월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윤상직 의원이 물갈이 대상에 오른 이유 역시 ‘불출마 선언’, ‘불출마 의사’로 적시돼 있다. 

결국 9명의 총선 불출마 인사들 중에서 살생부에 오른 2명의 인사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의 경우 총선 불출마가 물갈이 대상에 오른 주된 이유다. 또 다른 주목할 점은 김영우 의원과 김도읍 의원의 불출마다. 

김영우 의원은 ‘친이계’이자 ‘복당파’라는 딱지가 붙었지만 물갈이 대상은 아니었다. 김도읍 의원은 아예 물갈이 대상 사유가 빈칸으로 돼 있을 정도로 당내에서 공천 관련 문제가 되지 않는 인사였다. 하지만 김영우 의원은 “새 술과 새 부대를 위해 저의 자리를 비운다”고 불출마 변을 밝혔다. 김도읍 의원은 공수처법 통과 직후에 “헌법을 수호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당 살생부 명단에 올라 있는 한선교 의원은 “황교안 체제에 힘을 더해주기 위해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히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또한 같은 처지인 여상규 위원장은 ‘극심한 여야 편가르기’를 들며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과 공수처법처럼 정권과 특정 정파만을 위한 악법들이 날치기 강행처리되는 모습을 보면서 법사위원장으로서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며 “더 이상 막아낼 힘이 남아 있지 않아 후진에게 길을 열어주겠다”고 밝혔다. 

살생부 명단과 불출마 선언을 단순 비교해 볼때 과연 누가 당을 위해 진정한 불출마의 변을 밝히고 있는지 아니면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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