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총선 변수’ 셈법 계산 중

만18세 선거권을 요구하는 청소년들. [뉴시스]
만18세 선거권을 요구하는 청소년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선거 연령을 만19세에서 만18세로 하향 조정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오는 4월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에 대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고3 학생들이 선거권을 갖게 되자 진보 측과 보수 측의 반응이 극명히 갈리는 모양새다. 과연 학생들의 표심은 어느 곳으로 향할지가 큰 관심사다.

정치권‧교육계, 보수-진보 희비 교차

‘청소년 당원’ 모집 경쟁도 ‘가속화’

통과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선거권 연령을 기존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내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총선에서 2002년 4월16일생까지 투표장으로 갈 수 있게 된다. 선거운동 가능 연령도 기존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확대된다.

이를 두고 청소년단체와 진보교육계에서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교육단체는 “학교가 정치판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학교 혼란” vs “혼란 없을 것”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고등학생의 정당 가입이나 정치활동이 허용된다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할 수 있게 돼 면학분위기가 깨지고 학생이 선거법을 위반하게 될 수도 있다”면서 “학교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학생 지도 및 정치활동에 대한 세심한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총은 선거 연령이 만18세로 낮춰지면서 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되는 학생들이 청소년-성인의 경계에서 기존 청소년보호법과 민법 사이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교총 조성철 대변인은 “고3이 선거권을 가진 성인이라면 당장 1~2월이면 고2 학생에게도 술‧담배가 허용되고 친권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청소년단체와 진보교육계는 ‘과도한 우려’라고 지적하면서 선거법 개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선거연령 하한을 주장해 온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미지 집행위원장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하는 권리이지만 청소년만 예외적으로 박탈됐던 것”이라며 “학교는 지금보다 더 정치적인 공간이 돼야 하며 가장 삶 가까운 곳에서 배우고 실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소년보호법-민법 등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다양한 영역의 법률에서도 성인의 기준이 혼재돼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선거연령 하한만으로는 혼란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보 성향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측도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혼란은 줄어들 것이며, 청소년을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라고 보는 것은 세계적인 기준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민주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도 “정치적 영역에서 많이 소외돼 있던 청소년들이 당당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등 청소년 권익 향상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며 “이번 선거연령 하향을 계기로 학교에서 정치 교육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장 학교 교육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정치교육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거 관련 교육이 핵심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총선 시기에 맞춰 40개 초‧중‧고교에서 실시할 예정이던 모의선거 교육 참가 학교를 60개교로 늘리기로 했다. 또 전국 16개 시‧도로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교육부가 실무협의에 나선 것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처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고3을 비롯한 학생들이 선거법을 위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학생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학칙은 개정된 선거법과 충돌해 개정해야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각 학교에 학칙을 개정하도록 안내할 방침이다. 선관위와도 관련 교육자료 개발을 위한 협의에 나선다.

‘제2의 인헌고 사태’ 우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총선에서 전체 만18세 유권자는 53만2000여 명 정도로 추산된다. 특히 투표권을 갖게 될 2002년생 가운데 고등학교 3학년은 10% 정도일 것으로 정치권은 예상하고 있다.

당장 오는 총선부터 적용되는 만큼 여야의 반응은 상반된다. 유불리 계산에 분주한 것이다. 여야의 분위기는 어떠할까.

상대적으로 청년층의 지지세가 강한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은 반기는 모양새다. 만18세 투표권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주장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우리나라만 선거 연령을 19세 이상으로 하고 있다. 일본도 재작년에 18세로 두 살을 낮췄다”면서 “국내 법적 체계를 봤을 때도 당연하다. 현재 18세가 되면 군대에 갈 수 있고 공무원이 될 수 있는데 투표만 못 하는 것도 지나친 기본권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진보 성향의 표가 늘어날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특히 정치 편향 교육을 우려하고 있다. 학생들이 투표권을 가지면 ‘제2의 인헌고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2일 ‘문재인 정권 좌편향 교과서 긴급 진단 정책 간담회’에서 “역사와 사회를 왜곡하는 교과서로 학생들을 오염시키고 선거 연령까지 낮추면 고등학교는 완전히 정치판,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 진영이지만 ‘청년 정당’을 표방하는 새로운보수당은 환영하고 있다. 한국당을 외면하고 있는 청년 보수층을 흡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출마’ 연령 제한을 현행 25세에서 20세로 낮추는 선거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한편 고등학생의 당원 가입도 합법화되면서 각 당들의 청소년 당원 모집 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재 정당법상 당원 자격은 ‘선거권을 가진 자’로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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