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청산’하겠다더니…기업은행에 낙하산 인사 지적받고 또 낙하산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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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현 정부는 “낙하산 인사는 적폐”라며 근절을 약속했다. 하지만 근절되지 못한 모습이다. 공공기관 낙하산 문제로 2020년 새해부터 시끄럽다.

IBK기업은행장 선임과 관련해서도 낙하산 인사 소식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반대 움직임이 거세다. 과거 박근혜 정부 때보다도 더 심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IBK기업은행 윤종원 前수석 임명, 새해부터 관치금융 논란
추혜선 "깜깜이 인사…사라지지 않은 낙하산 적폐" 지적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신임 IBK기업은행장으로 지난 2일 최종 확정됐다. 취임일은 3일이다

기업은행은 윤 신임 행장에 대해 "거시경제, 국내·국제금융, 재정, 산업, 구조개혁 등 경제정책 전반을 두루 담당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라며 "금융시장 관리, 금융 혁신, 은행 구조조정, 금리자유화와 통화정책, 금융규범 국제협의, 연금자산 관리, 중소기업 지원 등 금융과 중소기업 분야에 풍부한 정책경험이 있고 글로벌 감각과 네트워크까지 갖춘 경제·금융 전문가"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2010년 이후 세 차례 연속 내부 출신이 행장으로 승격됐다. 하지만 윤 행장 취임으로 이런 10년 관행이 깨지게 됐다. 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기업은행 노조는 윤 행장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출근저지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수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애초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이 물망에 올랐지만, 노조의 거센 반발에 윤 전 수석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은행장 인선 절차 개선 목소리도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3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공공기관의 수장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거나 낙하산 인사로 혹여 관치금융을 꾀하는 것 아닌지" 우려를 표하며 "공공기관이 퇴직한 청와대 수석의 재취업 자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추 의원은 "기업은행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 대한 금융 지원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금융 공공기관으로 정부가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극복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육성과 역량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다른 어느 때보다 기업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정부를 기업은행장을 내부 출신으로 뽑던 것을 무시한 낙하산 인사를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대구 달서병당협위원장)이 26일 환경부와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임명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총 44명 중 32명이 캠코더(캠프ㆍ코드ㆍ더불어민주당) 인사라고 밝혔다.

강 의원은 이들 중에는 민주당 최고위원의 배우자도 있고 공공기관의 상임감사로 중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 임명되는 등 전문성과는 동떨어진 인사가 이어졌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현 정부 출범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임명한 공공기관 임원은 총 149명으로 그중 약 22%인 33명이 캠코더 인사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도 공공기관 인사를 두고 `깜깜이 인사`라며 낙하산 적폐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힐난했다.

지난해 12월23일 바른미래당이 내놓은 `문재인 정부 낙하산 인사 현황(8월 말 기준)을 보면 347개 공공기관 임원 3368명 가운데 525명은 문재인 정권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물이다. 현 정부 들어 공공기관 임원에 오른 인물은 2799명으로 이 가운데 20%에 가까운 515명이 낙하산 인사다. 지난해 3월까지 434명이었다. 5개월 만에 19%가량(81명)이 늘어났다.

낙하산 인사는 번번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출근 저지 운동에 휩쓸려 고충을 겪은 것을 물론 정계 진출을 위한 이력으로만 활용한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가 올해 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실태 정기 전수조사`에 따르면 채용 비리 문제로 수사 의뢰나 징계요구를 받은 공공기관은 60여 곳이다. 이 가운데 낙하산 인사가 있는 기관이 62%를 차지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전문성과 자질이 부족하니 공공기관 실적은 형편없이 추락하고 있다"고 했다.

공공기관 `낙하산 감사` 막는다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나섰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지난 1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대안)’에 따르면 모호했던 자격 기준에 대해 감사 관련 업무를 3년 이상 담당한 사람 등으로 구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기업·준정부기관 감사 후보자의 요건으로 다섯 가지가 신설됐다. 요건은 ▲공인회계사·변호사 자격을 갖고 3년 이상 해당 업무에 종사한 사람 ▲학교에서 감사 관련 분야에서 조교수 이상으로 3년 이상 재직한 사람 ▲상장법인 또는 연구기관에서 감사 업무를 3년 이상 담당한 사람 ▲국가·지자체에서 감사 관련 업무를 3년 이상 담당한 공무원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한 자격이 있는 사람 등이다. 종전에는 ‘업무 수행에 필요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만 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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