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경찰까지? 줄줄 새는 초과근무수당

주 경장 징계 관련 서류 [사진 제공=주 경장]
주 경장 징계 관련 서류 [사진 제공=주 경장]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초과 근무 수당의 사전적 의미는 ‘초과 근무에 대해 지급하는 봉급 외의 보수’다. 정해진 근무 시간을 넘어 야근을 하거나 출근 시간 전에 출근을 할 경우 신청해 받는 게 초과 근무 수당이다. 얼핏 보면 적절한 제도다. 그러나 초과 근무 수당을 둘러싼 잡음은 계속되고 있다. 과거부터 이어진 공무원 등의 초과 근무 수당 부정 수령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경찰 조직에서 초과 근무 수당 관련 문제가 불거졌다. 경기도 포천의 한 파출소에서 파출소장이 초과 근무 수당을 부정 수령했다는 내부 폭로가 나온 것이다. 이번 사건을 필두로 사라지지 않는 공무원 세계의 초과 근무 수당 부정 수령 문제를 짚어본다.

포천경찰서 소속 경찰 “파출소장이 허위로 수당 타” 폭로
군 간부들도 사우나 가면서 초과근무수당 신청

문제는 지난해 7월 경기 포천경찰서 소속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주모 경장이 파출소장이 초과 근무 수당을 부정 수령했다고 내부 고발하며 불거졌다. 당시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파출소 소장 A경감은 퇴근 후 자신의 초과근무를 부하 직원에게 대신 입력하게 지시 해왔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 매체에 따르면 A경감이 부정 수령한 금액은 1년 6개월간 1000만 원이 넘는다고. 일반 파출소가 경찰서와 달리 출퇴근 지문 시스템이 없다는 점을 악용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A경감은 곧바로 “1년 6개월 동안 파출소장으로 근무하면서 허위로 초과 근무 수당을 수령한 사실이 없다”면서 “위 기간 수령한 초과 근무 수당 합계 약 1000만 원은 실제로 초과근무를 해 정당하게 수령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초과 근무 대장에 기록된 퇴근시간은 파출소를 나간 시간과는 다르지만, 대민 접촉 등 대외업무를 마친 실제 퇴근시간과 일치한다”며 “퇴근 후에도 기관장 모임 참석 등 초과근무를 실제로 했기 때문에 정당하게 퇴근 후 초과근무를 기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경감은 “초과근무수당 행정담당자에게 ‘내가 아침마다 일찍 나오고 그러면 네가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비위 ‘일부 사실’로…
내부 고발자는 징계?

주 경장이 초과 근무 수당 부정 수령 건과 관련해 진정을 낸 곳은 모두 3군데다. 먼저 지난 6월 16일 파출소 두드림함에 낸 진정서를 시작으로 7월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민원, 같은 달 25일에는 의정부지방검찰청에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A경감을 고발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A경감의 비위를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별다른 행정처분은 내려지지 않았다.
A경감에 대한 징계로 끝나나 했던 내부 고발은 의외의 상황을 맞았다. 주 경장이 개인정보보호법과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 등으로 고소당한 것이다. 이와 함께 포천경찰서 청문감사관실은 주 경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주 경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성실의 의무 위반과 복종의 의무 위반, 친절·공정의 의무 위반, 품위 유지의 의무 위반, 이법에 따른 명령 위반,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태만,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 등 무려 7가지다. 중징계를 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위반 내용을 상세히 들여다보면 ‘2018년 6월 폭행신고 출동 과정에서 폭행 피의자로 경찰장구인 수갑을 사용해 현행범인 체포하였으나 현행범인체포서 작성 등 절차 없이 석방해 사건 묵살한 점’, ‘폭행 피의자로 현행범인 체포한 관련자에게 수갑을 채운 상태에서 강압적으로 무릎 꿇리고 항의하는 관련자들에게 폭언 및 폭행, 가혹행위 등 직권을 남용한 점’, ‘2018년 4월부터 6월까지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20회에 걸쳐 상습적으로 지각 및 근무 결략하는 등 근무를 태만히 한 점’ 등이다.
얼핏 징계 사유가 정당해 보이지만 주 경장의 항변은 다르다. 그는 “저는 공익제보를 했음에도 공익제보자로서도 도움을 받지도 못하고 되려 형사 처벌 피고소인 및 징계대상자로 보복성 징벌을 받을 처지에 있다”면서 “징계사유들은 현재 무고로 고소해 의정부지방검찰청에서 수사 중에 있는데, 무고로 수사 중 인 사항임에도 강제로 저를 징계하려고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제가 내부고발을 하자 그 이후 제 3년 치의 행적을 뒤지면서 문제 될 만한 것을 교묘하게 사실관계를 변경해 징계를 주려고 만들어 놓았다”고 강조했다. 내부 고발에 대한 보복으로 경찰 측에서 ‘문제를 만들어’ 징계를 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주 경장은 “국가권익위원회에 공익제보자에 대한 신분보장조치를 신청했다”면서도 “하지만 공익제보는 맞으나 징계사유간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면서 보장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려 제가 직접 행정심판을 청구해 행정심판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포천경찰서 관계자는 각종 매체에 “감찰 중인 사안은 알려줄 수 없다”고 짧게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단 경찰만의 문제 아냐
공무원 세계에 만연한 ‘부정 수령’

초과 근무 수당 부정 수령과 관련된 문제는 비단 경찰 조직만의 일이 아니다. 군에서 간부들과 자주 접촉했던 병사들은 “초과 근무 수당은 줄줄 새는 돈”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원도 모 부대에서 근무했던 B씨는 “지휘통제실에서 근무하면 아침마다 간부들 전화가 걸려온다”면서 “일반적으로는 부대 내 사우나에 가 있으면서 초과 근무 수당을 신청하라고 병사에게 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휘통제실 컴퓨터에 간부들 ID와 비밀번호가 다 적혀 있었다”라면서 “아침저녁으로 하지도 않는 간부들 초과 근무 수당을 찍어주는 게 업무 중 하나였다”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입수한 ‘최근 5년(2014~2018년) 간 부처별·연도별 초과근무수당 부당수령 인원(환수·징계·행정착오 포함)’에 따르면 전체 중앙부처 44곳 중 68%에 해당하는 28곳에서 907명이 부정 수령으로 적발됐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초과 근무 수당 제도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거쳐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지만 작은 단위까지 쪼개진 지역 공무원들의 부정 수령을 모두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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