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플렉스’로 재탄생한 버닝썬과 아레나

[사진=황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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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2019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가장 큰 사건 중 하나인 ‘버닝썬 사건’.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가 운영하던 클럽 ‘버닝썬’ 직원들의 고객 폭행으로 촉발된 ‘버닝썬 사건’은 ‘물뽕’과 ‘마약’, ‘성접대’, ‘불법 촬영’, ‘유착’ 등으로 이어지며 연예계를 강타했다. 승리는 현재 성매매와 성매매 알선, 버닝썬 자금 특경법상 업무상 횡령, 변호사비 업무상횡령, 증거인멸교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불법 도박과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를 받았던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유흥업소 불법영업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오른 대성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버닝썬 사건’의 수사는 결국 몸통을 잡아내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나는 모양새다. 사건을 촉발시킨 클럽들 역시 장소를 옮겨 간판을 바꾼 채 성업 중이다.

‘일반음식점’ 신고하고 몰래 영업하다 적발되기도
“무허가 불법영업 하는 곳 많아” 상인들 불만

결국 ‘버닝썬 사건’은 ‘빈 수레가 요란하게’ 국민의 기억 속에서 잊히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 ‘버닝썬 사건’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폭로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가로세로연구소는 공식 채널을 통해 ‘홍진영 언니 버닝썬 연결고리’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 출연한 연예부 기자 출신 김용호씨와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기자는 “홍선영이 20kg를 감량하며 의학의 힘을 빌렸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홍선영이 클럽 ‘버닝썬’의 연결고리”라고 주장했다. 홍선영이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지난달 24일 ‘아레나’가 폐업하고 새로 개업한 클럽 ‘플렉스’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가세연에 따르면 홍선영은 당시 ‘업계 거물급’에 해당하는 6~7명의 인물과 함께 있었다고 한다. 해당 테이블은 술값만 수 천 만 원을 지불했다고 가세연은 부연했다.

가세연 “홍선영 강남구청에서 술집 하는 사람”

김씨는 “홍선영이 백수?”라고 되물으며 “정정하겠다. 강남구청에서 술집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운우리새끼’는 조작이 너무 심하다”면서 “(실제와) 비슷한 이미지로 나가야 하는데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방송에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또 “강남구청과 청담에서 술집을 하려면 보통 인맥으로는 안 된다”며 “거기 다 카르텔이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홍선영이 단순히 이브에 클럽을 간 걸 문제 삼는 게 아니다”라며 “최측근 제보에 의하면 홍선영 테이블에 6~7명이 앉아있었다. 그 멤버들이 하나같이 유흥업계 거물들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어 “그중 한 사람이 과거 아레나에서 마약 공급책으로 활동하던 사람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듣던 강 변호사가 “그럼 홍선영 씨가 마약을 했을 수도 있다”고 얘기하자 김씨는 손을 내저으며 “아니다. 거기까지 가면 그렇다”라고 부정했다. 최근 근거 없는 폭로를 한다는 여론의 뭇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제가 말할 수 있는 팩트는 마약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MD가 홍선영 테이블에 앉아있었다는 것이다”라면서 “홍선영이 마약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가세연 폭로’ 아레나 직원, 지난해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

가로세로연구소가 폭로처럼 지난해 클럽 아레나에서는 마약을 투약한 손님과 직원 등 5명이 체포된 바 있다. 지난해 2월 부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마약 판매책 A(46)씨와 그를 통해 마약을 구입, 투약한 클럽 아레나 직원 2명, 손님 B(46)씨와 프로골퍼 C(29)씨 등 총 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당시 B씨는 SNS를 통해 A씨로부터 마약의 일종인 엑스터시를 구입해 아레나에서 투약했다. 아레나 직원과 프로골퍼 역시 같은 경로를 통해 마약을 구입한 뒤 투약한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를 통한 판매처는 전국적으로 다수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아레나에서 적발된 판매처만 4건이었다는 것이다. 가세연이 주장한 ‘홍선영과 한 테이블에 있었던 전 아레나 직원’이 A씨였을 확률은 낮지만, 클럽 ‘아레나’ 출신들이 여전히 마약 유통책으로 활동하고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약 문제는 비단 클럽 아레나 뿐만의 일이 아니다. 같은 해 3월 경찰의 마약 범죄 집중 단속 결과 무려 500여 명의 관련 사범이 체포됐다. 클럽 ‘버닝썬’에서 마약을 유통하고 흡입한 인원만 11명에 달했다.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문호(29) 버닝썬 대표는 2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버닝썬 사건’ 이후 강남 클럽은?
‘마약’ 흔적 없지만 ‘불법영업’ 이뤄져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경찰서는 시청과 구청, 소방과 합동으로 강남 소재 클럽 7곳을 긴급 점검해 12건의 위법행위를 단속했다. 무단확장 등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가 6건, 소방 안전시설 미비 등 소방법 위반이 6건이었다. 당시 클럽들은 상가 공간을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뒤 유흥주점에 해당하는 클럽으로 운영했다. 또 무단으로 2층을 증축해 룸과 테라스로 사용하는 복층 영업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 통로에 적치물을 방치하거나 불량 비상유도등을 수리하지 않는 등 안전의식 부족도 적발됐다. 경찰은 업주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이 이처럼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것은 앞서 열린 ‘100일·100인 경찰 반부패 대토론회’에서 나온 구민과 상인들의 불만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합법적인 운영을 하던 클럽 관계자들은 “무허가 불법영업을 하는 곳이 많아 정식 허가를 받고 세금을 제대로 내는 영업장이 피해를 받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클럽의 경우 유흥주점에 해당해 일반음식점이나 소매점과 다르게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를 각각 10%, 3% 추가 부담해야 한다. 취득세와 재산세도 더 많이 납부해야 한다.

‘마약·흉기 출입금지’ 강남 ‘플렉스’ 가보니…

지난 2일 저녁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클럽 ‘플렉스’를 찾았다. 아직 영업시간이 되지 않아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눈에 띄는 점은 플렉스 입구에 부착된 안내문이었다. 안내문에는 ‘미성년자 출입금지’, ‘만 19세 이상부터 출입 가능 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 아래로는 ‘마약류, 무기류, 외부 음식 및 주류는 반입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마약과 흉기 사진에 금지 표시가 된 사진도 포함돼 있었다. 클럽 ‘아레나’ 영업 당시 마약 관련 사건이 있었던 만큼 재차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인근 상인 D씨는 “딱히 문제가 생겼던 기억은 없는 거 같다”면서도 “아무래도 밤에 사람이 몰리다보니 조금 시끄러운 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작년에 클럽에서 사고가 많이 난 걸 봤다”며 “또 사고가 날까 걱정되긴 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클럽 ‘버닝썬’에서 일했던 관계자는 “지난해 큰 사건도 있었고, 클럽을 폐업하고 새로 개업하려면 돈이 적지 않게 든다”며 “마약이나 이런 부분은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들의) 관심이 많이 식었다고는 해도 또 언제 터질지 모르는 거 아니냐”라면서 “오래 영업하려면 조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홍선영씨와 관련된 폭로에 대해서는 “나도 그(가로세로연구소) 영상을 봤다”면서도 “딱히 들은 건 없다. 연예계 관계자들이 클럽에 오는 것은 흔한 일이다. 홍선영씨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 마약을 투약한 것도 아닌데 (문제 없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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