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9 게임업계…중심에 ‘넥슨 매각’

   

[넥슨 홈페이지 캡처]
[넥슨 홈페이지 캡처]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기업들의 탈한국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생산기지와 법인을 해외로 옮기는 추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6년간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 설립한 신규법인은 1만9617곳으로 2만 사에 육박한다. 반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한 유턴법이 2013년 말부터 시행됐지만 실제 돌아온 기업은 소수에 그쳤다. 법 시행 이후인 2014년부터 올해 5월 중순까지 돌아온 기업은 59곳에 그쳤다.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들이 갖은 규제와 높은 운영비, 포화한 내수시장 등을 이유로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는 상황과 문제점 등을 짚어 봤다. 이번 호는 지난해 매각 소식으로 충격파를 만든 넥슨에 대해 알아본다.

WHO, ‘게임이용장애’로 질병 분류…공식 ‘인정’

16년 걸린 PC온라인게임 결제 한도 폐지…불합리 ‘타파’

지난해 최대 이슈 중 하나는 넥슨 매각이었다. 지난해 1월 김정주 NXC 대표의 지분 매각 추진 소식은 게입업계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체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김 대표는 NXC 지분 전량을 매각한다고 나섰고 만약 매각이 성사될 경우 10조 원을 넘어선다. 이는 국내 최대 M&A 거래가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특히 텐센트, 디즈니, 카카오, 넷마블 등이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면서 넥슨의 새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업계 관계자들은 주목했다. 본입찰을 앞두고 넥슨 계열 상장사인 ‘넷게임즈’와 ‘넥슨지티’의 주가도 함께 요동쳤다. 넥슨의 매각 과정에 넷마블, 카카오,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가 본입찰에 참가했지만, 금액 조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넥슨 매각은 결국 무산됐다. 이후 넥슨은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를 고문으로 영입하고 내부 재정비에 나섰다. 대규모 게임 페스티벌 ‘지스타’의 불참과 함께 서비스 중이던 게임을 접고 개발 중이던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등 체질개선에 나섰다.

‘6C51’ 질병 코드 부여 

지난해 게임업계는 고비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등재를 포함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통과시켰다. 이에 2022년 1월부터 ‘게임 이용장애(Gaming Disorder)’는 정신적, 행동적, 신경발달 장애 하위 항목에 포함되며, ‘6C51’이란 질병 코드가 부여되면서 공식적인 질병으로 인정받게 됐다.

게임이 질병으로 분류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한국을 포함한 194개 WHO 회원국에서 적용될 수 있다. 발표 이후 국내에서는 도입 반대를 외치며 WHO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게임산업협회를 비롯해 게임산업협단체들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대한 반대 성명을 통해 “과잉의료화이자 문화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정부가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에 대한 찬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민관협의체는 다섯차례 회의를 거쳐 질병코드 도입 문제와 관련 계획을 수립했다.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이어 게임업계에서는 근로 시간 연장을 두고 갈등이 격화됐다. 300명 이상 기업에 대해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사측과 노조측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사측은 근무 시간을 늘릴 수 있기 위해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며 노조 측은 “야만 시대로 돌아가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특히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중국이 6개월에 만들 게임을 우리는 1년 동안 만든다”는 발언과,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주 52시간 근로제가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를 제한한다”는 말은 노조를 자극시켰다. 이에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수도권본부 IT 위원회 네이버, 넥슨, 스마일게이트, 카카오 지회(이하 IT 노조)는 지난해 11월 반대 성명을 통해 “사용자들의 일 시킬 권리에 대한 것”이라며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더 이상 일하다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IT 노조는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을 어렵게 하는 특별연장근로 허용확대, 재량근로제 허용확대, 52시간제 위반 사업주 처벌유예 방침을 취소해야 한다”며 “국회는 기업들의 일방적인 요구만을 반영한 법안논의를 철회하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IT업계 경영진들은 공짜 야근이 가능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과도한 노동시간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 2월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등 주요 게임업체들은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 근로 등 시간 외 근로 등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키고 일괄 지급하는 임금제도다. 주요 게임업체들이 이를 폐지하기로 논의하면서 업계의 노동환경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일각에서는 중소업체들의 인건비 비용 증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넥슨레드 지분 전량 인수 

또한, 지난해에는 16년 만에 월 50만 원으로 제한했던 PC온라인게임 결제한도가 폐지됐다. 지난해 6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게임물관리위원회 규정 개정을 통해 PC 온라인게임 성인 월 결제한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PC 온라인게임의 월 결제한도는 성인 50만 원, 청소년 7만 원의 상한을 두고 시행됐으나 법적 근거가 없고 한도가 따로 없는 모바일게임과 비교 대상이 되며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왔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개선을 요구했고 결국 비판 높았던 제도였던 만큼 몇 년간 폐지 논의 한 뒤 폐지 확정 결론이 났다. 결제 한도는 지난 2003년 과소비 방지를 이유로 업계자율 형태로 처음 도입됐고 이후 2007년 게임물등급위원회(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설립되면서 등급분류 신청을 위한 ‘게임물 내용정보 기술서’에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법률에는 없는 법적 규제로 자리매김했었다.

한편 지난달 넥슨은 손자회사 ‘넥슨레드’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고 자회사인 ‘불리언게임즈’에 대한 흡수합병을 진행했다. 넥슨은 산하 개발사들의 구조 개편을 통해 “각각의 개발 법인이 보유한 노하우와 리소스를 유기적으로 통합해 개발 조직의 역량 제고에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넥슨레드는 모바일 SRPG ‘판타지워택틱스R’과 모바일 MMORPG ‘액스(AxE)’ 등을 개발한 스튜디오로 국내외에서 우수한 개발력과 흥행력을 입증했다. 글로벌 IP인 ‘다크어벤저’ 시리즈를 개발한 스튜디오 불리언게임즈는 액션 RPG 개발에 독보적인 역량을 펼치고 있다. 특히 콘솔급 RPG의 그래픽과 재미를 구현한 후속작 ‘다크어벤저3’는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수 3500만 건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정헌 넥슨 대표는 “올 한 해 넥슨은 대내외적인 변화와 도전 속에서 회사의 내실을 다지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각 개발 조직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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