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몇 살부터 몇 살까지일까? 정치권이 풀지 못하는 난제 중에 하나다. 법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청년 관련 유일한 법인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의 시행령 제2조에서 ‘15세 이상 29세 이하’를 ‘청년의 나이’로 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 조항에는 단서조항도 달려 있다.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이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하는 경우에는 15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을 말한다.’ 청년은 동일한 법조문 안에서도 29세까지였다가 34세까지로 고무줄처럼 줄기도 늘기도 한다.

법적 기준이 없는 청년의 나이는 정당마다 다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만 45세까지를 청년으로 보고,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한 살 어린 만 44세까지만 청년으로 본다. 정의당은 청년이 가장 어려서 만 35세까지를 청년으로 본다. 밖에서 만나면 능히 ‘아저씨’라고 불릴만한 풍채와 사회적 경력을 쌓은 사람들도 여의도에서는 쉽게 청년이 된다. 정치권 밖에서는 ‘오빠’라고 각광받을 청년들은 여의도에 들어오면 존재에서부터 약탈에 노출된다.

2020년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연령은 42세라고 한다. 대한민국은 10년 전 37세에서 몇 살 더 나이를 먹었다. 사회 통념상 청년이라고 할 수 있는 30대 이하는 줄었고, 노년이라고 할 60대 이상이 그만큼 증가했다. 정치권 청년 기준으로 봐도 40대 이하는 줄었고, 40대 초과는 늘었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수적으로도 다수가 아니어서 청년들이 당하는 불이익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인 영입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는 민주당의 2호 영입이 ‘20대 청년’이라서 화제가 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소외계층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며 어엿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한 20대 청년 원종건 씨는 충분히 화제가 될 만한 선택이다. 원종건 씨는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지만 반대로 정치가 청년들에게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면서 청년이 공감할 수 있는 정치를 하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원종건 씨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아쉬움을 조심스럽게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원종건 씨처럼 정당 밖에서 이력을 쌓지 않고 일찌감치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정당에 가입해서 정치활동을 이어온 청년들 입장에서 원종건 씨는 ‘굴러온 돌’에 불과하다. 그들 입장에서 원종건 씨는 어렵사리 다져놓은 청년정치 토양위에 느닷없이 바람을 타고 날아들어 온 ‘민들레 홀씨형 인재’에 다름 아니다.

일찌감치 정당에 들어와 ‘소를 키우고 밭을 일궈 온’ 이 청년들 입장에서 보면 원종건 씨와 같은 영입인재가 화제성을 갖는 현실에서는 절대로 핀란드처럼 34세의 젊은 총리가 나오지 않는다.

기성 정치가 청년을 특정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액세서리로 여기는 현실을 바꿔야 청년정치에도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 우선 첫 단추는 잘 끼었다. 만 18세 투표권 부여하는 선거법 개정으로 50만 명의 새로운 청년들이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되면서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정당 판에서 원종건, 이준석, 김광진이 될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고 떠나는 청년 정치인들은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에게 더 좌절이 깊어지기 전에 여의도가 아닌 지방으로, 국회의원이 아닌 지방의회 의원으로 눈을 돌려 보길 권한다. 

지난 지방선거 당선자 중에 광역의원의 4.5%인 33명만이 40세 미만이었다. 기초의원 중에는 6.5%인 166명만이 40대 이하였다. 미미한 수치 같지만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자 중에 40대 이하는 비례와 지역구 합쳐 1%에 불과한 단 3명뿐이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상당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지방의회에서 뿌리를 내리고 청년정치를 꽃피우다 보면 국회도, 한국정치도 한층 젊어질 때가 올 수 있을 것이다. 청년정치는 낮은 곳으로 흐르고 있다. 그 흐름에 몸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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