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조로남불…전체주의적 사고 행태”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과거 자신의 트위터에 “모두가 용이 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며 “중요한 것은 붕어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런데 정작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목되자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을 시작으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및 민간인 사찰 의혹,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까지 제기됐다. 조 전 장관 일가 또한 사학 및 사모펀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심지어 그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구속되기까지 했다. 조 전 장관을 적극 옹호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를 비판하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공지영 작가까지 가세해 설전을 벌이면서 진보진영이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진중권 교수(동양대학교) <뉴시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뉴시스>

-공, “좋은 머리는 아닌지…박사도 못 따”

조국 전 장관으로부터 시작된 ‘조로남불(조국+내로남불)’ 행태는 곧 진보 논객들의 핵심 쟁점으로 점화됐다. ‘조로남불’ 행태를 둘러싸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공지영 작가가 격렬하게 치고받는 모양새가 됐다. 그야말로 이전투구다.

앞서 지난해 9월부터 촉발된 조 전 장관 딸의 입시 비리 의혹을 놓고 진 전 교수와 유 이사장의 입장은 극명하게 대립했다. 최근 유 이사장은 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오픈북 시험에서 부모가 도와줬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검찰은) 온라인 오픈북 시험에 부모가 개입됐다는 의심만으로 기소한 것”이라며 “깜찍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가 바뀌면 조 전 장관에게 밥 한 끼 사주려고 한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진 전 교수는 지난 1일 ‘JTBC 신년특집 토론회’에 나와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을 ‘네오나치’에 비유하면서 유 이사장을 공격했다. 그는 “히틀러의 일기장이 발견됐는데 문제는 종이가 60년대 산(히틀러 사후)”이라며 “정상적인 사람은 일기가 위조라고 판단 해야 하는데 네오나치들은 ‘총통은 아직 살아계신다’고 하는데, 이건 전체주의적 사고”라고 꼬집었다. 즉 ‘조로남불’ 행태에 대한 관점이 유 이사장과 다른 것이다.

공 작가는 이런 진 전 교수를 겨냥하듯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색적인 공격을 해왔다. 최근 그는 “(진 전 교수는)고생도 많았던 사람, 좋은 머리도 아닌지 그렇게 오래 머물며 박사도 못 땄다”면서 “사실 생각해보면 그의 논리라는 것이 학자들은 잘 안 쓰는 독설, 단정적 말투, 거만한 가르침, 우리가 그걸 똑똑한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고 공격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공지영 작가.[뉴시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공지영 작가.[뉴시스]

전 NL주사파, 분열은 불가능하지만...

조 전 장관으로부터 촉발된 온갖 비리 의혹을 두고 벌어진 진보 논객들의 내부총질을 두고 일각에서 진보좌파의 분열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올해 4월 치러질 총선이 다가오고 있어 진보좌파의 분열 조짐은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원외에서 벌어지는 진보 논객들의 비판과는 달리 정치권 내 진보진영에서는 오히려 관망세다. 조 전 장관에 대한 평가를 자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진보좌파 진영의 분열 조짐을 두고 앞으로 그 균열이 점차 확대될 것인지 알아보고자 지난해 12월30일, 경기도 성남의 한 백화점 인근에서 민경우(56) 수학교육연구소장을 만났다. 지난 1983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한 후 이듬해 동 학교 국사학과로 재입학한 민 소장은 당시 학생운동에 인생을 걸었다. 10여 년간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을 지내면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4년간 옥살이를 거친 급진 좌파, 소위 ‘살아있는 NL주사(민족해방 주체사상파)’였으며 전형적인 86세대다. 그는 “지금의 86세대는 조 전 장관 비리 의혹 사태에 대해 통렬한 반성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데다 오히려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 소장은 조 전 장관 발 의혹을 두고 진보 진영 내 비판 등 자정 작용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봤다. 즉, 내부 비판에 의한 진영 분열 또한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민 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거리 시위를 진행할 것을 두고 찬반 진영이 구분되기는 했지만, 거리 시위를 반대하는 측은 조국은 잘못됐지만 문재인 정권에 대한 지지는 철회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마치 둥둥 떠다니고 있는 것처럼 다들 그저 관망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진보좌파 진영이 분열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통렬한 반성과 자아비판의 기회 부재’를 꼽았다. 민 소장은 “반성할 만한 체험적 경험이 전무하다”며 “근본적인 신념 체계를 세척할 능력도 없다보니 정직한 반성도 기대조차 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앞서 86세대는 80년대라는 독특한 시대적 경험, ‘전국대학생협의회(전대협)’이라는 특별한 공감대를 갖고 있다”며 “조국 사태 당시 내부 반성이 없는데 이는 공동정범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결국 그에 따르면 현 진보좌파는 반성이 불가능한 데다 독특한 시대적 경험이 녹아들어 있는 사고체계도 비슷해 분열 자체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국 전 민정수석이 지난해 7월26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전 민정수석이 지난해 7월26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주대환 전 민노당 의장, "세대 교체만이 답"

노동계에서 ‘대부’라고 불리는 주대환(67) 전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의장 역시 현재 정세로는 진보좌파가 사분오열 분열될 만큼의 에너지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31일 서울 종로의 한 찻집에서 만난 주 전 의장은 기자에게 ‘뉴레프트’ 운동 노선으로 전환하면서 현재의 진보좌파를 향해 ‘시대착오적이고 민족주의에 찌들어 있는 후진국형 진보’라고 비판한 바 있다고 전했다. 앞서 그는 민청학련 사건 등으로 구속되는 등 학생운동의 전면에서 활동한 바 있는 진보 인사다.

주 전 의장은 유 이사장, 진 전 교수, 공 작가 등 좌파인사들의 격렬한 논쟁은 내부 비판으로까지 갈 수 있지만 그 한계는 현재의 진보좌파를 질적으로 변화시키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미 86세대가 굳건하게 정치 헤게모니를 장악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내부 인사들의 불평 불만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큰 울림으로 가기에는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주 전 의장은 이미 86세대의 정치적 권역이 오래전부터 잘 조직되어 왔고, 심지어 이들을 밀어낼 세력 자체가 형성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80년대 정부에 대한 맹렬한 투쟁을 거치면서 이들은 정서와 기억, 신념 체계를 공유해 왔다”면서 “이들은 현재 대한민국의 주요 언론과 종교, 학교, 정치권, 사회 곳곳에 포진해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86세대로 대표되는 이들을 뒷받침해 주는 86세대는 이미 수십만 명에 달하고 있어 이들을 극복한다는 것은 개인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단시간에 해결될 수 있는 일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즉 진보좌파 내에서 거론된 ‘20년 집권론’은 이 같은 상황에서 오히려 더욱 합리적인 전망일 수 있다는 것 또한 그의 평가다.

다만 주 전 의장은 지금의 신세대, 즉 밀레니얼 세대가 86세대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파도처럼 몰아친다면 내부 비판과 연동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세대 교체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세대 교체를 통해서만 시대 교체를 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980년대 연세대에서 열린 전대협 전민련 노동탄압 규탄대회의 모습.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1980년대 연세대에서 열린 전대협 전민련 노동탄압 규탄대회의 모습.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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