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뒷전, 지역행사 생색내기...출마 앞두고 잡음 시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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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 후보 등록이 지난해 12월17일 시작되면서, 총선 출마자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후보 등록을 마친 예비 후보자들은 벌써부터 출판 기념회 등 ‘얼굴 알리기’에 분주한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일부 공공기관장들이 임기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공공 기관장 자리를 ‘이탈’하고 있어 여론의 비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공기관장 자리가 정치권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지나치는 ‘간이역’이 아니냐며 꼬집었고, 또 다른 이들은 후보자들이 재임기간 동안 자신의 출마 예상 지역에 선심성 혜택을 쏟는 등 ‘퍼주기’ 행태를 보여 왔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발돋움 위한 ‘간이역’”...중도퇴임출마에 잇단 비판
고발에 지역사회 반발까지...“직권 남용 vs 순수
자발적 활동”

총선을 앞두고 공공기관장들의 이탈 행위가 논란으로 이어져 온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받아온 일이다. 정계로 입문하기 위해 공공기관장직이 ‘거쳐 가는’ 간이역 역할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재임기간동안 악화한 경영상태에도 출마 예상 지역에 선심성 혜택을 적지 않게 쏟아 냈다는 것이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20년 총선 출마를 계획하거나 출마가 확실시된 일부 후보자들 중에서도 공공기관장직 임기를 마무리 짓지 않고 사의를 표명한 이들이 있다. 특히 이들 중에는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도 제기됐던 인물도 있어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은 모양새다. 

‘사직서’와 ‘출사표’

현재 2020년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유력시되는 공공 기관 전·현직 수장들은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이강래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윤종기 도로교통공단 이사장, 오영식 전 철도공사(코레일) 사장 등이다.

우선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임기를 10개월여 남겨뒀지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하고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사표 수리 절차만을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종무식 이후 휴가 중으로 전해졌으며, 이어 오는 8일과 11일에는 서울과 전주에서 출판기념회를 앞두고 있다. 그는 자신의 SNS에 “때로는 치열한 운동가로 때로는 열정적인 정치인으로 또 실천하는 공공기관장으로 살아온 사람 김성주가 줄곧 해왔던 생각을 오롯이 책 한 권에 담았다”며 출판기념회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도 지난달 19일 ‘일신상의 사유’로 퇴임했다. 2017년 11월29일 한국도로공사 제17대 사장으로 취임해, 총 임기 3년 중 1년가량을 남기고 퇴임하는 것이다. 당시 이 전 사장은 총선 출마를 위해 중도 퇴임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며칠 후 이 전 사장은 더불어민주당 남원·임실·순창 예비후보로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도 지난 2일 이임식을 끝으로 사퇴한 뒤 본격적인 총선 채비에 들어갔다. 4월 총선에서 충북 청주 상당구 출마를 공식화한 김 사장은 이임식이 끝나는 대로 상당구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예비후보 등록을 마칠 예정을 밝혔다. 이 외에도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전주지역 출마와 관련해 “내년 설 이전에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출마설에 들끓는 잡음

김성주 이사장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직권 남용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노인의 날을 맞아 공단 내 부서에서 포상금 일부를 100만원 상당 온누리 상품권으로 전주 관내 경로당에 전달한 것을 두고 시민단체가 김 이사장을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그는 “직원들의 기부금 전달은 순수하고 자발적인 활동일 뿐이다. 안타깝다”고 말한 바 있다.

전북 임실·순창·남원 선거구 총선 출마를 선언한 이강래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대한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크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법을 만들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톨게이트 수납원을 비정규직으로 불법 고용하도록 방치한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사장을 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북본부는 “생계를 위해 밤낮없이 교대 근무하던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은 해고된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길거리에서 노숙하고 있다”며 “이 전 사장은 요금수납원 1500여명을 해고한 당사자”라고 비난했다.

이어 “톨게이트 수납원은 도로공사 노동자라는 법원의 판단에도 이 전 사장은 총선 출마를 위해 사장 임기도 끝내지 않고 사표를 내고 예비 후보로 등록해 총선에 나오겠다니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김형근 가스안전공사 사장도 지난해 12월 한국가스안전공사 노조로부터 사회공헌자금 3억5000여만 원 중 일부를 충북 도내에서 집중 사용한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이뤄진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사장과 같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송치된 직원 1명을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한 일도 있었다.

이 같은 공공기관장들의 출마설을 둔 잡음은 끊이지 않는 분위기다. A씨는 “공공기관장직이 자신들의 금배지 다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출마하기 위해 중도 퇴임하는 경우 그에 따른 적절한 책임이 따를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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