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분오열’된 보수진영 분열 부채질 하나…우파 ‘촉각’

[일요서울 | 강하늘 기자] 정계개편으로 생존 활로를 모색하려는 정치 세력들의 정계 복귀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 침묵을 깨고 전격적으로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안 전 의원이 4.15 총선을 100일여 앞두고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서 정계개편과 총선 구도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외연 확장을 위해 중도에 상징성이 있는 안 전 의원까지 포함된 보수대통합을 꾀하려던 보수진영은 그가 복귀 이후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년 6개월여 만에 정치적 휴지기를 끝내고 재기를 꿈꾸는 안철수의 새로운 도전이 또다시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아니면 미풍에 그칠 것인지는 이번 총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정계 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 [뉴시스]
정계 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 [뉴시스]

-‘제2의 녹색 돌풍’이냐 ‘보수대통합 합류냐’ 安의 선택지는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 정계 복귀 소식을 정치권에 알렸다. 안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에 출마했다가 3위로 패배한 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며 그해 9월 1년 체류 일정으로 독일 유학을 떠났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방문학자로 스탠퍼드대에 머물고 있다. 

안 전 의원이 정계개편을 겨냥한 중도·보수진영의 러브콜에도 미국행을 선택하면서 그가 총선이 끝난 이후 정계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결국 총선 이전 복귀를 선택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강대강’ 극한 대치를 보이며 정치 혐오층을 더욱 확산시켰다는 평가가 나오던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정계 복귀를 선택한 것이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지난 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금 보수세력들이 ‘황교안 리더십’ 평가를 받고 통합도 안 되고 하기 때문에 ‘이때는 내가 나서야겠다’ 하고 들어오는 거죠. 냄새를 맡은 것”이라며 “이분의 기회 포착 능력은 최고”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모두 패배한 안 전 의원의 정치 생명은 끝났다는 혹평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안 전 의원은 2016년 총선 때 ‘녹색 돌풍’을 일으키며 38석을 획득해 국민의당을 제3당으로 만들었고 2017년 대선에서는 3위에 그치기는 했으나 21.4%를 얻어 득표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그의 정치적 행보는 정계개편과 총선 판도에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안철수, 정계 복귀 후 향후 시나리오 ‘넷’

안철수 전 의원이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서 정치권은 그가 향후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안 전 의원의 정계 복귀 후 시나리오는 크게 ‘보수대통합에 합류’, ‘새로운보수당 합류’, ‘바른미래당 신장개업’, ‘제3지대 독자 신당 창당’ 등이 거론되고 있다. 

보수대통합을 꿈꾸는 쪽에서는 안 전 의원이 합류해야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합류를 기대하고 있다. 안 전 의원이 결국 보수대통합에 합류한다면 귀국 후 일정 기간 독자행보를 하다 합류하는 방식과 새보수당 합류나 바른미래당 잔류, 제3지대 신당 창당 등을 시도하다 보수대통합에 합류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새해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안 전 의원의 정계 복귀 선언에 대한 입장과 통합 계획을 묻자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헌법 가치에 함께하는 분들이 모여서 대한민국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황 대표 쪽은 최근까지 바른미래당 내 안철수계 의원들을 두루 접촉하며 영입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 전 의원이 정계 복귀 선언문에서 “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세력들이 사생결단하며 싸우는 동안 우리의 미래, 우리의 미래세대들은 계속 착취 당하고 볼모로 잡혀있을 수밖에 없다”며 “낡은 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청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한국당이 중심이 되는 보수대통합에 합류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안 전 의원 앞에는 새보수당 합류 카드도 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안에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출신들이 끊임 없이 노선 갈등을 겪은 바 있고, 새보수당이 당명을 통해 당의 정체성이 보수당임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중도를 표방해 온 안 전 의원이 함께 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른정당계와 행보를 함께했던 안철수계도 새보수당 당명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였었다.  

새보수당 인재영입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3일 바른미래당 탈당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안 전 의원의 정계 복귀에 대해 “환영한다”면서 “2년 전 이 자리에서 국민께 약속드린 개혁보수와 실용중도가 힘 합쳐서 잘 해보자는 그 정신에 여전히 동의하는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정문헌 새보수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안 전 의원을 지지하는 중도층이 있기 때문에 보수 쪽으로 오면 보수가 영역을 확장하는 데 일조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안 전 의원의 선택이다”며 “안 전 의원이 어떤 행보를 하든 우리는 우리대로 보수개혁과 보수재건의 중심에 서겠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계속 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 노선 선택할 경우, 중도보수 분열은 심화 

안철수 전 의원이 바른미래당을 신장개업하거나 제3지대에서 새로운 독자 신당을 창당해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일으킨 ‘제2의 녹색돌풍’을 시도할 수 있다. 최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안 전 의원이 독자 행보를 선택하더라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대안신당이나 민주평화당도 국민의당 분당 과정에서 쌓였던 앙금을 털고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안 전 의원의 바른미래당 신장개업을 가장 높게 점치기도 한다. 바른미래당 내에 여전히 안철수계 의원들과 원외 인사들이 있기 때문에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신당 창당이라는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새로운 인물을 더 영입해 신장개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안 전 의원은 중도를 표방하기 때문에 보수통합 자체에 관심이 없다. 중도가 공간이 비어 있는데 그 공간을 비우고 보수통합으로 갈 이유가 뭐가 있나”라며 “창당을 하기에는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바른미래당으로 복귀해 당명을 바꾸고 새로운 인물도 영입해서 갈 것이라고 예측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당권을 놓고 갈등을 겪을 경우 제3지대 독자 창당을 꾀할 가능성도 있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전 의원이 오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안 전 의원의 말을 들어주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대표직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제가 ‘무조건 나간다’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다”라고 안 전 의원 정계 복귀와 맞물려 자신의 대표직 사퇴 문제가 다시 거론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안 전 의원 측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안 전 의원의 향후 행보에 대해 “안 전 의원이 돌아와서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각계각층과 만나서 본인의 역할에 대해서 상의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복귀 후 활동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대한민국 현실이 어려운 지경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 기득권 정치세력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낡은 정치와 기득권을 청산해야 한다는 생각이 귀국 선언문에 있다”라며 사실상 한국당 중심의 보수대통합에는 선을 그었다. 

안 전 의원이 바른미래당 신장개업이나 신당 창당으로 독자 노선을 걸을 경우 보수진영에게는 독약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중도’라는 상징성이 있는 안 전 의원이 보수대통합에 합류하지 않는다면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통합을 이루더라도 ‘도로 새누리당’에 불과해 국민적 호응을 얻기 어렵다. 총선을 앞두고 안 전 의원까지 독자 행보를 하며 공간 확보에 나설 경우 중도보수의 분열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철수 시대 끝나” vs “수도권 선거에 영향 미칠 것”

이런 가운데 안철수 전 의원의 정계 복귀가 태풍을 일으킬 것인지 아니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인지를 놓고 전망이 엇갈린다. 안 전 의원이 이미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국민의당 분당 과정 등에서 정치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면서 참신성을 상실한 만큼 파장이 미미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총선을 앞둔 복귀 시점의 의도가 뻔히 보이지만 이제 안철수의 시대는 끝났고, 실패한 정치인으로 국민에게 각인돼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반면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과거처럼 강하지는 않겠지만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수도권 선거에서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여도 야도 모두 싫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중도·진보의 표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