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아닌 ‘김부겸·김영춘’으로 TK·PK 민심 잡는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3개월여 앞두고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최혜영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 원종건 씨, 김병주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을 영입했다. 이 가운데 최 이사장을 영입한 일등공신이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으로 밝혀져 이목을 끌었다. 양 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병참기지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해찬 사단이 양 원장의 광폭 행보를 씁쓸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후문이 들려온다. 현재 민주당 내 인재영입위원장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는 4.15 총선 채비에 전면으로 나서며 민주당의 승리를 견인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양 원장이 총선 병참기지로서 역할을 넓히면서 당의 간판이 돼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할 이 대표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새나온다.

이해찬(좌)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양정철(우) 민주연구원장. [뉴시스]
이해찬(좌)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양정철(우) 민주연구원장. [뉴시스]

-민주연구원 ‘의사소통TV’는 ‘지역 간판’ 양성소?…2金 모두 출연
-이낙연, 당 복귀 초읽기…‘공동 선대위원장’ 가능성 거론되기도

“총선을 앞둔 비상한 상황이니 총선 승리에 꼭 필요한 일종의 병참기지 역할을 하겠다.”

2년여 만에 다시 여의도에 발을 디딘 ‘양비’(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첫 마디다. 당시 양비는 민주연구원장직을 수락하면서 정계로 돌아왔다. ‘양비’의 귀환에 대중의 이목이 쏠렸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복귀와 동시에 자신이 공언한 ‘병참기지’ 역할에 매진했다. 지방자치단체 산하 연구원과 민주연구원 간 업무협약을 맺으며 촘촘한 네트워킹을 조성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서훈 국정원장 등과도 접촉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양정철, TK·PK ‘큰 인물’ 심기

양 원장은 4.15 총선이 다가오자 보폭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민주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연구원 명의의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해당 채널에는 같은 달 11일 ‘의사소통TV’ 첫 방송이 게재됐다. 총선 대비를 위해 당내 인사들과 정책 등을 알린다는 취지다.  진행자는 이대 서울병원 주웅 교수와 윤일규 민주당 의원실 김현지 비서관이다. 김 비서관은 서울대병원 전공의로 근무한 전력이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 방송의 ‘진짜 속내’는 따로 있다고 본다. 겉은 총선 대비용 정책 소개 프로그램이지만 포장을 벗겨보면 ‘지역 간판 만들기’라는 큰 그림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중심에는 역시 양 원장이 있다. 양 원장은 해당 콘텐츠에 간혹 출연한다. 방송에서 그의 직책은 ‘VIP 전담 사무장’이다. 이에 걸맞게 여권 내에서 차기 대권 잠룡으로 여겨지는 이들을 인터뷰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부겸·김영춘 민주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VIP’로 방문해 양 원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 가운데 김부겸·김영춘 의원의 출연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내년 총선에서 권역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하 선대위원장)을 맡게 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민주당 안팎에서 ‘이해찬 대표 체제만으로는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니 민주당 험지인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지역에 깃발을 꽂은 김부겸·김영춘 두 의원이 총선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 않겠냐는 예측이다.

총선에서 ‘이해찬 회의론’이 언급되는 이유는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정국 여파 때문으로 읽힌다. 당시 이 대표는 ‘이해찬 사퇴론’, ‘이해찬 책임론’ 등에 휩싸여 상처를 입었다.  

민주당 초선 의원 불출마 선언의 신호탄을 울린 이철희 의원은 지난해 10월26일 한겨레, 경향신문 등 진보 성향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조국 임명에 동의하든 안 하든, 상황이 이 지경까지 갔다면 당대표로서 이만저만 해서 내가 책임질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직접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양 원장은 이러한 분위기에서 김부겸·김영춘 두 의원과의 만남을 잇달아 추진한 것이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양 원장이 권역별 공동선대위원장 체제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고 봤다.

특히 양 원장이 김영춘 의원을 ‘대권주자’라고 치켜세운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현직 대통령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여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서 대권주자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는 양 원장이 김영춘 의원의 몸집을 ‘의도적으로’ 키운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민주당은 올해 4.15 총선에서 전국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낙동강 벨트’를 사수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간 PK 지역 잠룡으로 평가받던 김경수 경남도지사,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이 법정 시비에 휘말리면서 PK지역에 대표주자가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시기에 급부상한 인물이 바로 김영춘 의원이다. 

이에 관해서는 양 원장이 내년 총선을 원활하게 이끌어가기 위해 김영춘 의원을 PK간판으로 내걸려는 기획을 세웠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대권 도전’ 등 굵직한 단어를 사용해 김 의원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단 진단이다. 

다만 민주당은 이 같은 의혹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양 원장이 의사소통TV를 통해 지역별 간판을 세우려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질문에 “의사소통TV에 나오는 인물들은 양 원장과 친분 관계가 있는 이들”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양 원장의 친분 관계 때문에 의사소통TV에 출연하게 된 것일 뿐 ‘간판론’ 등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부겸 의원 역시 권역별 선대위원장 체제와 관련해 여러 인터뷰를 통해 공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양, 인재 영입도 ‘막후 조정’했다?
 
양 원장은 인재 영입 부분에서도 활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총 3명의 인재를 영입했다. 1호는 최혜영 장애인식개선센터 이사장, 2호 원종건 씨, 3호 김병주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다. 

민주당의 영입인재 과정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다. 당내 최고위원도 사전에 알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한 보안 체계를 갖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은 영입인재가 사전에 알려질 경우 발표 순서를 바꾸는 것이 원칙일 정도로 보안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4일 총선기획단을 발족했다. 총선기획단장은 윤호중 사무총장이 맡았다. 양 원장,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 소병훈 조직부총장, 백혜련 의원, 장경태 전국청년위원장, 금태섭·강훈식·제윤경·정은혜 의원, 정청래 전 의원 등 당 내외 인사 15명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최 이사장을 영입하는 데 양 원장이 큰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 보도돼 양 원장이 인재영입의 ‘실세’라는 의견이 나왔다. 양 원장이 인재 영입 과정을 총괄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양 원장이 영입위원장인 이 대표 지시 아래서 움직인 것이라고 바로잡았다. 인재영입 과정을 개인 혼자서 총괄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양 원장은 기획력도 좋고 추진력도 지닌 사람”이라며 “외부 인맥이 좋으니 인재 영입에 기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양 원장이 인재영입에서도 막후까지 조정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해찬 사단’이 속 쓰려 한다는 후문도 들린다. 총선에서 이 대표 체제에 회의론이 제기된 마당에 양 원장이 주도적으로 치고 올라오니 입지가 좁아질 것을 염려한다는 해석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양 원장의 거침없는 행보를 두고 볼멘소리도 들려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원장의 보폭이 넓어질수록 이 대표 총선 체제가 타격 입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당 공식 유튜브 채널이 있는데 왜 민주연구원에서 별도로 채널을 개설하느냐’, ‘왜 총선체제에서 양 원장은 독자 노선을 펼치느냐’ 등의 불만을 토로하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양 원장은 민주연구원의 장(長) 아니냐”라며 “‘의사소통TV’ 운영 등은 민주연구원에 주어진 예산 내에서 자유로이 할 수 있다. 내부에서 이에 대한 불만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와 더불어 ‘양 원장이 총선 채비 행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해찬 사단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씁쓸해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물음에 관계자는 “내부에서 현재 흐름에 반감을 갖는 사람은 없다”며 “(다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고 갈등을 봉합했다.

이낙연도 黨 돌아오는데…이해찬 총선 ‘간판’ 지킬까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가 당 복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이해찬 사단의 얼굴에는 더욱 먹구름이 드리우는 분위기다. 

이 총리는 국무위원 활동 기간 동안 안정적 국정 운영을 해 왔다는 호평을 받았다.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당내에서도 이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큰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흘러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총리가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고 관측한다. 하지만 정치적 후광을 업고 당에 돌아온 이 총리가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되는 것은 이 대표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다. ‘이해찬 간판 회의론’에 무게가 실리는 방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측근 중 한 명으로 여겨지는 윤 사무총장은 지난 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총리가 받는 국민적 여망이나 가진 역량이 대단해 (총선에서)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아직 공동 선대위원장 부분은 충분히 교감하지 않았다. 충분히 상의해 결정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이낙연 공동 선대위원장’과 ‘권역별 선대위원장’이라는 진퇴양난에 빠진 난감한 상황이다. 이 난국을 빠져 나가 ‘이해찬 원톱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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