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여권 핵분열 주도한다


북핵실험이후 김대중 전대통령의 행보가 심상치않다. 잦은 언론과의 인터뷰뿐만 아니라 강연정치를 통해 북핵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DJ 대북 특사론도 재차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월 9일에는 분당 원죄론도 언급했다. 한 마디로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한 일침이었다. ‘정치는 관여 안하겠다’는 김 전대통령의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구심점 없는 여당을 위해 DJ가 나섰다는 말이 나온다. 내풍이 안되니 외풍으로 정계개편을 주도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무주공산’이었던 호남권도 분당 발언이후 들썩거리고 있다. 호남의 몇 몇 의원들이 탈당할 것이라는 말도 돌고 있다. 차기 대선에서 DJ 역할론이 급부상되고 있는 가운데 DJ 복심이 조기 여권분열을 가져올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대중(DJ) 전대통령은 지난 9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새천년민주당 분당과 최근 여당이 처한 상황과 관련, “그것(분당)에 여당의 비극이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불쾌한 심경을 내비쳤다.
또 이 자리에서 DJ는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켰고, 노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로서 민주당의 전통과 정강정책을 충실히 지키겠다고 국민한테 약속했다”며 “(대선때 노무현 후보에게) 표를 찍어준 사람들한테 (분당을) 승인받은 적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후 발생한 북 핵실험으로 분당발언이 언론에 묻혔지만 호남 민심은 요동을 쳤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통합 요구는 거세졌고 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반토막이 났다.

지역 주민도 탈당요구 해와
북핵 실험으로 정계개편의 흐름이 외형상 차단된 듯 보이는 게 정치권의 모습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여당의 분열상은 감지되고 있다.
그 첫 신호탄은 김성호 전의원의 탈당이다.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던 김 전의원은 “창당정신을 망각하고 정체성을 상실한 채 이권연합체로 전락한 열린당은 더 이상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중도개혁정당이 아니며 민주평화세력은 더더욱 아니다. 깨끗하게 해산하는 것이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지지해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라면서 탈당했다.
연이어 당선 무효형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던 이철우 전의원도 16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열린당은 당원들을 통해서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기본적인 것을 하지 못했다”면서 “방향지시등은 좌회전을 켜고 우회전을 하면서 지지자들은 이탈하고 반대자들에게는 조롱을 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본지와 통화에서 이철우 전의원은 “여당이 이대로 가면 희망이 없다”며 “사실 여당내 탈당뿐만 아니라 줄서기 등 딴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적잖은 게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주목할 점은 호남 의원들의 행보다. 특히 DJ의 분당 발언이후 전남 의원들에 대한 지역구민들의 탈당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본인들은 ‘금시초문’이라고 펄쩍 뛰고 있지만 전남의 L 의원, J의원 등 현직 국회의원 실명이 거론되면서 곧 탈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호남뿐만 아니라 충청출신의 여당 L 의원의 경우 10월25일 기초단체장을 뽑는 재보궐 선거에서 후보조차 내지 못하면서 지역구민들에게 탈당요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올해 말이나 내년초에 여권이 ‘친노 VS 비노’로 갈라서면서 정계개편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여권발 개편, 대통령 ‘배제’ 전제
하지만 DJ 분당발언이후 정기 국회중에 정계개편 분위기가 빨라질 징후도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명분이 없어서 여당을 떠나지 못했던 인사들이 DJ의 분당발언과 북핵실험에 따른 참여정부의 포용정책 수정론이 제기되면서 양분되고 있는 양상이다.
동교동계 막내둥이로 DJ가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의장으로 있을 당시 민추협 기획위원, 평민당 창당위원을 지낸 이석현 의원은 “지금 몇 몇 의원들이 당을 박차고 나가 이합집산할 상황이 아니다”며 “우선 반한나라당 연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우려감을 감추지 않았다.
평화개혁세력의 대결집을 주장하는 이 의원은 “민주당과는 뿌리가 같은 사람으로 함께 할 것”이라고 우·민통합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의 행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의원은 “본격적으로 정계개편이 이뤄지면 노 대통령은 뒷전에 있어야 한다”며 “반한나라당 세력의 연대과정에 앞장서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대통령의 배제를 전제했다.
구체적인 정계개편 방식으로 이 의원은 “개인적으로 민주당, 민주노동당, 열린우리당이 각각 대선후보를 결정하고 후보단일화 과정을 통해 반한나라당 전선을 형성해야 차기 대선에서 필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향후 정계개편이 대통령 탈당·배제->친노vs비노 분열->민주당 합당->반한나라당 후보 단일화 순으로 내년초에 이뤄질 것이란 설명이다.
이철우 전의원도 “정권재창출을 하려면 기존 기득권 세력이 죽어야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수 있다”며 “참여정부 탄생에 기여한 공신들은 집권연장의 꿈을 버려야 한다”고 노 대통령과 친노세력을 겨냥했다. 이 전의원은 “정권을 잡은 세력이 재집권을 바라 성공한 사례는 드물며 그것은 대선 전략의 기본도 모르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호남, 손학규 전지사 ‘호감도’ 높아
사실상 호남을 다녀온 의원들은 썰렁한 민심에 움츠리고 당내 구심점이 없다는 점에 낙담하는 모습이었다.
전남 광주 출신의 강기정 의원의 한 보좌관은 “고건 전총리는 호남에서 대중적 지지도가 높았을 때조차 지도자로 보지 않았다”며 “최근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선 두 말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호남에서 정동영 전의장이나 김근태 의장, 천정배 전법무부장관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유로 DY의 경우 ‘노풍(노인폄훼) 발언’, GT의 경우 강한 ‘리더십 부재’, 천 전장관은 대선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호남 출신의 한 열린우리당 당직자는 “DJ가 여전히 호남민심을 좌우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 전대통령의 의중이 중요하다”며 “내부 정계개편을 이끌세력이 없으니 DJ라는 외풍으로 여권지형이 변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덧붙여 그는 “말씀은 안하시지만 DJ-박근혜 연대처럼 호남 후보보다 영남 후보를 더 선호하지 않겠느냐”며 DJ발 영남 후보론을 설파했다. 현재 범여권내 대선 주자급으로 추미애, 김혁규, 유시민 의원이 영남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편 그는 최근 민심대장정을 마친 수도권 출신(경기도 시흥) 손학규 전지사에 대해서도 호평했다. 그는 “손 전지사의 경우 호남에서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며 “오피니언 리더들의 경우 손학규 정도면 괜찮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전했다.
이석현 의원도 “우리가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한 것도 훌륭한 외부 인사를 모시기 위한 것”이라며 “개혁성이 있는 손 전지사가 한나라당에 반대하고 우리당의 경선에 참여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고 환영했다. 하지만 그는 손 전지사 입장에서 차기 대선관련 ‘차차기’나 ‘경선지킴이’ 그리고 MB나 박 전대표와 연대 등 다양한 카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 킹메이커 昌-DJ 2007년 대선 전초전 치르다

이 전총재 “대북정책 실패했다”
김 전대통령 “이치에 맞지 않는다”

북핵실험으로 햇볕정책의 폐기론과 실패했다는 지적에 김대중 전대통령이 정면으로 반박나고 나섰다. 특히 김영삼 전대통령의 ‘햇볕정책 폐기론’ 발언으로 발끈했던 DJ가 97년 대선에서 맞붙었던 이회창 전총재의 역공을 받았다.
지난 19일 동국포럼 주최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조찬 강연회를 가진 이 전총재는 북핵실험 과 관련 “김 전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포용정책을 실패로 이끌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DJ 햇볕정책에 대해 “남북관계가 겉으로 조금 원활해졌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북의 핵무기 개발로 전쟁 위협이 더 커졌다”며 “목표한 변화는 없고 긴장 상태가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또 이 전총재는 “북핵과 관련된 상황이 악화될 경우 한반도 핵무장을 검토해야 한다”고 깜짝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 전총재는 “핵 잠재력만으로는 대북 억제력이 없다”며 “우리 스스로가 핵 능력으로 상대 핵 국가를 억제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이 전총재는 현 정부의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에도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김 전대통령은 오후 서울대 특강에서 ‘21세기 도전과 한국의 선택’이라는 당초 주제를 북한핵과 햇볕정책‘으로 긴급 변경하면서 창의 비판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햇볕정책 비판관련 “북한의 핵무기 제조를 햇볕정책 탓으로 돌리는 것은 이치에도 현실에도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김 전대통령은 한반도 긴장 고조발언에 대해 “햇볕정책을 통해 화해 협력의 길을 열면서 남북 긴장이 크게 완화됐다”며 이 전총재의 비판을 일축했다.
특히 핵무장을 해야 된다는 주장과 관련, 김 전대통령은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외교가 생명”이라며 “외교에 관심이 너무 적고 성질이 급해서 외교를 그르칠 수 있다”고 참여정부에 쓴소리를 보냈다.
한편 이날 벌어진 강연 설전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97년 대선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왔다.
이 전총재는 평소 ‘3수는 없다’며 차기 대선불출마 입장이지만 보수세력이 재집권해야 하고 그 승리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이미 밝힌 상황이다.
김 전대통령 역시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2007년 대선 정국이 북핵 문제나 남북관계, 미국 주도의 김정일 정권 붕괴 시나리오 등이 부상할 경우 가만히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날 보수와 진보 세력을 상징하는 DJ와 창의 대결은 2007년 대선을 앞둔 킹메이커간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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