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예방 접종]

임산부도 꼭 챙겨야 할 예방 접종이 있다. 진료실에서 산모의 산전 진찰 중 필요한 예방 접종을 권유하면 ‘산모가 예방 접종을 해도 괜찮나요?’ 혹은 ‘백신이 태아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나요?’ 와 같은 질문을 종종 받게 된다.
임산부는 노약자와 마찬가지로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로 비임신 시보다 오히려 예방 접종을 더 잘 챙겨야 한다. 임산부 예방 접종의 목적은 임신 시 산모 및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더 나아가 출산 후 신생아의 면역력을 높이는 데 있다. 따라서 임신 중 챙겨야 하는 예방 접종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A, B형 간염 백신 접종

임신 중 면역력의 감소 및 피로는 간염에 대한 인체의 저항력이 떨어지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임신 계획 단계 및 임신 초기 산전 검사를 통해 A형 및 B형 간염 항체 검사를 하게 되며 항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을 경우 임신 중이라도 간염 백신 접종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특히 B형 간염은 임신 중 분만 시 확률이 적긴 하나 수유를 통해 태아 및 신생아 수직 감염이 가능하고 만성 간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더하다고 할 수 있다.
A형 간염은 임신 초기에 감염될 경우 심한 고열, 구토, 황달, 간수치의 급격한 상승 등 급성 간염의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며 유산, 조기 진통 등 임신 중 합병증을 증가시킬 수 있어 예방 접종을 권장한다. 드물게 전격성 간염으로 발전할 경우 산모의 상태가 매우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A형 간염은 1차 접종 후 6개월 뒤 2차 접종을 하며, B형 간염은 1차 접종 후 1개월 뒤 2차 접종을, 2차 접종 후 5개월 뒤 3차 접종으로 완료하게 된다.
 
백일해 (TdaP 백신 접종

임산부가 잘 모르고 생소하게 느끼는 백신이 백일해 (Tdap) 백신이다. 백일해는 생후 신생아기에 2, 4, 6개월에 3회 접종을 하고 18개월과 4-6세때 추가 접종을 실시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는 질병으로 발생률도 현저히 감소한 상태였으나 최근 수 년간 전 세계적으로 백일해의 집단 발병이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집단 발병은 최근 일부에서 유행하고 있는 자연주의적인 사상으로 자신 및 자녀에게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원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백신 접종 확산으로 거의 사라진 것으로 간주되었던 홍역도 빈곤 국가들뿐만 아니라 유럽 및 미국과 같은 부유한 국가에서도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잘못된 신념으로 공공 면역 및 타인에게 피해를 주게 되는 심각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백일해는 발작증상과 흡사한 기침과 구토 및 그로 인한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호흡기 감염이다. 백일해가 어린이나 성인에게 발병 시 매우 심한 감기 증상으로 지나갈 수도 있으나 1세 미만의 영아에게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90%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문제는 출생 후부터 DPT 기본 3차접종 후 면역력이 충분히 생기는 생후 1년 전까지의 시간이 면역력이 가장 취약한 시기라는 점이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WHO) 및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백일해 예방을 위해 Tdap 백신을 접종한 적이 없는 가임 여성에게 임신 전 Tdap 백신 접종을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임신 28주부터 36주 사이, 적어도 출산 예정일 4주 전까지는 백신을 접종하여 산모의 몸에서 형성된 면역 항체가 태아에게 전달되어 출생 시 신생아가 어느 정도의 면역력을 미리 갖고 태어나도록 하고 있다. 말하자면 엄마 뱃속에서 미리 백일해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매 임신시 이러한 백일해 백신 접종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는 배속의 태아에게 충분한 항체를 전달해 주기 위함이다. 또한 신생아 및 영아와 밀접한 접촉이 예상되는 사람도 접촉하기 2주 전까지 Tdap 백신을 접종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2016년부터 산후조리업자와 근무자 (의료인 , 간호조무사 )는 백일해 백신 (Tdap)을 법에 따라 의무 접종을 해야 한다.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인플루엔자 백신, 즉 독감 예방 접종도 임산부가 잊지 말고 챙겨야 하는 예방 접종 중 하나다. 임신 중 독감 유행 기간이 겹칠 시 반드시 접종을 받아야 한다. 2019년 올해부터는 임산부 독감 예방 접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으로 생후 6개월 ~ 2세 이하 어린이와 만 65세 이상 노인만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무료 독감 예방접종을 임산부에게도 확대 적용하게 되었다. 어린이, 노인과 마찬가지로 임산부도 면역력이 약한 상태로 독감에 취약한 대상자며 독감 발병시 심한 고열 및 폐렴 합병증 등으로 인한 심각한 상태로의 진행이 비임신 시보다 많이 일어날 수 있어 반드시 접종을 하도록 해야 한다. 임신 기간 중 어느 시기라도 상관없이 접종하며 늦어도 11월 중순 이전에는 접종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임신 중 임산부들은 마시는 물, 먹는 음식 하나에도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심한 감기가 걸려도 혹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봐 비교적 안전하다 알려진 약물 치료를 하는 것조차 망설이거나 거부하며 홀로 증상을 감내하는 모성애를 보이기도 한다. 하물며 임신 중 예방 접종에 대해서는 막연한 거부감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몇가지 예방 접종은 오히려 산모와 소중한 태아의 건강을 돕는 데 이로운 역할을 한다. 이러한 올바른 지식을 잘 알고 적절한 시기에 예방 접종을 시행하여 건강한 임신 및 행복한 출산을 하길 바란다.

<윤호병원 부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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