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일요서울 |  프리랜서 김관수  기자] 여전히 생소한 이름 ‘몰타’였지만, 올 여름 서울 지하철 광고판에서 볼 수 있었던 한 장의 사진 속 몰타는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단어를 소환했다. 그렇게 찾아간 몰타는 그 광고 속 사진보다 더 포토제닉 했다. 도심 속 시선강탈 풍경 뒤에는 몰티즈들의 자부심 가득한 역사의 페이지들이 든든한 후원자로 도시를 지키고 있었다. 

아기자기한 유럽과 지중해가 뿜어내는 원색적 매력에 빠져보고 싶다면, 몰타는 꽤 좋은 여행지가 될 것이다. 남심을 자극하는 지중해의 파란 바다와 몰티즈의 투박함이 섬과 섬을 둘러싸고 있고, 여심을 사로잡는 소담하고 소소한 감성의 디테일이 섬 안 구석구석을 장식하고 있다. 때문에 요모조모 숨겨진 볼거리들이 제주도 면적의 1/6밖에 되지 않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 10위의 크기를 한 뼘 더 부풀려 놓고 있었다. 여행이 계속될수록 마음에서 점점 커지는 몰타의 크기는 카메라와 스마트폰에 남겨지는 사진의 수와 비례했다. 푸르고 파란 하늘과 바다, 몰타를 뒤덮은 라임스톤이 전하는 빈티지함, 골목 안을 수놓은 금손들의 지중해 감성 그리고 트렌디한 몰티즈 패피들의 화려한 옷차림. 모두 사진으로 남기고 있었다.


Tip. 애완견 몰티를 찾아라!

국내에서 가장 사랑 받는 애완견 종류의 하나이자 흔히 말티즈로 많이 불리는 몰티즈의 고향이 몰타로 알려져 있다. 작고 귀여운 외모를 가져 길에서도 우연히 만나면 보자마자 안아주고 싶은 몰티즈를 몰타에서 찾아보는 것도 몰타 여행을 보다 흥미롭게 즐기는 방법. 몰타 사람들, 몰타어 모두 ‘Maltese’로 통용된다.

바다 그리고 라임스톤

이른 아침 카타르 도하 국제공항을 이륙한 비행기가 약 6시간 후 몰타 국제공항이 가까워졌다는 착륙 멘트와 함께 창밖에 펼쳐진 풍경은 단 두 가지 색으로 요약됐다. 파란 바다와 그 바다 위를 차지한 황토색 도시. 지중해 위에 떠 있는 3.5제곱킬로미터의 작은 섬 위에 ‘라임스톤으로 우거진 거대한 숲’을 누군가 옮겨놓은 건 아닐까 싶은 풍경이었다. 유럽의 이름난 궁전과 교회, 웅장한 요새와 소박한 옛 건물 등에서 이따금 느낄 수 있었던 라임스톤의 낯선 아름다움은 몰타를 정의하는 이름이면서, 섬의 기나긴 역사를 대변하는 증거이기도 했다. 지중해의 파란 물결에 둘러싸여 있어 미적 존재감을 빛낼 수 있는 라임스톤이 그렇게 몰타를 기억하는 첫 번째 단어가 되었다.

Info. 몰타의 상징, 라임스톤 

석회암의 일종으로 해안가의 생선뼈, 조개와 소라 껍데기 등이 굳어져 만들어진 암석이다. 황토, 상아색을 띠며 먼 과거부터 건물을 짓기 위한 건축 자재로 사용되어 왔다. 몰타의 라임스톤은 전통적으로 매우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 정부에서 건물을 지을 때는 반드시 라임스톤을 사용하여 짓도록 규정했다고 한다. 몰타에서는 크게 두 가지의 라임스톤이 생산되며, 색과 무늬, 두께 등의 차이가 있다. 두께가 두꺼운 것은 건물의 외관, 얇은 것은 실내에서 사용한다.

‘힐튼 몰타’ 몰타에 더해진 명성’

전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힐튼 호텔이지만, 몰타의 힐튼은 사뭇 다르다. 지중해의 망망대해를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인지, 호텔과 리조트의 장점을 한데 모아 놓은 모습이다. 무엇보다 객실 뷰를 빼놓을 수 없다. 구불구불한 작은 만을 따라 펼쳐진 파란 바다는 매 시간 끊임없이 다른 풍경을 내어준다. 망망대해를 달리는 요트와 제트스키가 지루함을 달래주고, 이따금씩 물속으로 텀벙 빠져드는 용기 있는 수영인들도 볼 수 있다. 이른 아침에는 객실보다 조식 뷔페를 즐기며 감상하는 뷰를 추천한다. 호텔 수영장과 야자수 너머로 붉은 기운을 퍼뜨리는 아침 해의 등장이 환상적이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갈아서 내어주는 건강한 음료를 마시는 것보다, 맛과 재료에서 지금껏 단연 최고로 꼽았던 계란 오믈렛을 맛보는 것보다도 더욱 감동적인 일출이었다. 몰타의 뛰어난 자연을 뒷받침해 준 힐튼의 명성이 만들어 낸 감사함이었다.

Info. 몰타의 밤을 책임지는 세인트 줄리안스 

작아도 있을 건 다 있는 몰타이니 밤에도 심심할 이유가  없다. 유명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밤의 유혹이 세인트 줄리안스에 모여 있다. 레스토랑, 카페, 쇼핑몰은 기본이고, 럭셔리 호텔과 리조트에서 쏟아내는 고급스러운 야경, 그리고 이 밤의 끝을 달리는 클럽까지 세인트 줄리안스에 옹기종기 모여 각자의 밤을 만들어간다. 좁은 지역에 많은 여행객들이 몰려와 정신없기도 하지만, 그래서 안전함도 느껴진다.  

‘슬리마’ 지중해 감성+도시 갬성

오후의 슬리마를 걷다가 소위 말하는 ‘도시 갬성’을 발견했다. 몰타의 번화가 중 하나인 슬리마에 모여 있는 세련된 쇼핑몰과 카페, 상점 그리고 길거리 음식 등이 바다를 앞에 두고, 그 바다가 전하는 풍경을 더해 본격적인 몰타의 갬성을 발휘하고 있었다. 목마 태운 아이와  바다 곁을 걷는 아빠, 길쭉한 빌딩의 꼭대기 층 발코니에 앉아 독서에 빠진 사람,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요리조리 행인들 틈을 빠져나가는 아이들, 새하얀 요트 위에서 대화에 빠져 있는 사람들, 그리고 멍하니 바다 건너 몰타의 수도 발레타를 감상하는 누군가까지. 이 모든 것이 슬리마에서는 지중해 감성에 더해진 도시 갬성이었다. 슬리마의 풍경은 해가 저물면서 지중해 감성을 더욱 더 마음껏 뽐낸다. 컬러풀한 몰타의 전통 배 루쯔Luzz, 발레타와 고조 및 코미노 섬 등을 유랑하는 유람선 그리고 요트가 한꺼번에 흩뿌려진 바다와 그 건너 발레타의 오래된 첨탑들이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순간, 슬리마는 눈앞에 지중해를 대표하는 감성을 펼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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