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NBA) 2019~2020시즌이 시작되기 전 오클라호마 시민들은 지역 연고팀인 오클라호마 썬더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포기했다. 더 이상 썬더를 응원하지 않겠다며 화를 버럭 내는 사람도 있었다. 폴 조지의 LA 클리퍼스행에 이어 프랜차이즈 스타 러셀 웨스트브룩마저 절친 제임스 하든이 있는 휴스턴 로키츠로 가버리고, 제라미 그랜트도 오클라호마를 떠나자 망연자실한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썬더 팬들은 더 이상 썬더의 플레이오프전을 구경하기 어렵게 됐다고 투덜댔다. 심지어 썬더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려면 서부콘퍼런스를 떠나 동부콘퍼런스로 가야 한다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서부보다는 동부에 약체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절망적인 분위기는 11월까지 이어졌다. 7승11패라는 초라한 성적이 이를 잘 반영했다. 꼴찌를 하지 않은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랬던 썬더가 12월이 되자 180도 확 바뀌었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으며 11승4패를 기록하며 승률 5할을 넘긴 것이다. 
덕분에 썬더에서 5번 째 시즌을 맞은 빌리 도너번 감독은 썬더 감독으로 부임한 후 처음으로 ‘이 달의 감독’상을 받았다.   
그리고 썬더의 기세는 새해가 된 후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6일 현재 20승15패. 서부콘퍼런스 7위를 고수하고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의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그저 평범한 팀으로 전락한 썬더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썬더의 상승세는 경험 많은 이적생과 패기 있는 젊은 선수들의 조화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클리퍼스 시절 눈부신 활약을 한 뒤 휴스턴에 이적했으나 하든과의 불화로 로키츠에서의 입지가 약화된 백전 노장 포인트가드 크리스 폴이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더니 전성기 못지 않은 경기력을 과시하며 젊은 선수들을 잘 이끌고 있다. 특히 승부처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경기당 평균 득점이 15점을 넘고 있고 어시스트 또한 평균 6개다. 
웨스트브룩을 내주고 대신 폴을 데려왔을 때만 해도 썬더는 몸값이 너무 비싼 폴을 타 팀으로 트레이드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트레이드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썬더는 어쩔 수 없이 폴과 함께 이번 시즌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폴을 트레이드하지 못한 게 득이 된 셈이다.   
이와 함께 클리퍼스 이적생 다닐로 갈리날리와 샤이 길저스 알렉산더도 예전의 득점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샤이 길저스 알렉산더의 득점력은 클리퍼스 시절보다 거의 2배나 상승했다.
여기에 데니스 슈뢰더는 주전보다 나은 식스맨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썬더가 지금과 같은 선수들간 케미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한다면 플레이오프 진출은 물론이고 플레이오프 다크호스로 지목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썬더 구단 상층부의 의지다.
썬더는 사치세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팀을 리빌딩 체제로 만들기 위해 폴과 웨스트브룩 등을 전격 트레이드했다. 이들을 트레이드하면서 무려 7장의 1라운드 지명권을 손에 쥐었다. 지금보다는 미래를 기약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트레이드마감 시한인 2월6일이 중요하다. 썬더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일부 선수들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는 루머가 구단 안팎에서 돌고 있다. 폴도 트레이드 대상이다. 
과연 썬더가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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