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1992년 미국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의 선거 구호이다. 너무나 유명해서 지금까지도 흔히 쓰이고 있다. 이를 최근 월성 원전 1호기 폐기를 두고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적용해 본다면 문제는 관리야. 이 바보야!’로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전남 영광의 한빛 발전소 내 원전을 둘러싼 콘크리트 공사가 부실로 밝혀져 지난 수십 년간 적게는 수 센티미터에서 크게는 수 미터 구멍이 수백 개나 방치되어 왔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그동안 얼마나 방사능 유출이 미량이라도 있었는지 실제로 큰 사고가 있었다면 고스란히 인근 지역으로 그대로 퍼졌을 것이다. 이로 인해 주변 위치한 농작물과 관련 생산품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이를 주로 소비하는 엄마들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등에서는 엄마들의 걱정과는 달리 원전 가동으로 인한 환경오염 우려나 폐기 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원전 산업 미래를 놓고 찬반론자들의 갈등만 더욱 커지고 있다. 2년 전 신고리 5, 6호기 건설재개를 놓고 우리 사회는 공론화과정을 거쳤다지만, 여전히 노후 원자로 수명 연장이나 최신 원자로 건설 때마다 갈등만 증폭되는 양상이다.

정작 엄마들의 걱정과 관심인 안전한 관리라는 핵심 문제에서는 벗어난 채 자신들의 이해에 따른 주장만 목소리를 키우고 있어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원전 폐쇄 찬성 또는 반대쪽 모두 아전인수격으로 자기 주장만 떠든다. 위험에 대해 폭발위험이 있다’ vs ‘안전하다고 하고 미래에너지에 대해서는 대체에너지가 대세’ vs '원전이 더 친환경 고효율라고 주장하지만 어떤 쪽이 사실인지 평범한 엄마들은 판단하기 어렵다.

나라 발전수준과 대륙별 특성에 따라 (원전정책)선택이 다를 것인데 우리나라의 특수한 사정에 연계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른다. 결국 이미 가동되고 있는 약 20여기의 원전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외면받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원전이 가동된 지난 40년 동안 큰 사고 없이 유지되어왔다. 그 사이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다는 미국, 소련, 일본에서 나란히 세계 3대 원전 사고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대단한 결과이다.

또한 이들 나라 외에 중국과 심지어 유럽에서도 원전 사용을 늘리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원전 기술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문제는 이런 성과만 믿고 앞으로도 안전하다고 믿기에는 최근 상황이 매우 불안하다는 점이다.

첫째, 대통령 이하 정부가 원전의 문제점을 크게 우려하며 폐기 정책을 공공연히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원전 인근 주민에 대해서는 안전하다고 말만 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각종 방사능 관련 질병 발생을 증거로 제시하며 완전 이주 대책을 요구하고 있어 문제 해결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둘째, 실제로 믿기 어려운 원전 내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대재앙의 전조처럼 관계자들을 불안케 한다는 점이다.

정부의 원전 폐기정책으로 전문가와 원전 관계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질 만큼 떨어진 상태에서 안전관리에 대한 철저한 책임 정신과 개선을 위한 각별한 노력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원전 폐기를 우선으로 삼는 정책 정부 하에서 정말 근로자들이 사명감을 갖고 지난 40년처럼 안전하고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는지 또는 관리할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원전 기술 3대 강국들도 피해가지 못한 대형 원전사고가 우리라고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장담은 누구도 하지 못할 것이다.

하물며 원전 폐기를 강조하는 지금 정부에서는 더욱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안전한 원전 관리와 인근 주민 건강과 농축산업 점검이, 원전 폐기나 수출 보다 중요한 최우선 정책이어야 한다. 그래야 엄마들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 <황경숙 어린이도서전문가(그림책족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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