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進上)이라는 어휘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첫 번째는 ‘지방의 특산물을 임금이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바침’으로 나와 있고, 두 번째는 ‘허름하고 나쁜 물건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나와 있다. 우리가 최근 자주 사용하는 말이기도 한 ‘진상손님’, ‘진상고객’ 등의 말의 어원도 진상(進上)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하니 아마 두 번째 의미로 사용하는 말일 것이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떤 모임에나 진상 한두 사람은 있다는 말을 하는데, 그 때도 좋은 의미로 사용되는 말은 아니고, ‘못생기거나 못나고 꼴불견이라 할 수 있는 행위나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남이 불쾌해할 수 있는 일들을 골라 하는 사람’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한마디로 밉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진상’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정치권에도 존재한다. 정치에는 일자무식하여 정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사리 판단력은 정체되어 언제나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판단으로 본질을 비껴가고, 더 나아가서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처럼 자신이 처한 위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정치권에서는 하루속히 퇴출되어야 할 그러한 사람들이다.

그러면 과연 이러한 ‘진상 정치인’에 대한 기준은 있는가? 개개인의 호불호, 정치적 입장에 따라 누구는 훌륭한 정치인으로 추앙받기도 하지만, 누구는 그러한 정치인을 ‘진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대통령이나 여야당의 대표적인 정치인들은 이러한 양 극단의 정치적 평가를 받으며,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상정치인’으로 낙인찍히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정치인의 숙명이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진상 정치인’의 기준을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지표가 있다. 한국갤럽에서 매달 조사하고 있는 ‘차기 정치지도자 호감도 조사’가 그것이다.

한국갤럽은 매달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를 하고 있는데, 그 조사에서 5% 이상의 선호도를 보인 7인을 대상으로 차기 정치지도자 호감도 조사를 별도로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3일에 발표한 차기 정치지도자 호감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정치인은 이낙연 국무총리로 50%의 사람들이 “호감이 간다”고 응답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조사대상자 중 유일하게 호감도가 비호감도보다 높기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에 이은 호감도 순위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39%), 박원순 서울시장(32%), 이재명 경기지사(29%), 유승민 의원(23%),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18%), 안철수 전 의원(17%) 순이었고, 역으로 비호감도 순위는 1위가 안철수 전 의원(69%),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67%), 유승민 의원 (59%), 이재명 경기지사(55%), 박원순 서울시장(53%), 정의당 심상정 대표(45%), 이낙연 국무총리(33%) 순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비호감도 순위는 위에서 얘기한 ‘진상 정치인’ 순위로 치환해도 무방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50% 지지를 받던 안철수는 5% 지지후보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하여 대한민국 정치지형을 일순간에 바꾸어 버렸다. 그랬던 안철수가 여러 번의 선거 실패 후, 유럽과 미국에서의 은둔 아닌 은둔생활을 마치고 21대 총선에 맞추어 초라하게 귀국한다고 한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안철수의 귀국을 ‘진상 정치인’의 귀환이라고도 하고, '국민밉상'의 재등장이라고도 한다. 여론조사는 그를 그렇게 평가한다. 필자도 그렇다고 동의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정치적 능력이 있다. 빈틈을 노리는 타이밍이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은 양극단으로 분열하고 있다. 선거제도도 바뀌었다. 제3세력이 생존할 수 있는 틈바구니가 생겼다. 안철수(17%)에게는 황교안(18%)에 버금가는 호감도도 있다. 그가 생존할 수 있는 이유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