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추미애’, 무주공산…혼돈의 지역구, 떠올라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됨에 따라 추 장관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 지역이 무주공산이 됐다. 그 동안 광진을 지역 국회의원의 기회를 노리던 지역 토박이들이 의원 후보 출전에 돌입하면서, 본격 예열한 상태다. 바로 김상진 후보와 오세훈 후보가 광진을 패권을 놓고 겨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역 민심 역시 오랫동안 추 전 당대표에 이어 새로운 인물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래서 직접 광진을 지역을 가봤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100일 앞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공정선거지원단실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100일 앞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공정선거지원단실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김상진이냐 오세훈이냐…제3의 인물 ‘변수’

서울 광진구을 지역은 5선 의원인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현 법무부장관)의 입김이 강하게 담겼던 지역이다. 추 장관은 이미 광진을 지역에서 다섯 차례 당선됐고 한 차례의 낙선 또한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광진을 지역에서만 무려 24년 동안 정치활동을 한 셈이다. 그런 만큼 광진을 지역에서의 낙선 경험을 겪고 다시금 깃발을 꽂은 추 장관의 모습은 이 지역에서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광진을 지역은 대학교를 비롯해 주거 지역과 재래시장이 밀집한 지역구다. 대학교가 있다 보니 젊은층의 인구 유입이 활발할 뿐만 아니라 이미 과거 형성됐던 가내 수공업 지대도 주택단지 등으로 탈바꿈하면서 대부분 ‘교통 좋은 주거 밀집형 지대’로 바뀌었다.

또한 광진을 지역에서 눈에 띄는 굵직한 현안으로는 바로 ‘지하철 2호선의 지하화’와 ‘KT부지 개발안건’ 등이다. 물론 초장기 공사기간 및 재정자립도를 초과하는 등의 세수 확보 등이 전제돼야 하는 거대 사업이라 여전히 접근이 쉽지 않은 상태다.

한편 추 전 당대표가 지난 2일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됨에 따라 광진을은 이번 총선의 중핵으로 떠올랐다. 광진을 지역은 전통적으로 진보계 거대 정당과 보수계 거대 정당이 서로 힘겨루기를 해온 지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민주당에서는 추 장관의 자리를 메울 수 있는 인물을, 자유한국당에서는 그에 따라 중량감 있는 인물을 전략적으로 배치해 ‘무주공산’에 먼저 깃발을 꽂겠다는 눈치 싸움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10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종합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10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종합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계급장 뗀 '자존심' 싸움…김상진 vs 오세훈

우선 더불어민주당에서 김상진 예비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이미 한 차례 ‘추 장관의 무주공산’을 놓고 경선을 치러본 바 있다. 정읍 출신인 김 후보는 건국대학교에 진학한 이래로 30여 년가량을 광진을 지역에 뿌리내린 인물로 평가된다. 한국당 역시 만만치 않은 후보가 도전 중이다. 바로 전 서울 시장 오세훈 예비 후보다. 광진을에 적을 두고 있는 그 역시 지역 토박이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토박이들의 광진을 지역구 다툼이 유권자들에겐 주요 관전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후보 모두 광진을에서 오랫동안 성장해 온 인물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광진을의 지역 특성과 장단점을 한눈에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후보의 정책이 보다 나은 광진을이 되는 데에 기여할 것인지 치열한 갑론을박 또한 예상된다. 이대로 이어진다면 김 후보와 오 후보는 서로 불꽃 튀는 대결을 치러야 할 것이다. 그야말로 광진을의 건곤일척이다.

앞서 ‘추 장관의 무주공산’에 두 번째 도전장을 던진 김 후보는 지난 7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4년 전 치른 20대 총선에서 당시 다선이었던 추 의원과 당내 경선을 했었다”고 소개했다. 전라북도 정읍 출신이라고 밝힌 김 후보에 따르면 그는 정읍고등학교 졸업 이후 건국대학교로 진학해 지금까지 무려 30여 년가량을 내리 이곳 광진을 지역에서 살고 있다. 이 점을 내세운 김 후보는 지역의 재정자립도와 주거지역 특성 등을 감안해 나름대로 광진을 지역에 대한 나름의 진단과 분석을 내놨다.

그는 “광진을 지역은 이미 개발 요구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과거 주택을 다수 지어 분양했기 때문에 이들을 한데 묶어 동시에 재개발하게 될 경우 난개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게다가 공장도 대부분 없기 때문에 재정자립도 역시 높지 않은 편이라 세수도 적다고 볼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금융산업, IT 산업단지 육성에 이어 정주 공간으로 이곳을 디자인한다면 보다 살기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오 후보 역시 광진을 대결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태다. 오 후보는 지난 7일 오전 비가 쏟아지는 악천후 속에서도 출근길 전철역에 나와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오 후보 또한 김 후보 못지않게 예열 활동에 돌입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정책 공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그의 유튜브에는 어린이대공원 무료화, 경전철과 추모공원 등 지역 자치와 밀접한 내용이 실려 있는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 후보 측 관계자는 “오 후보는 이미 광진구을에 적을 두고 오랫동안 살아온 지역 토박이로, 지역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꾸준하게 보다 나은 정책을 내놓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진 후보와 오세훈 후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김상진 후보와 오세훈 후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전략 공천, '변수' 부상

김 후보와 오 후보 모두 광진을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지역 토박이 후보들이지만 정작 이번 선거에서 그들이 지역 패권을 두고 최종 대결을 벌일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바로 광진을 지역이 ‘추 장관의 무주공산’이기 때문이다. 앞서 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쪼개진 당시 민주당·열린우리당, 한나라당과 광진을 지역의 터줏대감 자리를 놓고 다퉜지만 결국 추 의원(당시 민주당)이 낙선했다. 이후 광진을 고지에 다시 깃발을 꽂은 추 장관은 5선 중진의원이 됐다. 24년째 광진을 지역에는 추 장관의 입김이 계속 작용하다 보니 일각에서는 추 장관에 대한 일종의 피로감을 보이는 지역 민심이 들려온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온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발언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광진을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현역의원이 불출마하는 지역구에 전략 공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선(을 통해) 나갈 사람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없는 곳이지만 영입을 해서 (당선자를) 바꿀 수 있는 곳을 전략공천 지역구로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야당 후보가 강하거나 (현역 민주당 의원이) 불출마 선언한 곳을 (전략공천)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두고 김 후보는 “광진을 지역은 아직 후보 간 조사를 해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결과에 따라 전략공천 논의가 진행되지 않겠느냐”며 “조사 결과에 따라 안 될 것 같다고 판단되면 그때 전략공천을 해야 명분이 있고, 분열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 후보 역시 고민은 깊다. 지난해 치른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등 당의 지도급 인사에 도전하면서 중량감을 한층 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행보 역시 광화문 장외집회에 주요 인사로 등장한 바 있기 때문이다.

결국 ‘추 장관의 무주공산’을 둘러싼 지역 토박이들의 깃발 싸움은 최종적으로 제1·2당의 전략공천 여부에 달렸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제20대 국회의원 배지. [뉴시스]
제20대 국회의원 배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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