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金 ‘투기와의 전쟁’ 선언···추가 규제 주목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오는 4월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부동산 규제책이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후 정부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한 만큼 ‘김현미표’ 초고강도 부동산 추가 정책이 곧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중도 하차 ‘부정 신호’ 우려한 듯···‘집값 안정화’ 사활

전문가 “대책, 일관성 유지”···총선 전 ‘新정책’ 나오나

김 장관은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타 부처 장관들과 함께 4‧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는 지난해 중순부터 잇따랐던 김 장관의 총선 출마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김 장관은 이날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함께 가는 것이 저에게 정치인으로서 중요하게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했다”면서 “저는 내각의 일원으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3선 의원으로서 총선에 불출마하는 것이 쉬운 선택이 아니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 장관도 “정치인으로 지역구를 포기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면서 울먹였다. 그동안 총선 출마 문제를 두고 여러 고민이 많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왜 총선 출마 날개를 접었을까.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정책의 핵심 부처 장관이 중도 하차할 경우 자칫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 12‧16 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일부 먹혀들어가는 현 상황이, 부동산 안정화에 탄력을 붙일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는 인식도 강한 모양새다.

유례없는 규제책

결국 김 장관의 불출마 선언으로 ‘김현미표’ 초고강도 부동산 정책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해 12월30일 기자간담회에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추가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가세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면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을 향한 문 대통령의 경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19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질문과 관련해 “현재 방법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면 더욱 강력한 여러 방안을 강구해서라도 반드시 잡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대출‧세제‧청약 등을 총망라한 유례없는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인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발표됐다.

맷집 키운 수요자들

단발성 규제 먹힐까

김 장관은 지난 2017년 6월부터 2년 반가량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수많은 규제책을 발표했으나 대책을 조금씩 내놓았던 게 오히려 시장의 내성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12‧16 대책 발표 이후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꺾이고 강남 지역에 급매물이 나오는 등 미미하지만 일부 효과가 나오는 상황에서 탄력을 받아 김 장관이 추가 규제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잇따른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김 장관의 불출마를 강한 규제 정책의 연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12‧16 대책이 발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데다 총선 모드에 돌입한 상황에서 강한 규제를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장관 역시 신년사를 통해 “인간의 존엄과 직접 관련된 주거와 관련된 정책은 시장 경제의 룰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며 강력한 시장 개입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또 문 대통령의 신년사 발언 이후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빠르게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 사실상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시장은 관망세로 돌아섰을 뿐 정부가 기대했던 실질적인 가격 안정 효과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셋값 상승, 저평가된 비강남 지역의 가격 격차 줄이기 현상 등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일관성 있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추가 규제책으로 주택거래 허가제, 채권 입찰제, 전매제한 강화, 재건축 연한 확대 등을 예상하는 상황이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강력한 규제책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중론이다. 집값을 잡지 못하고, 실질적인 효과가 드러나지 않으면 민심 이반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차례 정부 규제로 맷집을 길러온 수요자들이 단발성 규제에 직접적으로 반응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자금이 계속해서 풀리고 있는 상황에서 집값을 잡으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버티면 된다’는 걸 알고 있는 수요자들은 이제 정부보다는 ‘부동산 고수’의 말을 더 신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전문가도 “부동산 시장에도 일종의 ‘학습효과’가 생겼다”면서 “투기수요는 점차 규모화, 지능화돼 가고 있다. 이를 정부의 규제책으로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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