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많은 편견이 있다. 뚱뚱한 사람은 게으르다. 충청도 사람들은 느리다. 막내는 버릇이 없다. 전라도 사람은 믿을 수 없다. 정치인들은 거짓말을 잘한다. 예쁜 여자는 까칠하다. 운동선수는 머리가 나쁘다. 채식주의자는 편협하다. 페미니스트는 공격적이다. 장애인은 모자라다. 나이 들면 꼰대가 된다. 어린 것들이 뭘 아나. 중국인은 시끄럽다. 일본인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책으로 묶으면 단행본을 내고도 남을 정도로 이런저런 편견들이 넘쳐난다.

편견과 달리 충청도 사람들은 느리게 살지 않는다. 지난해 경찰청 국정감사 과정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충청도 사람들도 바쁘게 쫓기면서 산다. 2018년도에 12대 중과실 교통사고 사망자가 1400여 명에 달하고 음주운전, 신호위반, 중앙선침범, 과속, 무면허 운전이 전체 사망자 수 사고 원인의 98%라고 한다. 이 중 과속 사망 사고와 관련해서 충남이 전북과 함께 치사율 1위에 올랐다. 충청도 사람들도 다른 지역 못지않게 죽음의 경계까지 속도를 내면서 산다.

2014년도 경찰청 범죄 통계를 보면 전국에서 사기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부산이고 횡령과 배임이 많은 곳은 서울이었다. 세계보건기구가 2013년 발표한 ‘범죄 유형별 국가 순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사기 범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나라 전체가 저신뢰사회라고 자학할 수는 있어도 전라도 사람을 못 믿을 사람이라고 말할 근거는 없다.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라 사기 사건이 많을 뿐 부산이나 서울에도 사기꾼들만 있는 것도 아닌 것처럼.

이런 근거 희박한 편견들이 문제가 되는 때는 편견이 사회적 차별로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할 때이다. 충청도 사람은 느려터져서, 전라도 사람은 믿고 맡길 수 없어서 승진에 누락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편견은 단순한 인식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근거 없는 편견은 현실에서 차별로 드러나고 쉽게 사회적 갈등으로 번진다. 개인적 경험과 치우친 생각에 불과했던 편견은 사회적 차별로 이어지는 순간 지역차별, 남녀차별, 인종갈등, 종교갈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가 된다.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가 문체부 차관에 임명된 뒤에도 이런 편견과 차별의 일단이 드러났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최윤희가 누구야?”라고 어리둥절해 했다. “수영선수”, “아시아의 인어”, “류현상의 아내”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아~ 그~” 하면서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 뒤에 이런 심정이 숨겨져 있었다. ‘수영이나 한, 얼굴만 예쁜 여자가, 살림이나 하다가 문체부 차관이라니!’ 최윤희 차관은 임명되자마자 여기저기서 자격 시비가 올라온다.

최윤희에 대해 차관으로 적합한 인사인가 하는 우려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윤희 차관이 문체부 차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가 충분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 최윤희 차관은 앞으로 이런 자격 시비에 대해 업무를 통해 입증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만 의문스러운 것은 최윤희 씨의 능력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 중에 일부는 별다른 근거도 없이 자격 시비를 건다. 운동선수에 대한, 예쁜 여자에 대한, 가정주부에 대한 편견의 그림자가 보인다.

국회의원들 중에는 운동선수 출신도 있고, 장애인도 있고, 연예인 출신도 있고, 바둑기사 출신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소방관을 인재로 영입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이들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네트웍, 경험이 정치적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치권에 들어온 이들은 대부분은 자기 분야에 대한 애정과 특유의 헌신성과 성실함으로 의정활동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일부는 장관직에 오르기도 한다.

국회의원이나 장관, 또는 중대한 책무를 하는 사람이 꼭 대학교수 출신이거나 많이 배운 사람일 필요는 없다. 정치는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자기 분야에서 실적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격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근거 없는 편견을 이유로 자격이 없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이런 편견이 통용되면 우리 사회는 차별이 일상화되기 때문이다. 최윤희 차관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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