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소장
엄경영 소장

윤석열 사단을 해체한 검찰인사 평가는 대략 두 갈래이다. 시원하다는 긍정적 반응과 민주주의 위배라는 부정적 반응이다. 다소 무리가 따른 전격적 인사였지만 지지층에겐 카타르시스 선물했다. 비지지층엔 충격을 안겨줬다. 검찰의 나쁜 이미지 탓인지 부정적 반응은 점차 힘을 잃고 있다.

여권은 한걸음 더 나아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사실상 항명’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판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에게 적극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해찬 대표는 ‘검찰 인사 항명은 그냥 넘길 수 없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윤 총장 사퇴 압박으로 비칠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당정 고위 인사들의 정제되지 않은 위험한 발언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여론은 ‘우리 편’이란 믿음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하는 야권은 무기력하다. 한국당은 폭거·고발·탄핵이라 엄포를 놨다. 또 ‘홍보의 장’인 국회를 보이콧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4+1에 묶인 다른 야당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소극적이었다.

여권의 일방독주와 야권의 무기력은 작년 1년 내내 이어졌다. 장외투쟁과 국회 보이콧, 다시 강경투쟁이 반복됐다. 간간이 국회가 열리기도 했지만 잦은 파행으로 부실한 안건심의와 일방처리가 반복됐다. 정치가 실종된 것이다. 성찰 속에 민생에 중점을 뒀던 2017∼2018년보다 정당정치가 후퇴했다.

이처럼 심각한 정치실종은 야권의 책임이 작지 않다. 장외투쟁과 국회 보이콧이 때론 필요하다. 정부여당을 견제하고 여론전을 펼칠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권의 강경투쟁엔 민심이 소거되어 있다. 나홀로 반대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국민도 여권의 일방독주를 묵인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10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는 무기력한 야권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한국당 20%·새보수당 3%·바른미래당 3%… 3당 지지율 합이 26%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40%에 달한다. 총선 전망도 어둡다. 정부 지원 위한 여당 당선이 49%, 견제 위한 야당 당선이 37%이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의 일방 독주는 바람직하지 않다. 견제와 균형은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이다. 정당 간 경쟁 없는 민주주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특정 정당의 독주는 정당정치의 근간을 훼손할 우려가 상존한다. 복수의 정당이 국민 여론을 얻기 위해 성찰과 쇄신을 이어갈 때 생산적 정치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여건에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귀국은 무기력한 야권에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메기효과(catfish effect)를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새보수당 창당으로 한국당 지지율은 소폭 하락했다. 안 전 공동대표가 바른미래에 안착하면 한국당 지지율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 ‘신당’인 새보수당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 수 있다. 위기돌파를 위해 야권은 마지막 몸부림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총선은 90일 남짓이다. 야권이 신뢰를 회복하고 활기를 되찾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진정성을 보여주기에 부족한 시간은 아니다. 안 전 대표의 귀국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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