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치범 부산대 기계공학부 부교수
반치범 부교수

최근 원자력에 대한 대중인식이 필요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조금씩 바뀌고는 있지만 여전히 일부 사람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원자력이 마치 우리가 해서는 안 되는 것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듯하다. 그래서 원전 재난 영화 제목도 ‘판도라’가 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정말 우리는 해서는 안 될,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기 이전의 원시인에게 불은 어떤 존재였을지 한번 생각해 보자. 거대한 산불 앞에서 두려움이나 압도적인 위압감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하지만 일부는 그것을 두려워만 하지 않고 유용하게 이용하고자 노력했을 것이다. 

물론 초기에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을 것이다. 많은 원시 인류가 불을 이용하다 목숨까지 잃었을 것이고, 어떤 원시인들은 그런 부정적 경험으로 인해 절대 가까이 해서는 안 될 존재로 불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은 그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불을 활용하게 되었고 인류 문명의 발전은 불을 사용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이다. 

지금까지도 불은 인류 생존의 가장 기본 요소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불을 안전하고 완벽하게 인간이 제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화재통계연감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만 화재로 인해 매년 300여명이 사망하였고 약 4,000억원의 재산피해가 매년 발생했다고 한다. 

동네마다 소방서가 있고 건물마다 소화시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 통계를 보면 불을 완벽히 제어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명피해나 재산피해 때문에 당장 불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불이 인류에게 주는 이익이 피해보다 훨씬 크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원자력으로 다시 돌아와 얘기해 보자. 원자력, 혹은 좀 더 엄밀히 말한다면 원자핵에너지는 지금과 같은 형태로 우주가 진화하게 된 가장 근본 에너지이다. 핵에너지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우주는 생겨날 수 없고, 당연히 지구도 없을 것이고 우리 인류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우주의 근본 에너지, 지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게 된 가장 근본 중의 하나인 원자력에너지가 지금 한국 땅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거부당하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원자력은 제2의 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불이 붙는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불은 잘못 사용하면 순식간에 목숨을 앗아가고 엄청난 재산피해를 유발하는 두려운 존재가 되고, 안전하게 관리하여 사용한다면 인류 문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이기가 된다. 

원자력이 제2의 불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원자력에너지 자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우주의 근본 에너지이다. 하지만 원자폭탄 등을 통해 잘못 사용된 예를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원자력발전과 같이 전 지구적 문제인 온난화와 대기오염 문제의 해결사가 될 수 있는 문명의 이기가 또한 될 수 있기도 하다. 

원자력에너지 자체를 죄악 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원자력에너지에 있어서 지금 우리 사회는, 상상력을 좀 발휘해 본다면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던 원시 인류 집단 내 있었을 법한 갈등 상황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불로 인해 목숨을 잃고 살 곳을 잃었던 무리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을 이용하고자 하던 무리들의 갈등과 충돌. 이런 갈등이 정말 있었다면, 이 갈등은 결국 시간이 가면서 해결되었듯이 원자력에 대한 우리 사회 내 갈등도 시간이 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한편으로는 기대해 본다.

하지만 불은 절대 가까이 해서는 안 되는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남게 되는 일 같은 것이 2020년 현재 우리 한국사회에 벌어질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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