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관리 비리 무더기 적발…5년간 신고 734건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전국 아파트에서 관리 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깊은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아파트 주민과 관리사무소, 입주민 대표위원회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마찰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 아파트 비리신고센터에 신고해 조사나 행정처분을 받는 곳도 늘고 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 건 적발 건수만 734건이다. 밝혀지지 않는 것까지 고려하면 그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사 불법 계약 > 관리비 회계 부정>입주자대표회의 운영 부정 순(順)
“관리 비리 아파트 정상화” 공공위탁관리 사업 추진…실효성 지켜봐야


#사례 1#
지난해 8월, 세종에 있는 A 아파트 주민들은 상가 관리비용을 입주자에게 전가하고, 근무하지 않는 직원의 인건비를 횡령하는가 하면, 인터넷 사용 비용을 부당하게 관리비로 부과하고 있다는 이유로 A 아파트 관리업체를 국토부에 신고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조사 후 해당 아파트 관리업체를 사법기관에 고발했다.

#사례 2#
지난 2월, 인천 서구의 B 아파트 주민들은 일부 세대에 난방비가 0원이 부과됐다는 의혹과 관리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담합의혹 등 비리를 국토부에 신고했고, 국토부는 조사 끝에 이 관리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사례 3#
지난해 3월 서울에서는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공릉동 B 아파트에서 2014~ 2017년 관리소장으로 근무했던 정모 씨가 지출 증빙 자료 130장을 위조해 관리비 2억 여 원을 빼돌렸다. 이 일로 정 씨는 구속기소 됐고, 경리직원 2명도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과거 영화배우 김부선 씨가 아파트 난방비리 문제를 제기하는 등 관리비 비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큰 가운데 아파트 단지에서 관리비 횡령 등 비리 신고가 끊이질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자유한국당, 인천 연수구을)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공동주택 관련 비리 신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공동주택 관련 비리 신고센터’ 출범 이후 현재까지 총 73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연도별로는 출범 첫해인 2014년 256건에서 2015년 223건, 2016년 96건으로 기관 출범 후 2016년까지는 감소 추세에 있었으나, 2017년 105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만 54건이 접수되어 공동주택 관리비리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 유형별로는 공사 불법 계약 등 사업자 선정 지침 위반이 전체의 36.2%인 26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관리비 등 회계운영 부적정이 256건(34.9%) ▲입주자대표회의 운영 부적정(87건, 11.9%) ▲정보공개거부(23건, 3.1%) ▲하자처리 부적절(16건, 2.2%)이 그 뒤를 이었다.

처리 유형별로는 과태료부과가 총 113건(16.3%)으로 가장 많았으며 ▲행정지도 98건(14.1%) ▲시정조치 81건(11.6%)으로 그 뒤를 이었으며 ▲고발 및 경찰 조사도 14건(2%)이나 있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투명한 아파트 관리를 통한 주민 행복은 입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 그리고 관리주체의 깨끗한 운영이 선행 되어야 한다”라며 “정부는 신고센터접수 신고에만 의존하지 말고 적극적인 행정으로 공동주택 비리 근절을 위한 교육과 홍보 강화 등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썽 많은 아파트`에 관리소장 파견…. 실효성 주목

서울시는 아파트 관리 비리로 갈등을 겪는 주민들을 위해 관리소장을 파견, 정상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지난해 5월께 ‘민간아파트 공공위탁관리’ 2차 시범사업 대상 아파트를 모집했으며 선정된 아파트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관리 비리로 갈등을 겪는 아파트 단지의 입주자가 요청하면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관리소장을 파견해 아파트 운영이 정상화할 때까지 돕는 제도다. 서울시는 이번 사업이 정착될 수 있게 하려고 국토교통부에 공동주택관리법과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 대한 제도개선 법령개정을 건의했다.

류훈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이번 사업으로 공공의 관리 비결을 민간아파트에 적용해 관리를 정상화하고 투명한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라면서 “민간아파트 공공위탁관리 사업 지속 여부는 2021년 말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한 2014년부터 ‘맑은 아파트 만들기’ 사업을 통해 각 구청이 아파트 관리비 감사를 벌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300가구 이상 단지’가 대상인 데다, 예산 문제 등으로 실제 감사를 받는 단지는 극히 일부에 그친다. 예컨대 노원구엔 총 243개 단지가 있지만, 127개 단지는 300가구 미만이어서 감사 대상이 아니다. 나머지 116개 단지도 감사받을 확률은 낮다. 구청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해 1년에 12개 단지 감사가 한계”라고 했다.

일부 단지에선 주민들이 자체 감사단을 꾸려 관리비 점검에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아 적발은 쉽지 않다. 외부 감사도 엉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2018 인구주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50.1%는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고 관리비를 둘러싼 마찰은 수시로 발생한다. ‘승강기가 설치된 150가구 이상 아파트’에 대해 회계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하고 연 1회 감사를 받아 그 감사보고서를 구청에 제출하도록 2015년 공동주택관리법을 개정됐지만 아파트 외부감사 의무제도는 사실상 무용지물 상태다.

우선 회계사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아파트 외부감사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또 아파트 관리인은 ‘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회계감사를 받지 말자고 주민을 설득한다. 입주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외부감사를 생략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 관리인은 브로커에게 ‘무늬뿐인 감사’를 맡기고 회계사는 도장 값만 챙겨가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시민단체 ‘아파트 비리 척결 운동본부’의 송주열 회장은 일부 신문을 통해 “횡령을 저지른 관리소장 등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회계 감사를 받지 말자고 주민들을 설득하고, 결국 쳇바퀴 돌 듯 문제가 반복된다”며 비리 척결이 쉽지마는 아님을 밝혔다.

국토교통부도 2014년부터 아파트 관리비리 등 불법행위에 대해 더욱 능동적으로 대처·차단하고자 공동주택 비리 전담 신고 창구인 ‘공동주택 관리비리 신고센터’를 개소?운영 중에 있지만, 전국에서 터지는 비리 척결을 감시 감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여전히 비리가 만연하고 이를 해결할 근본원인 발본(발본)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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